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끝냈는데 사라 베이크웰의 표현대로 굉장히 personal한 글이었어요. 시대적 상황의 유사성에서 오는 유대를 바탕으로 저자는 끝없이 몽테뉴에게 말을 겁니다. 베이크웰의 책이 몽테뉴를 중심으로 탄탄한 리서치를 무기삼아 여러 갈래로 '발산'하는 느낌이라면, 츠바이크의 글은 좀 더 뜨거우면서도 파고드는 느낌이었어요. 몽테뉴는 양 극단 중 택일을 강요하는 분열의 시대가 올 때마다 계속 소환되어 읽히고 재해석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4장 몽테뉴의 여행 이야기 너무 재미있지 않았나요?
현지 문화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체험욕구, 문화상대주의 패치 장착 등 여행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있었네요. 몽테뉴의 여행이야기만 단행본으로 해설달고 나와도 보고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D-29
모시모시
바나나
여러분들의 위시리스트를 엿보는게 역시 책모임의 재미로 빼놓을수 없네요. 주말엔 역시 소설이죠!! 저는 이 세권을 읽을 예정입니다.
진실에 갇힌 남자데이비드 발다치의 신작 장편소설로, 갑작스레 맞게 된 일가족의 죽음을 날마다 생생하게 떠올려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를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던 베스트셀러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후속작이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 이언 매큐언 데뷔 40주년 특별기념판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이자 한 세대에 걸쳐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독보적인 작가 이언 매큐언. <첫 사랑 마지막 의식>은 1975년 발표한 그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으로 서머싯 몸상 수상작이다.
맡겨진 소녀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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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12월 25일)은 16장 '철학적인 사색은 우연한 기회가 있을 때만 하라'를 읽습니다. 16장과 17장에서는 몽테뉴의 『에세』가 프랑스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있는 동안 영국에서 영문학에 미친 영향을 훑습니다. 16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서 활약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몽테뉴의 『에세』가 미친 영향은 널리 알려진 일이고요. 몽테뉴의 『에세』는 제임스 조이스, 그리고 최근까지 부커상이나 노벨 문학상의 중요한 수상자나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작가와 작품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답니다. 무슨 영향인지 오늘(12월 25일)과 내일(12월 26일) 16장, 17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YG
이번 주는 25일부터 29일까지 16장부터 20장까지 하루 한 장씩 읽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독서 일정에 참고하시고요. 내년(2024년) 1월에도 벽돌 책 읽기 계속해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저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30주년 개정판이 나와서 널리 홍보하고 많은 사람이 찾아 읽는 것을 보고서, 약간 심통이 났어요. 왜냐하면, 그 책보다 훨씬 좋고 시대 정신에도 부합하는 책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예를 들어, 『사람을 위한 경제학』(반비) 같은 책이요. 이 책의 저자 실비아 나사르는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내려는 경제학자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기가 막힌 필력으로 20세기 경제학자의 집단 평전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0여 년간 나온 일반 독자를 위한 경제사 책으로는 최고로 꼽는 책인데, 제목이 심심해서인지 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속상했던 것이죠. 1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816쪽) 후보로 올려두니 한 번 살펴보세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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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네네~ 있습니다. YG님 덕분에 2023년 하반기 벽돌책 몇권 독파해서 뿌듯해요. 이 모임 계속해주시면 좋겠습니 다 + 감사합니다.
모시모시
여기 한 명 추가요! 위 책도 살펴봤는데 흥미롭네요. 이런 책들은 어찌 다 아시는건지 감탄만....
소피아
듣도 보도 못한 책인데 ^^ 재미있어 보여요! 실비아 나사르 검색하니 <뷰티풀 마인드>가 가장 먼저 나오네요? 이 분이 바로 그 분입니까? 이 분은 천재들을 추적하는데 관심이 있으셨나 봅니다. 근데 이름 스펠링이 Nasar인데 왜 ‘네이사’로 나오는 건지..?
YG
네, 이 분이 바로 그 분 맞습니다. 영화 때문에 전작은 아주 유명해졌는데, 이 책은 영 알려지지 않아서 속상했어요. 정말 매력적인 경제학자들이 시대 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 속에서 지난 100년의 역사가 모자이크처럼 그려지는 그런 책이거든요.
시어러
저도 추가해주세요 벽돌 책들이 흔한 책들이 아니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안볼책이어서 좋습니다. 소개해주신 경제학 책도 흥미가 갑니다.
모시모시
“ Montaigne and Shakespeare have each been held up as the first truly modern writers, capturing that distinctive modern sense of being unsure where you belong, who you are, and what you are expected to do. ”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Ch.16,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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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좋군요. 맡겨진 아이는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인데...두권 가지고 있다가 그계절에 열어보면 좋겠어요. 무심히 넘기다가 마지막에 눈물 줄줄이었어요.
소피아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가서,
14장, 15장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15장은 몽테뉴가 어떻게 한 인간으로서 자기자신을 지키면서 참혹한 시절을 보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공기가 희박하고 추락하면 위험할 수 있는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건 기질 덕인지 아니 면 수양 덕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다다르기 힘든 경지이니까요. 왕이 보낸 편지도 미루고 미루다가 방금 받았다고 답장 보내는 데선 피식 웃게 되더라구요. 공적 자아로서의 몽테뉴는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 내전만도 너무 힘든 상황인데 기근에 페스트라니, 어휴 이 시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을지.. 역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몽테뉴가 명령대로 보르도 시장 이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는 19세기 낭만주의자들 부분에선 울컥해서, ”야, 니들이 팬데믹을 알아? 쿼런틴 몰라?” 내적 샤우팅 쏟아지기도 했구요.
