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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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철학적으로 대답하고 싶으면, ‘나는 판단을 보류한다’ 또는 ‘에포케’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내가 딛고 선 자리는 너무 휘청거리고 불안정해서 흔들거리고 미끄러질 것 같으며, 내 눈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고, 뱃속이 비어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밥을 먹고 난 후의 내 모습과 전혀 딴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내 건강 상태가 내게 미소를 짓고 햇살이 밝은 아름다운 날에는 내가 멋진 친구가 되고, 발가락에 티눈이 생겨 괴로우면 나는 무례하고 불쾌하고 접근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p. 193,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Stoics and Epicureans shared a great deal of their theory, too. They thought that the ability to enjoy life is thwarted by two big weaknesses: lack of control over emotions, and a tendency to pay little attention to the present.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6.Use little tricks,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13일)과 내일(12월 14일)은 8장 '나만의 뒷방을 마련하라'와 9장 '즐겁게 어울리고 더불어 살라'를 읽습니다. 8장에서는 앞에서 몽테뉴에 대해서 호감을 가졌던 분들이 깰 만한 내용이 나와요.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건 실망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9장에서는 또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궁극의 인용문’ - “에포케”가 (몽테뉴에 대한 판단 보류) 필요한 거였나요? ^^ 제가 위에서 언급한 디너파티에서 몽테뉴에게 8장에 나온 내용으로 비난하면, ‘그래서 내가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고 했다’고 응수할 것 같습니다. ㅜㅜ
몽테뉴는 성스러운 구원의 신비에 대하여 냉담했다. 세속적인 도덕률, 즉 자비심과 잔학 행위라는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다. 현대 평론가 데이비드 퀸트의 말대로, 몽테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의 죽음이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를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지 말라'는 정도로 해석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198쪽,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7장에서 고양이를 놓고서 몽테뉴가 했던 사유는 놀랍지 않으세요? 이 대목은 몽테뉴 연구자 사이에서도 자주 얘기되는 것이니 기억해 두셔도 좋을 듯해요.
7장의 동물 부분들 재미있었어요. 고양이는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지만 고양이 얘기를 강아지로 바꿔서 이해해도 무방하고, 개가 꿈꾸는 것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는 ‘오, 이 분 개를 키워봤거나 가까이서 오랜 시간 관찰한 티가 나는 걸’하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잠꼬대하는 개의 모습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모두 있을테니까요. 특히, 천문학 + 기하학 + 산술, 트리플 콤보 지식이 있는 다랑어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니네가 나보다 훨씬 낫다, 이러면서…
몽테뉴는 골똘히 생각했다. '고양이와 놀고 있을 때,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서로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며 함께 논다. 내가 장난을 걸거나 장난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지만, 고양이가 장난을 걸거나 장난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다.' 그는 자신의 관점에서 고양이를 보는 동시에 고양이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기도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5쪽,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몽테뉴와 고양이가 상호 작용하는 장면은 『에세』에서 가장 매력적인 순간이자 중요한 순간이다. 이 장면에 모든 존재가 이 세계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은 피조물마다 다르다는 그의 믿음이 담겨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5쪽,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7장을 읽으면서 철학사에 밝으신 분들은 몽테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현대 철학의 여러 중요한 주제를 선취한 사상가(철학자)로 여기고 싶은 욕심도 들었을 텐데요. 저는 몽테뉴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철학자 서동욱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서 선생님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 들뢰즈 전문가로 유명한 분인데요. 이참에 책들을 몇 권 소개합니다. 이 가운데 『타자 철학』(반비)은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벽돌 책 가운데 하나인데, 제가 현대 철학사 책을 가이드하기에는 깜냥이 모자라서 주저하고 있답니다. (서동욱 선생님을 한 번 모시고 읽어야 할까요?)
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현대철학에 대한 쉬운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서동욱의 독창적인 에세이다. 쉽게 썼지만 현대철학이 품고 있는 깊이를 무시한 채 단순화하고 도식화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통해 철저히 소화된 이야기만을 실었다.
타자철학 - 현대 사상과 함께 타자를 생각하기철학자이자 비평가이자 시인으로서 다방면에서 사회와 호흡해온 서동욱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타자철학』은 “현대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원”에 자리한 “타자의 상처”(16쪽)를 함께 사유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생활의 사상철학자이면서 시인,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서동욱의 에세이. 에세이라는 형식을 빌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 글 75편을 인문학, 예술, 사회, 삶이라는 네 가지 좌표 아래 모았다. 글들은 제각기 생명력을 지니고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지만,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은 우리의 생활이다.
주말에 좀 놀았더니 뒤늦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6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레몽 스봉의 변호'를 읽어보고 싶네요. 이것때문에 에쎄를 다 읽을순 없는데...끙.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쓸모 없고, 힘이 없고, 모든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고 착각에 잘 빠지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라니 구미가 당깁니다.
저도 @소피아 님처럼 이 책을 읽다가 사라 베이크웰에 빠진 건지, 몽테뉴가 좋은 건지 헷갈려서요. <살구칵테일>이나 <에세>를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에세>는 3권이라 엄두가 안 나네요.ㅜ @바나나 님처럼 “레몽 스봉의 변호”도 읽어보고 싶은데 처음부터 순서대로 책을 읽는 편이라 2권 중간쯤에 있던데 읽을 수 있을지 고민스러워요. 사라님이 몽테뉴나 <에세>에 대해서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살짝 들긴 합니다만. 책을 읽으면서 몽테뉴의 생각 중 출판 당시 새로워서 충격을 주었거나 다음 세기에 이단이라고 비판 받는 내용들 모두 지금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고 사실로 인정되는 내용들이라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였다가 금서로 추락. 역사적으로 <에세>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몽테뉴의 책을 읽고 울화통을 터뜨린 파스칼, 데카르트의 얘기도 재미있었습니다. 파스칼이나 니체 둘 다 맘에 들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사상적으로 다른 철학자였는지 몰랐던 무지한 1인 ㅠ 작가가 몽테뉴와 비교하며 써서 철학자들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사라 베이크웰에 빠지신 거예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에세』 몇 차례 도전했는데 실패했어요. :) 차라리 『에세』에서 글을 몇 편 추려서 편집한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요. 저는 '책세상 고전의 세계'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을 가지고 있어요.
