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

D-29
아침에 홍보용 책으로 코맥 매카시 <스텔라 마리스>랑 <패신저>가 와서 조금 살펴보고 있어요. 일단 <스텔라 마리스>부터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수학자였던 주인공이 자기 발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주치의와 나누는 대화로 이루진 소설이에요.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에서도 우울증과 치매를 매개로 드러내는 정신의 편린들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식이 특징적이었는데, <스텔라 마리스>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스텔라 마리스>는 수학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사고 방식과 표현들이 일종의 착란들과 불화하는 간극이 좀 더 흥미로웠어요. 최근에는 이런 소설들 보면서 모종의 정신병리가 21세기적 글쓰기의 한 특징으로 더 강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분량도 길지 않고(^^) 대화도 심플하면서 왜인지 모든 말이 다 결정적인 느낌이에요.
스텔라 마리스웨스턴 남매의 여동생 얼리샤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마치 정신과 상담치료의 녹취록처럼 1972년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정신의학 시설 ‘스텔라 마리스’의 문턱을 제 발로 넘은 얼리샤가 의사와 나눈 일곱 차례의 대화로 구성된다.
<스텔라 마리스>의 주인공인 수학자 얼리샤와 얼리샤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오빠가, <패신저>로 가면 반대가 되네요. 동생 얼리샤를 잃은 오빠의 입장에서. 아, 어떤 면에선 코맥 매카시의 유작답다는 생각이 드는 두 권이에요.
와…아주 잠깐인 것 같았는데 그 사이에 벌써 이렇게나 많은 책들이 언급이 되었네요. 보원 선생님 말씀처럼 제가 게을렀을 뿐 다들 열심히 읽고 계셨네요. ㅎㅎ. 문득 다들 정말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데 탁월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물론 그게 직업(?)이기도 하니 당연한가 싶기도 하지만..)
언급해주신 책 중엔 확 <라우루스>와 <신세기 사랑 이야기>가 확 구미가 당겨 냉큼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은 저도 여기저기서 추천을 많이 받아 장바구니에 담아 두기만 했었는데 이 기회에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시즌에 장진영 작가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국내 젊은 작가들을 더 열심히 발굴하고 열심히 따라 읽으며 열렬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에 양선형 작가의 책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안담 작가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도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에요.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중 한권인데요. 출간 전 온라인에 일부가 공개됐을 때부터 워낙 화제를 모았던터라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읽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는 표지에 적힌 박력있는 문구만 봐도 에너지가 이글거리는 느낌이에요. 물론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기는해도 분량으로 따지면 단편이라서 ‘이 계절의 장편'을 선정하는 저희의 취지에는 맞지 않을 것 같지만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역대 조회 수 1위, 공개와 동시에 화제에 올라 “섬뜩할 정도의 묘사에 교실 마룻바닥 위에 터진 우유 냄새가 떠올랐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독자 평을 받은 안담의 첫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나저나 <소녀는 따로 자란다>도 그렇고 <맡겨진 소녀>, <헌치백> 등 최근 몇 년 간 부쩍 단편-경장편 분량의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이런 경향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보통 소설집 한권에 단편소설 7~8편이 실리고, 그만큼의 작품이 모여야 단행본을 낼 수 있다보니 신인 작가가 독자와 책으로 만날 때까지는 최소 1~2년의 시차가 생겼던 것 같은데요. 이렇게 단편소설 하나만으로도 책으로 엮일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 시차가 줄어드니까 젊은작가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싶으면서도, 출판사와 독자 입장에서는 꼭 장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 정말 재밌죠 ㅎㅎ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서 나오는 반응들도 다채롭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단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계륵 같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문예지에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예지라는 게 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고(문예지 독자 수도 상대적으로..적고..),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소설집으로 묶을 때인데 이건 이것대로 장편보다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또 마찬가지로 소설집에 실린 여러 단편들의 흐름 속에서 읽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단편 하나를 가지고 단행본을 만드는 작업들이 작가 입장뿐 아니라 읽는 입장에서도 재밌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거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느낌이 들어서요 ㅎㅎ 물론 뭔가... 약간 허한? 느낌이 들기도 하긴 하죠. 아무래도 분량상으로는 다른 형태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저도 이때까지 언급된 작품 중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걸 꼽아보면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 그리고... 사실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모임과 관련 없이 가장 먼저 집어들 것 같은 책은 조던 카스트로의 <노블리스트>입니다... ㅎㅎ 일단 제가 좋아하는, 픽션과 논픽션 경계에서 놀이를 하는 가벼운 메타 소설... 저에게 이런 소설은 언제 읽어도 후회가 없는 그런 종류의 책이거든요. 다른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물론 앞서 이야기했던 <라우르스>, <신세기 사랑 이야기> 같은 작품들도 좋아요. 거기에 더해 <스텔라 마리스>도... 코맥 매카시 소설이라고 하니 기회가 있을 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ㅎㅎ
