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

D-29
지운 님이 읽은 책들이랑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 너무나 흥미롭네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을 읽었던 터여서 더 반가워요. 제목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목차를 보니까 12시간-10시간-9시간... 0시간.. 사형을 앞둔 12시간의 기록인 것 같은데 그 제한된 시간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하더라고요. 그 사이사이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그래서 펼쳤다가 첫 문장 보고 일단 계속 읽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지문이다."
교도소라는 공간, 사형수의 마지막 하루라는 설정이 자극하는 원초적 호기심도 있지만 그 사연들 속에 피해자의 복수극, 탈출극, 성범죄 등등 심각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후루룩 살펴보면서, 현재 버전으로 다시 쓴 '카라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 일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단야 쿠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지운 님이 알려준 정보를 보니 확실히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긴 한 것 같네요. 이번 주 내내 계속 읽어볼게요.
그리고 이번 계절에 함께 읽을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저도 뒤늦게 <맡겨진 소녀>를 읽었어요. 예전에 사 놓고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그 작가의 신작이 다시 주목을 받길래 더는 미루지 말자 싶더라고요. 모두의 공통된 의견처럼 세련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쓴 것보다 쓰지 않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어쩌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할 만한 결정적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읽으면서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수일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순간순간 그 인물들의 그 마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마치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의 비극을 알게 돼 버린 것처럼,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자꾸 마음만 아픈..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 킬리언 머피가 이 소설을 읽고 엉엉 울었단 글귀를 본 것 같은데, 오늘에 와서는 그 심정까지 이해가 되네요. 시간이 나면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소설이었어요. 그때는 말하지 않은 부분들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이라면, 대표작이라 하는 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또 읽어 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큰글자도서] 맡겨진 소녀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로 앞 부분 몇 페이지 읽었는데 너무 재밌네요^^ 막 살고 싶은 마음 저한테도 있고, 그러면서 막 살지 못하는 마음도 당연히 있어서.. 홍보 문구에는 중국의 카프카라고 돼 있는데 아마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같은 설정 때문인 것 같고, 저한텐 쿤테라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이것도 읽어봐야겠네요. <들끓는 꿈의 바다>는, 예전에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너무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언뜻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데, 소개 자료 보니까 상당히 현재적이네요! 고민고민..
장진영 작가의 <치치새가 사는 숲>도 눈여겨볼 만한 소설이었어요. 장진영 작가 소설 두 권을 연속해 읽으면서 좀 더 집중하게 된 매력이 있다면, 가정 경제의 몰락이 한 인간의 혹은 집단의 도덕적, 윤리적, 미학적 몰락 혹은 무감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무게를 잴 수 없는 사건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한 사건에 연루된 의혹들이 있고 그 의혹들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끝내 사건 자체는 함구되는 데에서 오는 미스터리리함이랄까. 내가 겪은 일과 그 일에 대한 기억, 어쩌면 나 자신의 존재를 누구로부터도 공증받을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기혐오를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의 심리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읽은 사람들의 해석이 다양할 것 같고, 그런 점에서 독자로 인해 소설의 색깔이 형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들 의견이 많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에요.
치치새가 사는 숲장진영 장편소설 『치치새가 사는 숲』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장진영은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치치새가 사는 숲』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내는 두 개의 목소리가 겹치고 맞물리며 펼쳐지는 소설이다.
저는 새삼 최근에는 장편소설을 들춰볼 짬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어떤 장편이 출간되어 화제다! 이런 것도 지난 계절보다는 좀 뜸한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ㅎㅎ; 그런데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신 책들을 보니까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였구나 하는 반성을 했네요...ㅠㅠ <헌치백>은 그 와중에도 들어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설이고, 뭔가 <이 계절의 소설>을 같이 진행하면서 점점 '나 일본 소설 좋아했구나...'라는 걸 깨달아가는 느낌이네요. 매카시의 <패신저>도 읽어보고 싶고, <라우루스>도 정말 궁금하네요. 다른 것보다... 요즘 부쩍 제가 좋아하는 뭔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재미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우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이달의 소설 선발대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어떤 소설일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ㅎㅎ
다시 찬찬히 보니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도 10월 출간이었네요! 요즘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 건지(앞으로인지 뒤로인지 옆으로인지...) 모르겠네요... 양선형 작가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정말 뜻깊을 것 같아요 ㅎㅎ 저에겐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써주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김지운 선생님이 <신세기 사랑 이야기>를 추천해주셨는데, 저도 신간 목록들을 보면서 '그러고보니 왜 저번 계절에 찬쉐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여기저기서 <황니가>가 너무 재밌고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기억은 있는데 출간 된 후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지...(시간 어떻게 가는 건지x2) 개인적으로 양선형 & 찬쉐 조합이면 뭔가 시너지도 있고 재밌는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저도 양선형 작가의 글에 대해서는 보원 평론가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첫 소설집 같은 경우에는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후에 양선형 작가의 산문들이 좋아서, 거꾸로 소설을 다시 읽게 되더라고요. 이전에 출간된 <말과 꿈>은 한 문장 한 문장 밀도가 높고 그 사유를 따라가는 게 좋아서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점점 더 견고하게 소설의 경계를 확장시켜온 시간들이 감지되는 편이라 같이 읽어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보원 평론가님이 요즘 느끼는 그 감정들 뭔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별로 재미 없어 하나 보다.. 하는 생각.
