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한영인 평론가와 [천국은 다른 곳에]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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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의 삶은 그림에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갱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가 고전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폴 고갱의 외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바르가스 요사의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그녀의 삶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이 소설은 지상에서 천국을 꿈꾸었던 두 인물의 삶을 교차시켜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은 혹은 우리가 꿈꾸는 천국은 무엇일까요? 그곳은 우리 자신의 천국인 동시에 다른 모두의 천국일 수 있을까요? 천국은 언제나 여기로부터 한발 비껴난 곳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한달 동안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과 상념들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달과 6펜스가 고갱의 삶이었군요; 제목만 익숙했지~ 문학을 많이 읽지는 않아서 ㅠ (비문학 애호가;;) 그림 배우면서 초상화 배우는 간간히 명화모작 한 편씩 해봤는데 강렬한 고갱의 그림을 그려봐야지! 생각만 했지 책으로 접할 생각은 못했네요. 그림 선생님이 할머니께 그림 배웠다셨는데 고갱도 그랬을까요? 한 대가의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해지네요^^ 평론가님의 인생책 이야기를 통해 잘 알아가볼게요~
느려터진달팽이님 반갑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달과 6펜스>를 읽으시면 조금 더 많은 것이 보일 거에요. (그치만 저는 이 책이 <달과 6펜스> 보다 백배는 뛰어나고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배우시는군요. 책 다 읽고 나신 후에 고갱의 그림을 그려보시면 멋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 이름은 일찍이 들어왔지만 그의 책은 처음 접합니다. 소설 덕후라 자칭하지만 아직도 잃지 않고, 모르는 소설이 너무 많아 즐겁습니다! 29일 동안 한 챕터씩 읽어나가보겠습니다.
바르미님 안녕하세요:) 저도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을 많이 읽진 못했는데 <염소의 축제>를 비롯해서 작품마다 매우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이 책도 즐겁게 읽어나가실 수 있을 거에요!
안녕하세요, 문학평론가 한영인입니다. 한 달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천국은 다른 곳에>를 읽게 되어 기쁘고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는 지금 5년 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에서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3월 4일부터 4월 1일까지 치앙마이에 있을 예정인데 우연히 이번 모임 개설 일자는 3월 4일이고 끝나는 날은 4월 1일입니다. 제가 그믐 모임 날짜에 맞춰 여행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그믐 역시 제 여행 날짜를 감안해서 모임 날짜를 오픈한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우연이 딱 여행과 그믐 모임이 절묘하게 겹쳐졌습니다. 덕분에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한 달 동안 여러분들과 즐거운 대화를 덤으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임의 운영 방식에 대해 간단히 안내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총 22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번에 두 챕터씩 읽을 예정이니 총 11회에 걸쳐 읽게 되겠네요. 2~3일에 한 번씩 해당 챕터를 읽고 타래에 글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인상 깊게 읽은 문장도 좋고,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도 좋습니다.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느슨한 이야기들도 대환영입니다.(저도 치앙마이에서 소식 종종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오늘은 첫 모임이니만큼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에서 서로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본격적인 첫 모임은 3월 6일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3월 6일에 챕터 01과 02를 읽고 글 남겨주세요.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할 시간이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외엔 스페인어권 문학은 처음입니다. 덕분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도 알게되고 그림으로만 알았던 폴 고갱도 알게되는 좋은 기회인 듯 합니다.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읽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시구요 모임지기님 편안하고 건강한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달여인님 반갑습니다^^ 두 인물의 삶을 곧바로 교차시키는 형식+인물과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초반에 살짝 장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뛰어넘게 되면 곧바로 책의 매력에 빠지길 거라 믿어요. 한달 동안 같이 열심히 읽어보아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챕터 1, 2에서 저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부분은, 플로라가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9세기는 당연하게도 지금과 같은 통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을 조직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을 만나 조합의 결성이 당신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직접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 부분이 새삼스럽게도 흥미로웠어요. 고갱의 경우엔, 막연히 타히티에 홀로 남은 백인 이야기로만 상상했는데 이미 그곳엔 그를 돕는 프랑스군 소위나 유럽인들, 심지어 중국인들까지 많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어요. 하긴 같은 시기 19세기 말 극동아시아의 반도국이었던 조선에도 여러 열강들이 들어와있었으니, 당시의 조선과 타히티는 같은 운명이었던 걸까요.. 앞으로 플로라와 그녀의 외손자 이야기가 어떻게 교차될 지 기대됩니다.
나무스테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플로라의 여정은 매우 당차고 활기차죠. 자신이 믿는 이념의 실현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하고 논쟁하고 싸우고...그 과정들을 보는 내내 세계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꿈과 염원, 소망과 실천들이 쌓여 왔는지 새삼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고갱이 도착했을 때 타히티는 이미 그가 꿈꾸던, 유럽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자연이 아니었던거죠. 거기서 그가 찾던 천국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것인지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해요. 그게 고갱의 '하마르티아' 는 아니었을까요?
