[이 계절의 소설]이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맞이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을 고르고, 그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두 번의 계절 동안 <나의 친구, 스미스>, <취미는 사생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마주>를 선정해왔고, 같이 읽으면서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왔습니다.
6명의 평론가/편집자/기자/작가 등 다양하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3개월마다 두 차례씩, 여기 그믐에서 독서모임을 열고 29일간 좌담을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발견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첫 번째 모임은 지난 3개월간 출간된 장편소설 중 다루고자하는 십여권의 소설을 정하고, 짧은 인상평과 전반적인 기대, 요즘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번째 모임에서 깊게 읽고 토론하고 싶은 2-3권의 책을 고릅니다.
두 번째 모임은 선정된 2-3권의 책을 같이 읽고, 그 소설에 대하여 6명의 평론가들이 깊은 비평과 논의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 모임은 앞선 두번의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독자들과 소통하는 오프라인 대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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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문화재단은 2016년 12월 설립 이래 다양한 독서 장려 활동과 작가 지원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시대를 넘어서는 장편소설을 바라는 마음으로 장편을 쓰려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과 취재비, 특별 고료를 후원하는 〈문학과 친구들〉, 집필 공간을 제공하는 상주작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으며, 문학 레지던시도 설립 준비 중입니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
D-29
소전문화재단모임지기의 말
박혜진
안녕하세요, 박혜진입니다.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세 번째 시즌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마음이 편안한 것 같아요. 연말에는 항상 새 소설을 읽기보단 그간 못 읽은 소설들을 돌아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러느라 관심 두지 못했던 신작들을 눈여겨볼 수 있다는 게 좋네요. 12월과 1월에는 상대적으로 신작이 덜 나오는 시기이기도 해서 9, 10, 11월에 나온 소설들을 찬찬히 둘러보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작품 발견하고 싶은 마음으로 명랑하게 참여해 보겠습니다^^
범한소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연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새 무척 마음이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름 올해 열심히 따라 읽어왔다고 자부하는데도, 여기저기서 발표되는 <올해의 책> 목록을 보면 왜 이렇게 미처 못 읽은 게 많은지요...원통합니다 흑흑. 늘 그렇듯 재밌는 책은 너무 많고 저의 시간은 너무 짧고...올해가 한 달 남은 이 시점에서, 내년이 오기 전에 이것만큼은 다 읽고 가겠다라는 각오로 가열차게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이 계절의 소설]을 하며 장편소설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ㅎㅎ 이 기세를 몰아서 세 번째 시즌도 한번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박혜진
천천히 인사들을 하실 것 같아서, 살펴보고 있는 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볼까 해요. 이주혜 작가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이라는 소설이에요. 우선 요 몇 해 동안 이주혜 작가 소설을 따라 읽고 있다는 것부터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읽었던 책이 <자두>였는데, 환자를 사이에 두고 그 보호자이자 며느리였던 여성과 전문 간병인이었던 여성 사이의 대치, 혹은 대립, 어쩌면 연대로 이동해 나가는 과정이 세련되면서도 관계와 인생에 대한 통찰이 무게감 있더라고요. 그 책 이후에 단편소설들에서는 운동권 세대의 후일담이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그런데 이번 소설의 첫 문장이 "학살자가 죽은 날, 그의 죽은 몸이 운반된 병원에 갔다."로 시작되더라고요. 택시를 탄 주인공이 택시 기사한테 "씨발새끼가 사과도 않고 죽어버렸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택시기사만큼이나 저도 좀 놀랬는데요..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유별난 젠더불평등과 그 불감증의 벽을 깊숙이 가르고 지나가는”(신동엽문학상 심사평)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 이주혜가 두번째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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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앞부분을 조금 읽다 보니, 한 시대에 대한 개인의 내면적 기억이 글쓰기 수업에서 한편의 소설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외부화되면서 수정돼 가는 얘기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 상호작용이 여러 비유로 읽히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색다른 방식의 글쓰기 소설, 소설에 대한 소설, 후일담.. 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자리잡고 앉아서 읽어보진 못했지만 틈날 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이기도 하고, 작가가 지금껏 써왔던 '짧은 장편' 가운데 가장 분량도 길어서, 그 부분도 궁금하고, 개인적으로는 이주혜 작가 번역물을 좋아해서인지 문장의 질감들도 좋더라고요.