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시리즈. 현대 몽테뉴 연구에서 비평 판본의 결정본으로 여겨지는 플레야드 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200개에 달하는 주석을 통해 원문에 등장하는 인물과 텍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해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을 통해 몽테뉴 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풀어냈다.
추천 감사합니다. 에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살짝 무거운 마음이 들었는데 좀 편하게 읽어볼 수 있겠네요~
6장 작은 요령을 부려라 “몽테뉴는 비실용적인 철학자들을 멸시하는 편이었다. 그는 비실용적인 철학자들의 현학적인 태도나 추상적인 개념을 싫어했다.”(164p) 비실용적인 철학자들을 싫어했던 몽테뉴인데, 철학을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몽테뉴가 플라톤이나 파스칼, 데카르트 같은 추상적 철학자들 중 한 명으로 생각되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그가 안타까워할 것 같습니다. 7장에는 “직업적인 철학자 계층을 경멸”했다는 니체에 대해 나오는데요. 니체 또한 그가 경멸한 “어렵고 골치아픈” 철학자중 한 명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격분했을까 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6장을 읽으면서 몽테뉴가 (동물과 인간을 비슷하게 보았던 점 등 )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세>에서 현대의 심리학이나“자기개발서”의 면모가 보여서 놀랐습니다. "시각을 바꾸면 감정이 달라진다."(167p)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 상상을 이용하는 요령, 명상 등 최근에 읽은 자기개발서 내용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자기개발서를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철학책보다는 자기개발서가 훨씬 많이 팔리고 많이 써지고 많이 읽히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자기개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위로나 도움을 받는 독자가 있다면 의미가 있고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몽테뉴의 생각들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사라 베이크웰의 글을 통해 몽테뉴의 사상에 대해 정리가 되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몽테뉴는 신앙에 대한 욕구를 크게 느끼지 않았지만, 이성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인간의 허세에 강한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181p) 아마 이런 점 때문에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17세기 과학의 시대에 몽테뉴가 공격받지만, 지금은 다시 과학과 이성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어서 이 책에 나오는 몽테뉴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변화의 세기> 내용이 세기별로 흐릿하게 기억이 나면서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듯요 ^^::
7장 의문을 품어라 “<에세>에도 회의주의가 넘쳐흐른다. 페이지마다 ‘아마’, ‘어느 정도’,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과 같은 말로 가득하다. 몽테뉴는 이런 표현들이 ”제안하는 내용의 무모함을 누그러뜨리고 완화한다‘라고 말했다.“(192p) "몽테뉴에게 철학이란 인간의 모습으로 육화된 존재였다. 철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 개개인 안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철학에는 불확실성의 구멍이 벌집처럼 숭숭 뚫렸다. 그는 “철학자들은 이 문제를 거의 다루어보지 않은 것 같다”고 의아하게 생각했다.(194p) “몽테뉴는 이제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동물적인 측면을 쉽게 인정했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견해는 모두 악마의 계략으로 매도되기 시작했다.”(203p) “파스칼에 의하면. ‘편리함과 평온함’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한 몽테뉴의 신조를 해로운 것이었다. 이 신조는 파스칼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책 없이 화를 돋우었다~ 말브량슈는 파스칼과 마찬가지로 언제타 태평스러운 몽테뉴의 태도는 물론이고 의심을 수용하는 그의 태도를 개탄하였다. 말브랑슈는 몽테뉴의 책이 과거에도 꾸준히 베스트셀러였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씁쓸하게 인정했다.”(221p)
그리고, 사라 베이크웰 버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 몽테뉴도 살필 수 있는 길이 있어요. 그 유명한 독일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그는 1942년 2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유작이네요.) 1960년에 펴낸 몽테뉴 평전이 있습니다. 『위로하는 정신』(유유, 2012).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 명예교수 앙투안 콩파뉴가 2013년에 펴낸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뮤진트리, 2022)도 작년(2022년)에 한국에서 나왔어요. 저는 앙투안 콩파뉴는 모르는 분이고, 번역하신 김병욱 선생님을 신뢰해서 책을 기억해뒀어요. 수상록 전체에서 흥미로운 주제 40개를 골라서 콩파뉴가 발췌문과 해설을 덧붙인 책이랍니다. 찾아보니, 콩파뉴는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인문학자. 이 책의 원고도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엥테르'에서 하루에 몇 분씩 소개한 내용을 엮은 건가 봐요.
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세계적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몽테뉴 평전. 이 책은 몽테뉴와 츠바이크 두 사람의 유사한 체험을 거리낌 없이 세상에 알리는, 매우 사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사망 70주기, 그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16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문학자이자 《수상록》의 저자, ‘에세이’라는 문학 형식의 근원이 된 사람, 미셸 드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삶의 좌우명으로 삼은 회의론자 몽테뉴의 유쾌한 지혜를 인문학자 앙투안 콩파뇽이 탁월한 해석으로 소개한다.
오! 츠바이크. 좋아하는 전기 작가인데요. 츠바이크가 몽테뉴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네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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