말과 꿈트리플 시리즈 열여섯 번째 작품.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찬쉐의 <황니가>에 실린 역자 후기 중 일부인데, 제가 지금까지 읽은 역자 후기 중에 가장 흥미롭네요. "중국 독자들은 종종 찬쉐의 작품을 읽는 일을 두고 자신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하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두피에 잔뜩 힘을 주고 미지의 영역을 맞이할 단단한 각오를 갖춰야만 놀라운 문학적 사유의 격류 속에서 어렵사리 물살을 벗어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둘러본 뒤에야 자신이 이미 먼 거리를 표류해 왔고 근육의 힘이 소진되었음을 알게 된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길을 반딧불의 조명에 의지해 걷다 보면 밤이 반딧불보다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느낌들이 우리가 문학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짜릿한 전율 같은 아름다움이자 매력이 아닐까?"
황니가현대 문학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도 중요한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찬쉐. 이런 그의 데뷔작이자 문학 세계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인 『황니가(黃泥街)』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아침에 홍보용 책으로 코맥 매카시 <스텔라 마리스>랑 <패신저>가 와서 조금 살펴보고 있어요. 일단 <스텔라 마리스>부터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수학자였던 주인공이 자기 발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주치의와 나누는 대화로 이루진 소설이에요.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에서도 우울증과 치매를 매개로 드러내는 정신의 편린들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식이 특징적이었는데, <스텔라 마리스>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스텔라 마리스>는 수학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사고 방식과 표현들이 일종의 착란들과 불화하는 간극이 좀 더 흥미로웠어요. 최근에는 이런 소설들 보면서 모종의 정신병리가 21세기적 글쓰기의 한 특징으로 더 강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분량도 길지 않고(^^) 대화도 심플하면서 왜인지 모든 말이 다 결정적인 느낌이에요.
스텔라 마리스웨스턴 남매의 여동생 얼리샤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마치 정신과 상담치료의 녹취록처럼 1972년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정신의학 시설 ‘스텔라 마리스’의 문턱을 제 발로 넘은 얼리샤가 의사와 나눈 일곱 차례의 대화로 구성된다.
<스텔라 마리스>의 주인공인 수학자 얼리샤와 얼리샤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오빠가, <패신저>로 가면 반대가 되네요. 동생 얼리샤를 잃은 오빠의 입장에서. 아, 어떤 면에선 코맥 매카시의 유작답다는 생각이 드는 두 권이에요.
와…아주 잠깐인 것 같았는데 그 사이에 벌써 이렇게나 많은 책들이 언급이 되었네요. 보원 선생님 말씀처럼 제가 게을렀을 뿐 다들 열심히 읽고 계셨네요. ㅎㅎ. 문득 다들 정말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데 탁월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물론 그게 직업(?)이기도 하니 당연한가 싶기도 하지만..)
언급해주신 책 중엔 확 <라우루스>와 <신세기 사랑 이야기>가 확 구미가 당겨 냉큼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은 저도 여기저기서 추천을 많이 받아 장바구니에 담아 두기만 했었는데 이 기회에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시즌에 장진영 작가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국내 젊은 작가들을 더 열심히 발굴하고 열심히 따라 읽으며 열렬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에 양선형 작가의 책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안담 작가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도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에요.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중 한권인데요. 출간 전 온라인에 일부가 공개됐을 때부터 워낙 화제를 모았던터라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읽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는 표지에 적힌 박력있는 문구만 봐도 에너지가 이글거리는 느낌이에요. 물론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기는해도 분량으로 따지면 단편이라서 ‘이 계절의 장편'을 선정하는 저희의 취지에는 맞지 않을 것 같지만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역대 조회 수 1위, 공개와 동시에 화제에 올라 “섬뜩할 정도의 묘사에 교실 마룻바닥 위에 터진 우유 냄새가 떠올랐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독자 평을 받은 안담의 첫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나저나 <소녀는 따로 자란다>도 그렇고 <맡겨진 소녀>, <헌치백> 등 최근 몇 년 간 부쩍 단편-경장편 분량의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이런 경향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보통 소설집 한권에 단편소설 7~8편이 실리고, 그만큼의 작품이 모여야 단행본을 낼 수 있다보니 신인 작가가 독자와 책으로 만날 때까지는 최소 1~2년의 시차가 생겼던 것 같은데요. 이렇게 단편소설 하나만으로도 책으로 엮일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 시차가 줄어드니까 젊은작가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싶으면서도, 출판사와 독자 입장에서는 꼭 장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 정말 재밌죠 ㅎㅎ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서 나오는 반응들도 다채롭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단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계륵 같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문예지에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예지라는 게 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고(문예지 독자 수도 상대적으로..