정용준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이렇게 인사드릴수 있어 반갑고 기쁩니다. 저번에는 제가 운영방식을 잘 숙지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익숙해졌고 편해져서 훨씬 마음이 편하네요. 이번 달도 소설 이야기 실컷 하고 그만큼 많이 듣고 싶습니다.
정용준
요즘 저의 장편 독서를 살펴보면요. 저도 마침 혜진님과 같이 이주혜작가님의 신간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읽기 시작했어요. 이주혜작가님의 글에서는 항상 삶의 자리와 소설의 자리 그리고 번역의 자리가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어나가는 재미와 특별함이 있어요.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 읽었던 장편들을 조금 나열해보면 안온 출판사에서 출간된 프랑스와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 읽었고 장진영 작가의 <치치새가 사는 숲> 읽었어요. 그리고 이치카와 사오의 <헌치백>과 리처트 플래너건의 <들끓는 꿈의 바다> 읽었습니다. 읽어보려고 하는 건 조해진 작가님의<겨울을 지나가다>와 양선형 작가님의 <V섬의 검은짐승>입니다. 나중에 천천히 짧게라도 독후감들 남겨보겠습니다.
범한소
우와 벌써 책 얘기를 시작해주셨군요. 저는 가장 최근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네요. 올해 여러 곳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은 <맡겨진 소녀> 작가의 새로운 작품인데요. 저도 <맡겨진 소녀>를 최근에서야 뒤늦게 읽고 큰 감동을 받아서 신작이 나왔다길래 냉큼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두었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맡겨진 소녀> 이후 작가가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작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면서 아일랜드 바깥의 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것 같더라고요. <맡겨진 소녀>에서 만난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에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혔던터라, 이번 소설도 한 문장 한 문장 아껴서 읽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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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최근에 이미 읽은 책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소설은,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마찬가지로 여러 매체에서 언급된 이치카와 사오의 <헌치백>입니다. 중증 장애인 작가의 아쿠타가와상 최초 수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보는 게 나의 꿈"이라는 소설 속 문장으로 일단 충격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아요. 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성 권리에 대해 문학의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것 자체가 여러 기대와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생각했던것만큼(?) 충격은 아니었기도 해요. 물론 상황과 소재가 전형적이지 않고 거기에 당사자성까지 개입되어 있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일단 긴장을 한 채로 읽기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요, 반면 작가가 고타스 기사(온라인 정보로만 가공해 만드는 홍보성 기사)와 성인소설 등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오랫동안 해왔던터라 오히려 이야기의 진행이나 마지막 반전, 문장의 안정감은 새롭기보단 익숙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놀라운 대목이 많이 있어서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읽으실지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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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안녕하세요! 이번 계절에도 함께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집에 콕 박혀서 귤 까먹으며 책 읽기 좋은 계절이네요^.^) 저도 곧 책 리스트를 공유할게요! !!
김지운0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시즌에도 즐겁고 알찬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저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인사가 늦은 만큼 저도 그간 관심을 두고 지켜보거나 읽어온 소설을 소상히 말씀드려볼까 해요!