이미 충분한 작품이 언급된 것 같아 그만 말 보태야지 하다가, 이혁진 작가의 새 장편소설 <광인>이 나온 것을 이제야 확인하고 급하게 또 글 남깁니다. 😅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한국 젊은 작가 중 장편소설을 가장 탁월하게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Tmi를 좀 풀어놓자면, 2019년에 <사랑의 이해>가 출간되었을 때 퇴근 직전에 회사에서 별 생각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정신 차려보니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더라고요. 장편소설을 이렇게 '재밌게' 읽어본 게 얼마만이지 싶었어요. 몇 년 뒤에 드라마로도 훌륭하게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기도 했죠. 이혁진 작가는 <사랑의 이해>를 비롯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데뷔작 <누운 배>, <관리자들>그리고 이번 <광인>에 이르기까지 쭉 장편소설만 내오고 있는데요. 그만큼 장편의 문법을 가장 익숙하게 구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파 소설에서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는 게 주목할만한 점 같아요.(물론 <사랑의 이해>도 연애소설의 탈을 쓴 사회파 소설에 가깝겠지만요.) 이번 작품도 소개를 훑어보니 연애소설,심리소설,예술가소설,범죄소설을 망라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쓰신 걸까 싶고...심지어 분량은 무려 680페이지네요....😂😂 하루키에 이어 두 계절 연속 600페이지 넘는 도서를 추천하려니 죄송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계절의 '장편소설'이니 이 정도 묵직한 책 한권 정도는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ㅎㅎ (실은 폴오스터 신작도 혼자서는 엄두가 안나서 함께 읽기를 제안하고 싶었으나 무려 4권짜리라 양심상 참았습니다..)
광인이혁진 장편소설 『광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혁진은 인간 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속한 관계, 사회, 나아가 세계의 속물성을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광인』은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을 위스키와 음악, 그리고 돈이라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긴장감으로 그려낸다.
이혁진 작가 <광인>은 제가 편집해서 그런지 남다르게 반응하게 되네요^^ 요즘 한국 소설 분야에서는 이렇게 긴 장편소설을 쓰는 게 드문 현상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이색적인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번 소설 읽으면서 새삼스러운 경험을 조금 했는데요, 이혁진 작가 특유의 묘사나 진술이 근래에 제가 읽거나 본 서사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상당히 일반적인 소설 언어였던 것이 요즘에는 오히려 특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요즘 제가 보는 서사물들은 상황에 대한 반응을 이처럼 길게길게 풀어 쓰지 않고 툭툭 흘리거나 던져 놓는 달까요.. 소설을 쓰고 읽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걸, 오히려 전통적인 스타일을 보면서 체감했어요.
그리고 저도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포함된 위픽 시리즈를 몇 권 갖고 있는데요, 실제로 읽은 건 문지혁 작가의 <크리스마스 캐러셀>밖에 없네요. <맡겨진 소녀>만 해도 한 권으로서의 책 개념에 크게 반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단편 1편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소설집이 한 권의 책이라는 관점과 단편 1편이 책이라는 관점은 사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소설 자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책의 개념과 범주에 대한 변화 혹은 사람들이 원하는 독서의 규모에 대한 변화 정도로 보여요. 7,8편을 통합하는 다른 차원의 층위가 그 작가의 세계를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믿었던 시대와 1편으로 감상되는 시대는 작가의 위상도, 독자의 필요도 확연한 차이가 있겠죠. 그 차이가 가져올 변화들이 앞으로 가시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런 변화를 비교적 '현상'으로 보자고 생각하긴 하지만, 단편 1편으로 된 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은 평가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간 틈틈 들어와 선생님들이 남겨주신 글들 읽었는데 여유롭게 쭉 제 생각을 쓸 짬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 너무 늦은 의견을 남기게 되네요. 소개해주신 책들 중 읽은 것도 있고 읽고 싶었던 것들도 있고 정보를 전혀 모르는 것도 있어서 새삼스럽지만 이런 모임이 참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급된 책들 중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책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헌치백> 저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았고 놀랍기도 했어요. 사실 읽기 전엔 책에 관한 정보나 설명만으로도 이 소설이 꽤 자극적이고 문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막상 읽었더니 제가 우려했던 것과 무관하게 그냥 소설이 재밌고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좋았어요. 요즘 우리에게 꽤 진지한 고민으로 주어져 있는 대상화의 문제와 당사자성의 문제를 논하고 다루어보기에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대상화. 당사자성. 등등 우리가 요 몇년 애쓰고 고민하는 문학윤리가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실제로 그 인식의 발전 탓에 이야기가 더 정교해지고 명확해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얻게 되는 인물과 사안에 관한 사려깊음이 문학을 더 나은 쪽으로 한 층 끌어올린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이 철학과 인식이 아닌 방법론으로 자리 잡는 것에 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뭐랄까, 말실수 할까봐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 상대가 부담스러울까봐 다가가지 않는 것. 선을 넘을까봐 그의 곁에 가지 않는 것.