적고..),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소설집으로 묶을 때인데 이건 이것대로 장편보다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또 마찬가지로 소설집에 실린 여러 단편들의 흐름 속에서 읽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단편 하나를 가지고 단행본을 만드는 작업들이 작가 입장뿐 아니라 읽는 입장에서도 재밌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거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느낌이 들어서요 ㅎㅎ 물론 뭔가... 약간 허한? 느낌이 들기도 하긴 하죠. 아무래도 분량상으로는 다른 형태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저도 이때까지 언급된 작품 중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걸 꼽아보면 양선형 작가의 <V섬의 검은 짐승>, 그리고... 사실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모임과 관련 없이 가장 먼저 집어들 것 같은 책은 조던 카스트로의 <노블리스트>입니다... ㅎㅎ 일단 제가 좋아하는, 픽션과 논픽션 경계에서 놀이를 하는 가벼운 메타 소설... 저에게 이런 소설은 언제 읽어도 후회가 없는 그런 종류의 책이거든요. 다른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물론 앞서 이야기했던 <라우르스>, <신세기 사랑 이야기> 같은 작품들도 좋아요. 거기에 더해 <스텔라 마리스>도... 코맥 매카시 소설이라고 하니 기회가 있을 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ㅎㅎ
이미 충분한 작품이 언급된 것 같아 그만 말 보태야지 하다가, 이혁진 작가의 새 장편소설 <광인>이 나온 것을 이제야 확인하고 급하게 또 글 남깁니다. 😅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한국 젊은 작가 중 장편소설을 가장 탁월하게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Tmi를 좀 풀어놓자면, 2019년에 <사랑의 이해>가 출간되었을 때 퇴근 직전에 회사에서 별 생각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정신 차려보니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더라고요. 장편소설을 이렇게 '재밌게' 읽어본 게 얼마만이지 싶었어요. 몇 년 뒤에 드라마로도 훌륭하게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기도 했죠. 이혁진 작가는 <사랑의 이해>를 비롯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데뷔작 <누운 배>, <관리자들>그리고 이번 <광인>에 이르기까지 쭉 장편소설만 내오고 있는데요. 그만큼 장편의 문법을 가장 익숙하게 구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파 소설에서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는 게 주목할만한 점 같아요.(물론 <사랑의 이해>도 연애소설의 탈을 쓴 사회파 소설에 가깝겠지만요.) 이번 작품도 소개를 훑어보니 연애소설,심리소설,예술가소설,범죄소설을 망라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쓰신 걸까 싶고...심지어 분량은 무려 680페이지네요....😂😂 하루키에 이어 두 계절 연속 600페이지 넘는 도서를 추천하려니 죄송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계절의 '장편소설'이니 이 정도 묵직한 책 한권 정도는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ㅎㅎ (실은 폴오스터 신작도 혼자서는 엄두가 안나서 함께 읽기를 제안하고 싶었으나 무려 4권짜리라 양심상 참았습니다..)
광인이혁진 장편소설 『광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혁진은 인간 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속한 관계, 사회, 나아가 세계의 속물성을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광인』은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을 위스키와 음악, 그리고 돈이라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긴장감으로 그려낸다.
이혁진 작가 <광인>은 제가 편집해서 그런지 남다르게 반응하게 되네요^^ 요즘 한국 소설 분야에서는 이렇게 긴 장편소설을 쓰는 게 드문 현상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이색적인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번 소설 읽으면서 새삼스러운 경험을 조금 했는데요, 이혁진 작가 특유의 묘사나 진술이 근래에 제가 읽거나 본 서사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상당히 일반적인 소설 언어였던 것이 요즘에는 오히려 특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요즘 제가 보는 서사물들은 상황에 대한 반응을 이처럼 길게길게 풀어 쓰지 않고 툭툭 흘리거나 던져 놓는 달까요.. 소설을 쓰고 읽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걸, 오히려 전통적인 스타일을 보면서 체감했어요.
그리고 저도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포함된 위픽 시리즈를 몇 권 갖고 있는데요, 실제로 읽은 건 문지혁 작가의 <크리스마스 캐러셀>밖에 없네요. <맡겨진 소녀>만 해도 한 권으로서의 책 개념에 크게 반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단편 1편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소설집이 한 권의 책이라는 관점과 단편 1편이 책이라는 관점은 사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소설 자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책의 개념과 범주에 대한 변화 혹은 사람들이 원하는 독서의 규모에 대한 변화 정도로 보여요. 7,8편을 통합하는 다른 차원의 층위가 그 작가의 세계를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믿었던 시대와 1편으로 감상되는 시대는 작가의 위상도, 독자의 필요도 확연한 차이가 있겠죠. 그 차이가 가져올 변화들이 앞으로 가시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런 변화를 비교적 '현상'으로 보자고 생각하긴 하지만, 단편 1편으로 된 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은 평가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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