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D-29
Knowing that the life that remained to him could not be of great length, he said, 'I try to increase it in weight, I try to arrest the speed of its flight by the speed with which I grasp it... The shorter my possession of life, the deeper and fuller I must make it.'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 Pay attention,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8일)부터 주말(12월 9일, 12월 10일)까지는 4장 '책을 많이 읽되, 읽은 것을 잊고 둔하게 할아라'와 5장 '사랑과 상실을 이겨내라' 편을 읽습니다. 이 두 장에는 정보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요. 다들 책 읽기를 좋아하시니 4장을 보면서도 '아!' 하실 만한 대목이 많으실 테고, 5장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와 몽테뉴와의 우정은 아주 유명한데요. 저는 특히 5장이 감동적이었어요.
5장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에티엔 드 라 보에시의 논문(「자발적 예종론」)은 국내에서도 『자발적 복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책이 나왔어요. 저는 손주경 선생님 번역을 권합니다.
자발적 복종(b판고전 19)(반양장)▶ 조직심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문서적입니다.
자발적 복종 - 개정판2004년에 초판이 발간된 <자발적 복종>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어 하나의 준거로서 활용되어 왔다. 특히 홍세화 선생이 우리 사회의 사회구조적 부조리를 질타할 때 우리가 지닌 ‘자발적 복종’의 기제를 강조하면서 이 책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4장은 책장을 덮으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몽테뉴는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방금 읽은 내용을 금세 잊어버린다고 말했다.”(103p) “배운 것을 될 수 있으면 잊어버려라.” “우둔한 사람이 되라.”(110p) 모임에서 읽은 책을 소개해야 하는데 <짓기와 거주하기>란 책을 분명 읽었는데, 막상 소개하려니 아무 기억이 안 나서 ‘독서에 대한 회의와 무용론 혹은 제 기억력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4장엔 몽테뉴가 21세 때 시작되어 그가 죽은 후에 끝나는 “프랑스 내전”(1562-1598)에 대하여 긴 설명이 나옵니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역사? 종교개혁?이라는 생각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몽테뉴의 삶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내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옆길로 새는 것이 몽테뉴의 특징이자 작가(사라)의 기법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샛길로 빠져 자기 의심, 자기 인식,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뿐만 아니라 모든 주제에 접근하는 몽테뉴 사상의 특징이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4장,119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몽테뉴 하면 성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는 정적인 인물을 상상했는데요. 4장에서는 이런 상상과는 전혀 다른 그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두 가지 사건이 나옵니다. 첫 번째 페리괴 출신 법관들의 급여삭감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표로 선출된 일, 두 번째 데스카르-라주바통 사건 때 피소된 사람들의 대표로 나서서 활달하게 의견을 표명한 일입니다. 젊어서였을까요? 아님 글과 현실 사이의 괴리일까요? “그 사건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었으나 <에세>를 차분하고 신중하게 쓰는 작가의 모습, 또는 책을 읽다가 잠들어버린 사람으로 청년 시절의 자화상을 그린 몽테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람은 ‘활달’하다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법정을 갑자기 들락날락하고, 입증할 수 없는 혐의를 제기하고,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정도로 제멋대로 지껄이는 사람이었다.” (133p) 사라 베이크웰 문체의 특징 중 하나일까요? 4장에서는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상한”(저에게 “이상한”은 긍정적인 의미가 더 큽니다.) 구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르도 시청 기록에 나타난 몽테뉴의 몇 가지 동정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이상한 사건이 그때 일어났다.”(132p) 이런 문장은 추리 소설을 읽는 듯이 궁금해서 책에 빠져 읽게 했습니다. 이런 구절은 5장에도 나옵니다. 갑자기 문단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 사건은 1563년 8월 9일 월요일에 시작되었다.”(153p) 뭔가 카뮈의 <이방인>인가 <페스트>인가의 첫구절처럼 강렬하지 않나요? 찜찌름 하지만 불안초조! 어떤 사건이 곧 벌어질 것만 같아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않고는 못 견디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저도 샛길로 빠졌습니다.ㅠ
느림과 건망증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현명한 해답이었다. 느림과 건망증은 적절한 위장막이었으며 사려 깊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4장,134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정치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5장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4장까지는 이 책에 대하여 ‘잘 모르겠’...하며 있었는데요. 5장은 깊이 빠져들어 밑줄을 쳐가며 휘리릭 읽었습니다. 폭정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소크라테스와 알카비아테스의 관계“에 비유되는 라 보에시와의 관계나 나중에 <자발적 복종>이 몽테뉴가 쓴 건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부분에선 음모론적 추리에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정치사회학의 랭보“라는 라 보에시에 대한 찰떡같은 표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맘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이런 작가에 비유해 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1)라 보에시 “두 사람은 서로 크게 다른 면이 많았지만, 퍼즐 조각처럼 서로 꼭 들어맞았다.”(137p) “우리의 영혼은 완벽하게 서로 어우러지고 뒤섞여 두 사람이 결합한 이음새가 지워져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140p) (2)자발적 복종 “폭정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만큼이나 심오하다.~ 백성은 폭군과 사랑에 빠져 의지를 잃어버린다.”(142p) “폭정은 복종과 지배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 대중이 기꺼이 자신을 포기하면, 폭군은 대중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사정없이 빼앗아버린다.”(143p) “몽테뉴도 <자발적 예종론>이 주장하는 정치에 대한 ‘조용한 거부’에 공감했다. 그는 학정에 대항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정신적인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했다."(146p)
모든 면에서 자기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좋아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여행 내내 그런 사람을 무척 그리워했다.” ~ “사람은 피부와 살 일부를 떼어내지 않고서는 떨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과 착 달라붙어 어울려서는 안 된다.”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은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5장,161p,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상실의 아픔이 두렵긴 하지만, 몽테뉴에게 라 보에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5장에는 강렬한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5장까지 읽었습니다. @YG 님이 왜 몽테뉴를 16세기 인물로 말씀해주셨고 이 책을 16세기 부교재로 추천하셨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몽테뉴의 수상록은 격언이 주된 내용이어서 이 책도 목차만 보고 비슷한 책인가 했는데 안에 내용을 보니 몽테뉴의 생을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럽게 16세기 사건이 나오니 흥미진진 합니다. 역사 공부도 하고 한해 정리도 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4장으로 돌아가서 책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장이었습니다. 저도 너무 책만 읽는걸 경계하는 편이지만 책에 내용을 너무 맹신하는 경우도 있고 권위에 의해서 읽어야 할거 같은 책들을 억지로 잡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장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추가로 몽테뉴의 인생을 바꿨다는 <변신이야기>는 아직 안읽어 봤는데 읽어보고 싶고 플루타르코스의 작품도 사뒀는데 읽지 못해서 읽어야겠습니다. 5장은 친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둘이 서로 잘 맞아서 그런 우정을 유지할수 있었던거 같고 몽테뉴라는 사람을 만든것도 친구의 영향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58. 르네상스 시대에는 무슨일이든 혼자 겪는 법이 없었다. 특히 임종이 그랬다. 이 부분이 르네상스 시대엔 왜 같이 할려고 하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긴 했습니다. 아직 개인주의가 안나오는 시점이라 그럴까요? 위어드나 변화의세기 다시 봐야겠습니다.