다른 분들처럼 저도 최근에 『헌치백』을 읽었습니다. 다만 완독 후에도 짧은 분량 때문에 저희 대화에서 언급할 수 있을지 살짝 주저됐었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언급해주신 덕분에 감상을 말씀드려볼까 해요. 아쿠타가와상 발표 직후부터 이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실시간으로 화제가 된 데는 역시 소범 기자님께서 말씀해주신 점들, 다시 말해 장애인의 성이라는 소재와 작가 본인의 당사자성, 그로부터 나오는 핍진한 생활 묘사 등이 아무래도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지금껏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다룬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그것이 주로 남성 장애인의 사례에 국한된(그래서 오늘날의 젠더적 관점에서 한계가 명확한) 작품들이어서 『헌치백』이 더 참신하게 다가온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런 설정/소재가 워낙 작품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보니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장 흔히들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그 밖의 요소, 이를테면 이 작품이 서브컬처적 글쓰기 관습이나 문체 같은 걸 적정선에서 제도화하는 방식 등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가령 도입부에 등장하는 고타쓰 기사를 HTML 태그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 등은 제도권 바깥의 문학에서 이미 존재하던 것인데, 재야의 창작물에서 통용되는 문법이 제도권 문학으로 유입된 사례로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헌치백』 외에도 이번 시즌에 출간된 신간 장편 소설을 대여섯 권 구비해뒀는데, 제 픽도 대체로 다른 분들과 많이 비슷했습니다. 리처드 플래너건(마침 정용준 작가님께서 추천사도 쓰셨더라고요.), 클레어 키건, 이주혜 작가 신작까지. 두 편이 아직 언급되지 않은 작품인데요. 하나는 찬쉐의 『신세기 사랑 이야기』고, 나머지 하나는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이라는 에드거상 수상작입니다.
찬쉐는 최근 몇 년 사이 노벨상 시즌을 기해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됐는데요! 작년부터 벌써 장편 세 권이 역간돼 있었는데, 작품을 직접 읽은 건 이번 신간이 처음입니다. 일단 소개문을 보니 비관습적인 친밀 관계가 다종다양하게 등장하는 듯해 관심이 갔는데, 저는 이런 소재를 다룬 양질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꾸준히 있더라고요.(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런 측면에서 [Detransition, Baby]라는 소설을 재작년 NYT 연말 목록에서 발견하고 판권 상황을 알아봤는데, 이미 국내 출판사 한 곳에서 계약을 했더라고요. 하루 빨리 출간되길 기원해봅니다.) 꽤나 볼륨이 있지만 지난 시즌의 하루키보다 곧장 속도감 있게 읽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침 지난주 매경에 장문의 작가 이메일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는데, 이 기사도 한번 공유드려봅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10891105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은 악의 문학적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만한 작품 같았습니다. 오늘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했고, 출판사 소개글을 읽은 뒤 관심이 생겨 영미권 레이팅 구글링만 슥 돌려보고 바로 주문하게 됐습니다. “사형을 12시간 앞두고 탈옥을 준비하는 연쇄살인마, 안셀 패커의 삶을 어머니, 아내의 여동생 등 그의 인생에 얽힌 여자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본 문학적 서스펜스 소설이다. 안셀 패커의 삶을 추적하는 소설은 연쇄살인마를 둘러싼 비정상적인 사회의 열광, 경찰 내의 구조적 차별, 아동 학대 문제까지 낱낱이 해부하며 연쇄살인마 소재에 관한 문학적 집대성을 이루어내 ‘시대의 고전이 될 운명이다.’는 극찬을 받았다. 아름다운 문체로 ‘도스토옙스키가 연쇄살인마에 관한 소설을 쓴다면 이럴 것이다’는 평과 함께 출간 직후 아마존 최고 소설로 선정[됐다.]”
신세기 사랑 이야기소설 속 인물 모두 세속과 저세상의 사랑으로 얽힌 관계다. 하지만 그들은 욕망에 ‘갇혀’ 있지 않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사랑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떠나보내는 이는 자기 파트너가 참사랑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빼앗아간 동성에게도 더없는 친밀감을 느낀다. 사랑은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갔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2023년 에드거 최고 장편소설상 수상작. 사형을 12시간 앞두고 탈옥을 준비하는 연쇄살인마, 안셀 패커의 삶을 어머니, 아내의 여동생 등 그의 인생에 얽힌 여자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본 문학적 서스펜스 소설이다.