어쩌면 소설이 한 사람의 고유성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그를 쓰지 않고 그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편을 택해버리는 기이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온갖 서사가 미디어 세계를 장악하고 범람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서사의 시대에서 유독 문학에서는 쓸 수 없는 것과 사실상 쓰면 안되는 방식과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커지는 것 같아서 오늘과 미래의 작가들은 고민이 깊겠다, 싶습니다. 그런 의미로 <헌치백>은 여러모로 선을 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는데요.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이 사실인가 싶기도 합니다. 선이 진짜 있는걸까. 느낌적인 느낌 아닐까. 이러면 안돼. 저러면 안돼. 이건 조심해야해. 같은 학습이 쌓여 소설을 그냥 소재와 표현만으로 인상비평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을 해봤어요.
<V섬의 검은 짐승>은 양선형 작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유감없이 펼쳐진 소설이었고 화자(작가)의 인식과 정서가 소설을 견인하면서 끌고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소설이란 무엇일까. 무엇으로서의 소설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생각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소설을 쓰는 존재로서 작가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낀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어나갈때 느꼈던 언어적 경험이 좋았습니다. 이야기를 위한 진술.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묘사. 에서 벗어난 언어의 자리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인물 사건 배경으로 귀결되거나 환원되지 않는 독립된 문장과 인식이 많아 자주 멈춰 그 문장과 함께 언어적으로 참여하게 되더군요.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은 지점도 많아서 함께 읽어보는 것 좋을 것 같아요.
<광인>은 저도 관심이 있습니다. <사랑의 이해>를 드라마로 먼저 봤고 책은 나중에 봤는데 스토리는 같지만 표현과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아무튼 제게는 <사랑의 이해>가 최근에는 잘 볼 수 없고 느끼기 어려웠던 전통적 의미의 장편소설의 미덕과 남성작가가 쓴 로맨스가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광인>은 지금 제게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책이지만 두텁다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이 생깁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유독 짧아지고 있는 소설 형식에 유감을 갖고 있어요. 작가들이 짧게 발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짧게 쓸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시장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같은 값에 소설이 길면 더 값어치가 있을 것 같지만 ... 독자도 출판사도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ㅠ.ㅠ) 이 부분에 관해 논의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스텔라 마리스>는 읽지 않았지만 읽어봐야겠어요. 한때 코맥 매카시를 열심히 읽어나갔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 소설 저 소설 읽어나가면서 잠시 잊었지만 책장 한켠엔 그의 책들이 모여 있고 그 책들은 분명히 제게 독자로서도 작가로서도 강한 영향을 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옛날에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면 그것이 옛날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것을 깨닫듯이 아마 지금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용준 작가님 글 읽으면서 <헌치백>을 같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의 '상세'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별로 없는데, 소설이야말로 그런 기회를 위한 실질적인 계기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작가로서 비평가로서 또 편집자로서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서로 알게 되는 시간도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리고 <스텔라 마리스>는, 하루키 최근작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어요. 거장의 마지막 작품들은 왜 '철학서'가 되는가.. 철학적인 게 아니라 철학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제 발로 정신과에 입원한 '전직' 수학 천재와 그 주치의가 나누는 대화이다 보니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가 규정할 수 없는 관계로 파생되고 그러는 사이 주인공의 과거 기억들이 드러나는 방식이 은근히 근사했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 현재와 과거, 그림자, 이른바 통틀어 인식론에 대한 대화들의 연쇄 앞에서 '최소한으로만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코맥 매카시 소설의 개성이기도 할 테지만요.
언급된 작품 중에서 제가 같이 읽고 싶은 작품은 <헌치백>, <V섬의 검은 짐승> , <신세기 사랑 이야기> 나 <라우르스>, 마지막으로 <소녀는 따로 자란다> 정도예요. <헌치백>은 지난 몇 개월 동안 화제가 많이 되기도 했고 문학계 안과 밖의 현장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V섬의 검은 짐승>은 양선형 작가의 독창적 스타일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또 <신세기 사랑 이야기>나 <라우르스>는 모종의 해방감을 체험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도입부들이 매력적이어서. 그리고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보원 평론가님이 정말 재밌다고 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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