피에르는 무슨일이든 “맹렬하게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다. 이 말은 몽테뉴가 평생 신조로 삼은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P.103,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4장은 돌아서면 읽은것을 잊어버리는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5장 몽테뉴와 라보에시의 우정은 감동적이더군요. 감정 뿐만 아니라 지적인 교류까지 할 수 있는 또 다른 나(alter ego)와 같은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작가가 소금세 폭동, 위그노 전쟁 등을 비롯해 알려주는 16세기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은 몽테뉴의 글을 이해하고 지금 시대에 그를 다시 소환하여 읽는 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 느낍니다.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좋은 글들이지만요) 부패한 가톨릭에 대항한 종교개혁은 신교와 구교간의 유래없는 야만적 폭력이자 종교에 의한 살육이라는 부조리로 이어졌고, 이런 혼란한 시대상황에서 몽테뉴는 글을 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의 정신의 자유 찾기라는 면에서 지금 제가 살고있는 현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몽테뉴의 글을 더 새기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11일)과 내일(12월 12일)은 6장 '작은 요령을 부려라'와 7장 '의문을 품어라'를 읽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평일 기준 한 장씩 읽고, 주말에는 주 중에 못 따라간 분들을 위해서 여유를 가지면 좋겠어요.
배려심이 넘치시네요. 아애 늦게 시작한게 아니라 금방 따라 잡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한 템포 앞서서 재독하면서 가이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새로 읽는 책 같죠? 독서 일기를 살펴보니, 딱 5년 전인 2018년 연말에 이 책을 완독했었더라고요. 심지어, 여기저기 포스트 잇도 붙여 놓았던데. 포스트 잇 붙여 놓은 대목도 새롭습니다. 저도 @모시모시 님을 비롯한 여러분처럼 4장 읽으면서 위로가 되었답니다. :)
저도 여러분에게 권하면서 다시 읽기를 잘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5년 전에는 눈에 안 들어왔던 대목이 마음에 많이 박히네요.
몽테뉴가 『자발적 예종론』을 읽고 왜 그렇게 저자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담한 작품이었다. 몽테뉴가 동의하든 말든, 그 작품은 몽테뉴를 놀라게 했다. 습관적인 권력에 대한 그 책의 설명은 『에세』의 핵심 주제가 되었으며, 역사서와 전기물을 읽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라 보에시의 견해는 몽테뉴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작품에 담긴 순수한 지적 대담성과 사고 능력도 몽테뉴에게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p. 144 ,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방금 7장을 마쳤습니다. 매 장마다 너무 좋네요. 평소에 생각하던 지점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뉴욕타임즈 북섹션에<By the Book>이라는 작가들을 인터뷰하는 칼럼이 있는데, 거기에 항상 등장하는 질문 중에 “문학 디너 파티를 마련하는데, 생존 작가 혹은 고인이 된 작가 중 3명만 초대할 수 있다면 누구를 초대하겠냐”는 물음이 있어요. 그 질문을 볼 때마다 최애 작가와는 현실에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와- 이 책을 읽으면서 “몽테뉴를 초대해서 이 책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렇게 되버렸습니다. 몽테뉴랑 대화하려면 듀오링고 프랑스어라도 도전해야;;; 이게 내가 지금 몽테뉴에게 끌리는 건지, 저자인 사라 베이크웰에 끌리는 건지 혼란스러워서 아무래도 <에세>를 읽어봐야 겠다, 싶습니다.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로 <에세> 3권 세트 들여야 하나? 이러면서 인터넷 서점 들락날락 하고 있습니다. 하아 -
밑줄 친 부분이 벌써 151개라고 나오는데.. 다 제쳐두고, 인용문계의 만능 간장 (혹은 만능 다시다? 만능 조미료 연두?), 궁극의 인용문을 만났습니다!! “에포케 epokhe” (마치 고대의 ‘유레카’ 같군요) 여기저기 사방팔방 모든 경우에 다 사용해버리겠어!! 하면서, 짤이라도 찾으려고 구글 이미지 검색했는데, 왜 선글라스 이미지만 왕창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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