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D-29
일본은 근성이니 장인 정신 같은 것을 신봉하는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걸 좋아한다.) 자기가 좋고 미치고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들을 따르는 분위기다. 그래서 동양에서 그렇게나 많이 노벨상이 나왔나?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사람은 지금 자기 모양과 자기가 앞으로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을 더 따른다. 따름을 당하는 삶은 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고생을 안 하고 무난하게 주로 살기 때문이고 부모 자신도 자식 걱정을 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특징이 없고 그 수도 많아 누가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비슷비슷하고 많아 기억 못 하는 것이다. 특이하지 않아서. (비슷비슷한 게 많은데 그 하나하나를 어떻게 기억하나. 하나가 전체 같고, 전체가 하나같은데. 나는 그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자기 위치를 정확히 하고 거기서 살라는 것이다. 남의 위치가 아닌 자기 위치에서. 더 나아가 남이 만든 틀에 자기를 끼워 맞추지 말고, 자기가 자신에게 맞는 틀을 만들어 거기에 최적화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맘껏 활동하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규율과 루틴을 만들어라.” 사람들은 남이 만들어놓은 툴(Tool)과 프로그램을 익히고 그걸 자기와 자기 일에 적용하느라 평생을 보낸다. 거기서 오류라도 나오면 그 툴의 잘못은 따지거나 생각도 못 하고 자신이 실수했다며 오류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구조적 문제인데도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며 자신을 더 닦달한다. 그 툴에 이미 내가 매몰되어 거기서 나올 생각을 못 한다. 개발자가 유저를 리모콘으로 원격 조정하는 셈이다.) 이렇게 자란 사람은 솔직히 공격을 덜 받는다. 이미 다수에 속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집단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은 그 다수에게 더 공격을 받는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자신을 모르면,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기억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적인 어떤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 매력은 무엇인가?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이다. (자기를 맘껏 살린) 불안하다고 다수에 들어가 색깔 없이 살지는 말아야 한다. 그럼, 그 속에서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도 허하고 다 살고도 여전히 허하다.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 태어나고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되는 것을 가능하면 일찍 포기하고 자기 뜻에 따라 사는 길을 택하는 게 낫다. 그런 사람은 자기 색깔이 뚜렷해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하기도 한다. (이게 안 맞는 사람은 또 그 안에서 살면 된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바깥의 사람에게 더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그들은 다수가 있는 안에서만 살아야 잘 사는 거라 착각할 수 있고 공격을 받아 상처 입기 쉽고 자신에게도 확신이 안 서 자신조차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수이면서 공격받기 더 쉬운 편을 들고 싶다. 이건 내가 무슨 튀고 싶은 공명심(功名心)에서 억지로 그러는 게 아니라 단지 그러고 싶어 그러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진정으로 사는 것이고, 그런 생활 속에서 뭔가 다수가 바라는(부수적으로) 사회적인 성취를 이룰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자신이 아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이 봐서 죽은 나를 평가할 때 두세 줄이면 끝난다. 아니,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그게 억울하면 글을 써서 자기를 거기에 집어넣어라.
생을 운명적으로 보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고 좀 고지식하고 안 변하는 사람들이 점을 잘 보고 미신을 더 잘 믿는 것 같다. 보수 지방인 경상도에서 그런 사람이 많고 점집이 많은 것 같고 그 지방 사람들이 더 잘 점을 자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인이 더 생을 운명적으로 보고 신사가 많고 밥 먹기 전에 신에게 고맙다고 하고 하여간 일상에 이런 미신적인 게 더 많이 스며 있는 민족이 일본인 같다. 아마도 사무라이에게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태풍이 많고 지진이 많아 잘못하면 금방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려 그런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의식 안 하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바로 심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여당 지도부가 험지 출마를 거부한 것은 자기 혼자만 희생양이 안 되겠다는 거고 그것은 그들에게 대통령실에서 뭔가 대안을 전혀 안 주고 대통령까지 믿지 않고 겉으로만 아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정권이 절대 믿을 건 못되는 정권이고 앞으로 정권이 바뀌면 자기의 희생을 없었던 것으로 여길게 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 정권은 정책이나 뭐 하는 일에 대한 지지층이 너무 빈약하다. 누구 하나 확실하게 믿는 사람이 없다. 실속도 없게 요란하게 왔다갔다만 하지 제대로 진득하게 챙기는 게 없다. 한 마디로 생각을 안 하고 움직인다. 그래 절대 믿음이 안 가고 나라의 국격은 계속 추락 중이다.
작가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일본 작가는 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마치 불륜이 보편화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글에다 펼쳐 놓는다. 우리나라라면 자기 검열에 걸려 표현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도.