들끓는 꿈의 바다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리처드 플래너건의 신작 장편소설. 2019년 전세계가 실제로 목도한 호주의 최악의 산불 사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엄청난 재난을 전경으로 두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한 가족의 갈등과 고뇌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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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0
아직 구입하거나 읽지는 않았지만 눈길이 가는 작품도 그 밖에 많았습니다. 지난 시즌 오프라인 행사에서 듣기로 이달의 소설 선발대에서 가장 극찬을 받았다는 『라우루스』가 우선 생각났고요. 코맥 매카시의 유작 『패신저』, 또 “글쓰기가 막힌 작가 자신에 관한 자전 소설이자, 소설을 쓰는 과정 자체를 보여 주는 메타 소설”이자 “문학과 삶, 픽션과 논픽션, 농담과 사유 사이를 거침없이 오가며 다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는 『노블리스트』도 궁금하더라고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 I-II』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먼저 읽고 싶은 책들이 있기도 해서 선뜻 도전할 엄두가 나진 않았는데, 마침 다음달 중순 유럽인문아카데미에서 욘 포세 작품 세계에 대한 특별 강연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 수강도 가능하다고 해서 저는 신청해뒀는데,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aeh.kr/notice/?idx=17065205
라우루스페스트가 창궐하던 15세기 중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라우루스》는 의사에서 성자로의 길을 걸은 한 인물의 일대기로, “삶의 신비에 대한 심오하고 도전적인 명상”을 펼쳐낸 소설이다.
패신저2022년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드』 이후 16년 만에 남긴 장편소설로, 삶과 죽음, 세계의 절대적 진리와 유한한 인간 존재 등 그가 작가 인생 60년에 걸쳐 쌓아온 작품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노블리스트뉴욕 타이런트 매거진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시집 두 권을 낸 신인 작가 조던 카스트로의 첫 소설. NPR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영미 문단으로부터 “화려하게 지저분한 만큼이나 똑똑하다”라는 평을 받았다.
멜랑콜리아 I-II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대표작으로, ‘노르웨이 문학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순뫼레 문학상과 멜솜 문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실존했던 노르웨의 출신의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비극적 일생을 소설적으로 조형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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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지운 님이 읽은 책들이랑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 너무나 흥미롭네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을 읽었던 터여서 더 반가워요. 제목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목차를 보니까 12시간-10시간-9시간... 0시간.. 사형을 앞둔 12시간의 기록인 것 같은데 그 제한된 시간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하더라고요. 그 사이사이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그래서 펼쳤다가 첫 문장 보고 일단 계속 읽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지문이다."
박혜진
교도소라는 공간, 사형수의 마지막 하루라는 설정이 자극하는 원초적 호기심도 있지만 그 사연들 속에 피해자의 복수극, 탈출극, 성범죄 등등 심각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후루룩 살펴보면서, 현재 버전으로 다시 쓴 '카라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 일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단야 쿠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지운 님이 알려준 정보를 보니 확실히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긴 한 것 같네요. 이번 주 내내 계속 읽어볼게요.
박혜진
그리고 이번 계절에 함께 읽을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저도 뒤늦게 <맡겨진 소녀>를 읽었어요. 예전에 사 놓고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그 작가의 신작이 다시 주목을 받길래 더는 미루지 말자 싶더라고요. 모두의 공통된 의견처럼 세련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쓴 것보다 쓰지 않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어쩌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할 만한 결정적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읽으면서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수일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순간순간 그 인물들의 그 마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마치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의 비극을 알게 돼 버린 것처럼,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자꾸 마음만 아픈..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 킬리언 머피가 이 소설을 읽고 엉엉 울었단 글귀를 본 것 같은데, 오늘에 와 서는 그 심정까지 이해가 되네요. 시간이 나면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소설이었어요. 그때는 말하지 않은 부분들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이라면, 대표작이라 하는 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또 읽어 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큰글자도서] 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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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로 앞 부분 몇 페이지 읽었는데 너무 재밌네요^^ 막 살고 싶은 마음 저한테도 있고, 그러면서 막 살지 못하는 마음도 당연히 있어서.. 홍보 문구에는 중국의 카프카라고 돼 있는데 아마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같은 설정 때문인 것 같고, 저한텐 쿤테라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이것도 읽어봐야겠네요. <들끓는 꿈의 바다>는, 예전에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너무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언뜻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데, 소개 자료 보니까 상당히 현재적이네요! 고민고민..