모시모시
하하. 내적 샤우팅에 공감하며... 역시 판데믹 전후로 이 부분에 대한 현대인들의 공감도가 달라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가 흔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15장을 읽고 몽테뉴가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공무원이 되느냐.... 에 답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 느꼈습니다.
소피아
무뚝뚝하고 권력에 연연하지 않으며 자신의 자유를 단호하게 지키려는 모습과 똑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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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12월 27일)은 어제(12월 26일)에 읽었던 17장 '성찰하되 후회하지 마라'의 마지막 문장에서 등장하는 마리 드 구르네가 주인공인 18장 '통제를 포기하라'를 읽습니다. 18장은 분량이 조금 되어서 사실 이 장을 넘기면 완독한 것이나 다름 없어요. 19장은 몽테뉴의 노년, 20장은 그의 최후를 다루는 짧은 분량의 글이거든요. (하지만 여운은 깁니다.)
특히 18장에서는 몽테뉴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에 그의 딸, 제자 무엇보다도 정신적 동반자가 된 마리 드 구르네의 활약과 그가 편집한 1895년 판본을 둘러싼 우여곡절을 다룹니다. 흥미진진합니다!
YG
참, 17장 '성찰하되 후회하지 마라'는 제 삶의 신조이기도 합니다. 원래 저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서, 5년 전에 읽을 때도 아주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himjin
15장 너무 잘하지는 마라
"두 사람은 이 위기(정치쿠데타)에 대처하는 법에 대하여 언쟁을 벌였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맞설 것인가, 아니면 바이약과 접촉해서 그를 설득할 것인가. 다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티뇽과 몽테뉴는 과감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자비를 베풀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라고 결정하였다."(361p)
이 부분은 읽으면서 영화 <서울의 봄>이 생각났습니다. 역사에 "if"는 없다고 하지만, 전두광에게 어떻게 대응했던 게 좋았을까란 질문이 자꾸 떠오르네요 ㅡㅡ::
"몽테뉴는 당파 사이에 끼어 정치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적대적인 당파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원만하게 대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양측에 도를 넘지 않게 호의를 보여서 어느 쪽도 나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만 처신하면 된다.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 그리고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지도 마라. 몽테뉴의 방침은 맡은 일을 잘하되 너무 잘하지는 말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365p)
몽테뉴 - 처세술? 정치적인 기술이 뛰어난 듯, 중간에서 애매하게 잘못하면 양쪽에서 공격받고 모두에게 욕을 얻어먹기 쉬운데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까딱 잘못하면 "훅" 굴러떨어지기 쉬운 포지션인데, 아래 구절처럼 최고의 권력자들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했다고 하니 몽테뉴가 더 대단해 보이는 듯요.
"그는 시장직을 사임한 후에 오히려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을 향하여 공기가 희박하고 추락하면 위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점점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그 시대에 가장 강력한 인물들 사이를 오가며 교량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앙리 드 나바르 그리고 이제는 곤경에 빠진 국왕의 모후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일하게 되었다."(381p )
"샤를 9세가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을 준비하며 기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앙리 3세도 암적인 존재를 도려내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즈가 죽자 동맹파는 더욱 과격해졌고, 파리에서 새로 결성된 혁명 단체 ‘40인 평의회’는 앙리 3세가 폭군이라고 선언하였다. "(392p)
himjin
16장 철학적인 사색은 우연한 기회가 있을 때만 하라
1.번역에 따라 얼마나 글이 다르게 보이는지 알 수 있는 사례
“ "우리 독일 사람들은 술에 흠뻑 취해도"라는 말을 플로리오는 "술을 진탕 마시는 우리 멍청한 독일 사람들은 컵에 거꾸러지다시피 쥐새끼처럼 술에 취해도"라고 옮겼다.”(405p)
2."이중성"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나요?
“몽테뉴는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내면적으로 이중성이 있다"고 쓰기도 하고, 자신을 묘사할 때 "수줍음을 잘 타면서도 버릇없이 굴기도 하고, 순결하면서도 음탕하기도 하고, 수다스러우면서도 말수가 적고, 억세면서도 예민하고, 영리하면서도 어리석고, 무례하면서도 사근사근하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진실하고, 박식하면서도 무식하고, 자유분방하고, 인색하면서도 낭비벽이 있다."고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형용사를 마치 연극에서 독백을 하듯 마구 쏟아냈다. 그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모든 사정과 결과에 대해서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407p)
3.몽테뉴에게 영향을 받은 - <트리스트럼 샌디> <피네간의 경야> 그 외 수많은 에세이들...
“이 두 사람에게는 글쓰기와 인생을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샛길로 가지 치고 지류로 갈라져 물 흐르듯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이다. 스턴과 몽테뉴는 끊임없이 글의 소재를 만들어내는 세계와 꾸준히 관계를 맺었다. 왜 글쓰기를 중단해야 하는가?”(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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