대개 소설에서 주인공은 평범하다. 뭔가 이상하거나 뚜렷한 개성이 없는 무난한 사람이 대부분인데, 아마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 그런 것 같다.
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느라 머리로 갈 에너지가 배로만 가서 머리가 안 돌아 글이 안 써진다. 나만 그런가?
한국 소설가들은 인생에 대한 종합적인 통찰을 잘 말하지 않는데(아마도 잘난척한다고 욕을 먹을 것 같아 더 위악적으로 변하는 것도 같다) 일본인이나 소설가들은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기 통찰을 곧잘 글에다 쓴다. 나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내가 찾아내고 깨달은 통찰을 글에다 마구 쏟고 싶다.
아마도 일본인이 추구하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싫다고 외면하지 말라는 거다. 그것은 해결된 게 아니라 잠시 덮여있는 거니 언제든 나올 수 있으니 정면으로 맞서라는 것.
일본 소설에 성적인 게 많이 나온다. 그것에 호기심이 강하고 다른 이성이 뭐라 안 하고 그것에 많이 생각이 열려 있어 그런 것 같다.
글을 자꾸 쓰면서 자길 합리화하는 것 같다. 작가는 대개 내성적이라 사회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것을 치유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그러는 것 같다. 누가 자기에게 창피를 주고 그의 얘기를 듣고 심한 혼란을 겪었을 때 그것에 대해 작가는 아주 집요하게 물고들어져 결국 그 말을 한 자의 논리를 뭉개버린다. 이제 그는 틀리고 나는 옳은 것이다. 나는 그런 논리를 만든다. 그 말은 한 자는 어떻게 보면 작가에게 영감을 준 고마운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글을 계속 쓰면 정직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보기에 일본은 성에 최적화된 나라다. 그것의 글쓰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가 분단으로 승부를 거는 것처럼. 누구나 자기만이 특기가 있다. 그걸 살려야 한다. 그냥 썩히면 안 된다. 그럼, 잘못 사는 것이다. 자기를 살리는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게 나는 이 세상을 가장 잘 사는 법이라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도심을 가다보면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다른 동물들은 자기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 인간은 그런 것도 아니라 더 많아 보이나.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살아 있는 동물 중에서 지금은 안간처럼 많은 동물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수도권으로 몰려드니 더 많고 경쟁도 심해 겨우 하루를 버티는 거고, 자살자와 고독사가 속출하고, 모든 걸 포기하며 그냥 사는 것이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을 타파할 지도자는 그 능력이 너무 낮아 할 생각도 못하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고 한다. 진짜 한심한 정권이다.
내가 주로 가는 곳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처럼 인천선이고 서울지하철 역을 찾아 그것도 한가한 역을 찾아 일부러 간다. 승강장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거기엔 500원 하는 자판기 커피가 있다. 여름엔 더 좋다. 시원하기 때문이다. 조명도 책 읽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 승객도 별로 없다. 내가 일부러 붐비는 시간을 피한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30분 사이에 그곳을 일부러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시외버스 정류장에 일부러 가서 (남부터미널이나 인천 터미널) 특히 승차가 아닌 하차 하는 곳으로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우아하고 한가하게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앞에 놓인 TV에서 가끔 뉴스를 보기도 한다. 전엔 그래도 여기에 시골서 오는 사람을 마중 나온 사람으로 붐볐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도 사라져 더 한가해졌다. 이렇게 나는 옛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더 한가해진 곳을 주로 찾는다. 나만의 시간과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
아직 결혼을 못했거나 이혼을 해서 여자와 늘 같이 있지 않으면 섹스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 나중엔 어떻게 해여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는 방법을 모르고 여자의 몸에 대해서도 점점 잊혀진다. 남자가 이러니 더 제약이 믾은 여자는 섹스를 더 못 할 것이다. 그러니 불감인 여자들이 그렇게 많아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자는 남자와 사랑하고 섹스하고 그에게서 받고 그래야 웃음이 더 많아지고 몸매도 콜라병으로 변하고 피부도 좋아지고 점점 예뻐지는데 그게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하여간 지금 결혼한 상태여야 남녀가 많이 섹스를 한다. 공식적으로 얼마든지 섹스를 해도 좋다고 사회가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돈으로 사야 하고 상대도 나도 사회가 인정한 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 행위 자체를 맘대로 즐기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 섹스를 즐기는 것에 있어, 지금 결혼한 상태일 때가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인간들은 놔둬도 잘 산다. 남에게 상처입히고 사기를 치는 등 자기에게 유리에게 합리화도 잘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돕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다. 뭔가 자기에게 떨어질 떡고물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들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를 많이 입고 감수성이 강해 더 아픈 사람들을 위해 평생 글을 써야하는 사명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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