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D-29
"오늘날까지 나에게 강요하는 총독이나 주인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속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남을 위해서 일하는 데 어설프고 쓸모없으며, 나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이 구절에는 그의 진정한 동기가 부분적으로나마 나타나 있다. 그가 살고 싶은 것은 자신의 삶이었다. 비현실적인 사람이 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천성적으로나 인위적으로나 극도로 게으르고 자유분방한” 것이 그가 스스로 요약한 자신의 성격이었다. 그는 “자유와 나태”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8장, 251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나는 아무것에도 관심 두지 않고 편안하게 살게 되기만 바랄 뿐이다.” 파스칼은 이 한 줄의 문장을 읽을 때 혈압이 무척 올라갔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8장, 252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9장 즐겁게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라 “몽테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는 그 어느 쾌락보다 대화 나누기를 즐겼다. 그는 귀나 입을 잃는 것보다 눈을 잃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대화하기를 좋아했다. 대화가 책보다 좋기 때문이다.”(255p) -> 전 확실히 책 때문인지 눈을 잃는 것보다는 입을 잃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몽테뉴와 저와 다른 점이네요. 몽테뉴는 아마 "E"였던 게 아닐까요 ㅎ "몽테뉴는 공개 토론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나 신앙과 아무리 차이가 있더라도 어떤 주장에도 놀라지 않고, 어떤 신앙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환영했다. 그러면 더욱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열리고 자신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256p) ->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몽테뉴님 리스펙! "관용, 다양성, 오픈마인드"는 책에서 읽었을 때는 좋고 이상적인 거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저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거나 조금 화가 나기도 한다는 걸, 전혀 다른 정치관/인생관/가치관/젠더관/종교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평정심을 잃거나 상대에 대한 호감이나 애정을 갖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 "차별과 관용"을 다룬 책을 그렇게 읽었건만 현실에서 이상은 파스스 김가루처럼 부서진다는 걸 - 현실에서 실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몽테뉴는 ‘광기’라는 말은 단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본성적으로 사악하고, 피비린내 나고, 음흉한 자들이 이런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하자” 무자비한 만행은 그 자체만으로 나쁜 것이다. 흥분된 상태였다는 변명은 무자비한 만행을 더욱 나쁘게 만든다. 그는 신이 그렇게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폭력을 헌신의 증거로 요구한다고 믿는 광신도들의 광적인 신앙을 무엇보다도 개탄했다. 몽테뉴는 잔인함이 역겨워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9장, 268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여러가지 불편한 공동 있을거 가타요
10장 ‘습관’이라는 잠에서 깨어나라 이 책에서 몽테뉴를 다른 철학자와 관련해서 쓰는 부분이 맘에 듭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에 “관계성”을 적용해서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 주는 듯해서 좋아요. 몽테뉴를 통해 니체를 소개받는, 소개팅에서 사라 베이크웰에게 몽테뉴를 소개받는 느낌이랄지요~ 7장에서 몽테뉴를 파스칼, 데카르트, 니체와 연관시켜 쓴 데 반해 10장에서는 루소 얘기가 나옵니다. "루소의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면, 그는 몽테뉴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몽테뉴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몽테뉴는 어떤 말을 하다가 옆길로 살짝 새는 경향이 있어서 원시인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모르지만......”이라는 말이 중간에 끼어들기 때문이다."(287p) “나는 야만적이고 끔찍한 그런 행동을 보는 것이 유감스럽지는 않다. 진정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그들의 잘못은 제대로 보면서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는 사실이다.” 몽테뉴는 독자들이 눈을 뜨고 살펴보기를 바랐다. 남아메리카 사람들 자체가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몽테뉴와 그의 동포가 “적절한 시각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기만족의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데 이상적인 거울일 뿐이다.“(283p) "낭만주의자들이 몽테뉴와 결별하자 몽테뉴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갖지 못하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다소 반항적이지만 개방적인 해답인 “습관의 잠에서 깨어나라”는 초기 낭만주의 시대부터 차츰 민중을 선동하는 슬로건, 더 나아가 혁명적인 슬로건으로 탈바꿈했다. 낭만주의 시대 이후에는 몽테뉴를 냉철하고 품위 있는 헬레니즘 지혜의 근원으로 보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때부터 독자들은 그를 끊임없이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영원히 야성적인 면을 갖게 된다."(291p)
7장(의문을 품어라)의 철학 이야기가 저에게는 무척 형이상학적이라 조금 어려웠다면('에포케' 하나 건졌습니다!!), 8장과 9장은 쉽게 읽었습니다. 각 장이 서로 모순되어 보이면서도 공감가는 내용이고 현재의 제 삶의 태도와 비교해서 읽기 좋았어요. 에세의 'On cruelty'와 'On cannibals'은 꼭 따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일은 자신의 관점에 달렸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책의 절반인 10장까지 온 지금, 저 인용구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몽테뉴”라는 이름 또는 <에세> 라는 책의 운명은 후대인들의 관점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올려치기와 내려깍기를 반복한 결과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요구할 때 몽테뉴의 이름은 호출되기도 하고 누구누구와 비교되기도 하고, 또 시대가 허락하지 않을 때는 <에세>가 금서가 되기도 하고.. 이와 더불어,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지금 21세기, 즉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라 베이크웰이라는 렌즈를 통해 몽테뉴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나름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몽테뉴는 진짜 어떤 인물이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가, 영원히 알 길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짐작할 수 있는 건 몽테뉴가 21세기가 살았다면, 온라인 글쓰기를 엄청나게 해대는 인플루언서나 SNS 네임드 자리를 꿰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 책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변화의 세기> 읽을 때 @YG 님이 추천해주신 임명묵의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할 무렵 이러저러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해서 대략적인 것은 아는 내용이지만, 임명묵 작가가 글을 참 잘쓰시네요. 게다가 러시아처럼 초초초광대한 나라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공이신 서아시아나 중앙 아시아 관점이 - 코카서스,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 꽤 포함되었다는 느낌적 느낌은 있습니다. 발트 3국의 관점은 또 다를 텐데요 —> 제가 방송듣고 책 앞부분 읽는 중이라 조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입문용은 아닌 것 같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할 만한 심화용인 것 같던데, 책걸상 방송 듣고 정리한 다음 읽으라고 권장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샹트페테르부르크 = 동탄 신도시는 절대 아닌 걸로 ^^;; 수년 전에 여행같을 때 너무 아름다운 문화예술 고도여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자유주의의 황혼, 그리고 러시아의 귀환임명묵 작가의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두 권의 인상적인 전작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신예 인문/사회과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탄탄한 전문성과 필력으로 러시아라는 세계를 탐구해 나간다.