박혜진
장진영 작가의 <치치새가 사는 숲>도 눈여겨볼 만한 소설이었어요. 장진영 작가 소설 두 권을 연속해 읽으면서 좀 더 집중 하게 된 매력이 있다면, 가정 경제의 몰락이 한 인간의 혹은 집단의 도덕적, 윤리적, 미학적 몰락 혹은 무감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무게를 잴 수 없는 사건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한 사건에 연루된 의혹들이 있고 그 의혹들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끝내 사건 자체는 함구되는 데에서 오는 미스터리리함이랄까. 내가 겪은 일과 그 일에 대한 기억, 어쩌면 나 자신의 존재를 누구로부터도 공증받을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기혐오를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의 심리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읽은 사람들의 해석이 다양할 것 같고, 그런 점에서 독자로 인해 소설의 색깔이 형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들 의견이 많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에요.
치치새가 사는 숲장진영 장편소설 『치치새가 사는 숲』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장진영은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치치새가 사는 숲』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내는 두 개의 목소리가 겹치고 맞물리며 펼쳐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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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원
저는 새삼 최근에는 장편소설을 들춰볼 짬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어떤 장편이 출간되어 화제다! 이런 것도 지난 계절보다는 좀 뜸한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ㅎㅎ; 그런데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신 책들을 보니까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였구나 하는 반성을 했네요...ㅠㅠ <헌치백>은 그 와중에도 들어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설이고, 뭔가 <이 계절의 소설>을 같이 진행하면서 점점 '나 일본 소설 좋아했구나...'라는 걸 깨달아가는 느낌이네요. 매카시의 <패신저>도 읽어보고 싶고, <라우루스>도 정말 궁금하네요. 다른 것보다... 요즘 부쩍 제가 좋아하는 뭔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재미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우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이달의 소설 선발대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어떤 소설일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ㅎㅎ
강보원
다시 찬찬히 보니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도 10월 출간이었네요! 요즘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 건지(앞으로인지 뒤로인지 옆으로인지...) 모르겠네요... 양선형 작가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정말 뜻깊을 것 같아요 ㅎㅎ 저에겐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써주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김지운 선생님이 <신세기 사랑 이야기>를 추천해주셨는데, 저도 신간 목록들을 보면서 '그러고보니 왜 저번 계절에 찬쉐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여기저기서 <황니가>가 너무 재밌고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기억은 있는데 출간 된 후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지...(시간 어떻게 가는 건지x2) 개인적으로 양선형 & 찬쉐 조합이면 뭔가 시너지도 있고 재밌는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박혜진
저도 양선형 작가의 글에 대해서는 보원 평론가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첫 소설집 같은 경우에는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후에 양선형 작가의 산문들이 좋아서, 거꾸로 소설을 다시 읽게 되더라고요. 이전에 출간된 <말과 꿈>은 한 문장 한 문장 밀도가 높고 그 사유를 따라가는 게 좋아서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점점 더 견고하게 소설의 경계를 확장시켜온 시간들이 감지되는 편이라 같이 읽어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보원 평론가님이 요즘 느끼는 그 감정들 뭔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별로 재미 없어 하나 보다.. 하는 생각.
말과 꿈트리플 시리즈 열여섯 번째 작품.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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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찬쉐의 <황니가>에 실린 역자 후기 중 일부인데, 제가 지금까지 읽은 역자 후기 중에 가장 흥미롭네요. "중국 독자들은 종종 찬쉐의 작품을 읽는 일을 두고 자신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하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두피에 잔뜩 힘을 주고 미지의 영역을 맞이할 단단한 각오를 갖춰야만 놀라운 문학적 사유의 격류 속에서 어렵사리 물살을 벗어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둘러본 뒤에야 자신이 이미 먼 거리를 표류해 왔고 근육의 힘이 소진되었음을 알게 된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길을 반딧불의 조명에 의지해 걷다 보면 밤이 반딧불보다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느낌들이 우리가 문학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짜릿한 전율 같은 아름다움이자 매력이 아닐까?"
황니가현대 문학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도 중요한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찬쉐. 이런 그의 데뷔작이자 문학 세계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인 『황니가(黃泥街)』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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