이 책 좋죠? 저는 읽고서 좋아서 여러분에게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읽는데 자꾸 자버려서 못 읽겠어요. 겨울뱀이이라 동면에 들려느봐요. 지금은 채팅보면 이 책에 정붙어 보려고요. 소설 장르는 외에는 유아수준이라 ㅎㅎ 어떻게 하면 재밌게 읽을지 매일 궁리중입니다.
다들 좋은 후기를 많이 남겨주시잖아요. 후기만 따라 오셔도 나중에 다시 읽으실 때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18일)은 11장 '절도 있게 살라' 내일(12월 19일)은 12장 '인간성을 지켜라' 두 장을 읽습니다. 이번 주에도 평일 기준 매일 한 장씩 읽을 예정이니 독서 일정에 참고하세요. 11장은 18세기 말, 19세기 초에 낭만주의자(조르주 상드 같은)에게 몽테뉴가 미친 영향이 나옵니다. 그리고, 12장에서는 9장에서 잠깐 나온 프랑스 종교 전쟁(내전)의 양상과 몽테뉴의 처신이 나와요. 하! 직접 읽어보시죠. 정말 인간이라는 종은!!!
Montaigne's cannibal Stoics fitted perfectly with a new fantasy figure: that of the noble savage, an impossibly perfect being who united primitive simplicity with classical heroism, and who now became the object of cult.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10. Wake from the sleep of habit,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10장 몽테뉴의 식인종에 대하여가 루소에 미친 영향과 11장 낭만주의자들의 몽테뉴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르도 지방에 갈 일이 있다면 몽테뉴의 성에 들러보고싶기도..) 이런 통시적인 접근이 이 책의 매력인것 같아요. 11장 마지막 부분에서 "His passages about moderation and mediocrity must be read with one eye always to the French civil wars....." 라면서 다음장으로 우아하게 넘어가는 부분도 좋았구요. (바로 이어 읽지 않을 수가 없구만! 하면서...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20일)은 13장 '아무도 한 적이 없는 것을 해보라' 내일(12월 21일)은 14장 '세상을 보라' 두 장을 읽습니다. 13장에서는 『에세』의 출판과 몽테뉴가 셀럽(?)이 되는 이야기, 그리고 14장에서는 몽테뉴의 여행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부분은 약간 빌 브라이슨 여행기 느낌도 나는데요. @소피아 님 말씀처럼, 몽테뉴가 21세기 사람이었으면 초초초 인플루언서로 활동했을 거라는 말씀에 고개 끄덕입니다. :)
11장, 12장 완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읽다가 잠들어버렸지만 ^^;; YG님이 알려주신 대로, 프랑스 내전에 일어나는 동안 몽테뉴는 어떻게 지냈을까에 대한 해답을 12장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그 일을 묵묵히 해나갔더군요. 진정 “자기에게만 특별히 있는 자아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싸움”을 했던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에 영화 <여왕 마고>에서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이 얼마나 잔인하고 피비린내나는 광기였는지 보았는데, 영상 전체가 붉은 핏빛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였어요. 12장을 읽으니 몽테뉴가 왜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한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서, 12장에서는 두 명의 문제적인 인물도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앙리 3세와 그의 어머니이자 메디치가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입니다. 특히, 앙리 3세는 소매 4개달린 셔츠와 잠옷을 유행시킨 빌런인가요? ^^
몽테뉴는 점성가들이 지금 "엄청난 변혁과 변화가 임박하였다고 경고하지만, 이들은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인생은 거의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계속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가볍게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전쟁, 권력, 전제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생명과 그 생명의 소중한 본질인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시대를 겪어본 사람만이 집단적 광기(herd insanity)의 시대에 내면적인 자아를 유지하는 데 용기와 정직, 투지가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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