고갱과 그의 할머니의 이야기라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뭐지? 하며 이해하지 못한채 두챕터를 읽었을 것 같아요. 1884년 이라는 시대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플로라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것도 세계를 다니며... 힘있는 귀족여성도 아닌 평범한 한 여자의 몸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선동하고, 설득하고...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할머니의 그 노력과는 반대로 손자인 고갱의 모습은 다시 옛시절로 회귀한 듯. 여성을 물건 취급, 성적대상으로만 대하는 고갱의 모습을 보며, 플로라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얼마나 슬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르미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저도 위에 썼듯 사실 이 소설은 형식적으로 많이 불친절한 소설이에요. 이렇게 두꺼운 소설인데 인물과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거의 없으니까요! 서술자의 시점도 왔다갔다 하고...하지만 처음의 혼란만 잘 넘기면 곧 요사의 매혹적인 이야기꾼의 재주에 끔뻑 넘어가게 될 거예요. 플로라 트리스탄의 삶과 폴 고갱의 삶은 말씀하신대로 정반대에 서 있죠. 여성의 노예 상태에 분개해서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을 위해 평생을 투쟁한 플로라에 비하면 폴 고갱은 주색잡기에 빠진 한심하고 저열한 남자에 지나지 않아 보이기도 해요. 고갱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아성애자, 변태적 이상성욕자, 식민주의자, 제국주의자 등등으로 비난받았죠. 말씀대로 아마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망가진 외손자의 엉덩이를 마구 때려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모두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드디어 본격적이 모임의 첫 시작입니다! 달여인 님께 댓글을 달면서 적기도 했는데 사실 이 책의 도입부는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에요. 플로라라는 인물의 삶과 그녀의 배경에 대한 자상한 설명이 없는 데다 생시몽주의, 푸리에주의 같은 낯선 용어들도 마구 등장하니까요. 1장의 제목은 <오세르의 플로라>이고 부제처럼 표시된 시간적 배경은 1844년 4월이라고 나와 있네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읽어두면 좋은 책이 맑스와 엥겔스가 함께 쓴 <공산당 선언>입니다. <공산당 선언>이 처음 출간된 해는 1848년이죠.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 플로라가 활동하던 시절은 아직 <공산당 선언>이 나오기 전입니다.(<공산당 선언> 전문은 굳이 책으로 구해보지 않아도 인터넷에 많이 풀려 있으니 검색해서 읽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래 링크를 타고 가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eltingroot.tistory.com/49)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하는 이 유명한 팸플릿을 제가 처음 읽은 건 대학생 때였어요. 맑스가 <공산당 선언>을 쓴 주된 목표 중 하나는 단지 부르주아 계급을 적으로 규정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목표는 다양한 ‘사회주의’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혁명적인 공산주의 이념과 운동이 무엇인지를 확립하려는 ‘내부 투쟁’의 성격도 강했습니다. 그래서 <공산당 선언>을 읽다보면 중간에 다양한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대목이 길게 할애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맑스는 푸리에와 생시몽, 오언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합니다. “원래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계, 즉 생시몽, 푸리에, 오언 등의 체계는 우리가 앞에서 말한 시기, 즉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 사이의 투쟁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초기에 태어났다.(..) 계급 대립의 발전은 공업의 발전과 발맞춰 나아가기 때문에,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물질적 조건들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러한 조건을 창출해 낼 사회과학과 사회법칙을 찾을 수도 없었다.” 맑스는 생시몽과 푸리에 등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야유합니다. 반면 자신의 사회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칭했죠.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인 1844년은 맑스가 자신의 ‘과학적 사회주의’를 공표하기 4년이나 전입니다. 아직은 푸리에와 생시몽의 가르침을 따르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들이 공상적으로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을 때죠. 하지만 플로라 트리스탄은 다릅니다. 그녀는 생시몽과 푸리에를 인간적으로 안쓰럽게 생각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걸로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진정한 해방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정부의 개혁이나 가진 자들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노동조합’을 결성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 그녀 자신의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녀가 갖고 다니는 <노동조합>은 일종의 팸플릿, 즉 책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맑스의 <공산당 선언>과 똑같은 거죠. 여기서 바르가스 요사는 플로라를 맑스 이전에 ‘공상적 사회주의’의 허상을 꿰뚫은 영리하고 당찬 혁명가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립구도는 분명 <공산당 선언>에서 빌려온 거예요. <공산당 선언>에서 맑스가 푸리에나 생시몽 등의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읽어 보시면 플로라의 행로가 지닌 역사적 의미가 보다 잘 잡히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념을 프랑스 전역에 설파하기 위한 그녀의 가열찬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형식이 조금 독특하죠. 3인칭과 2인칭이 혼용되어 있습니다. 가령 “플로라는 오세르 항에서 짐을 내릴 때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다.”는 분명 3인칭 서술입니다. 그런데 “플로라, 너는 그 ‘집’을, 넓고도 편안했던 그 집을, 잘 가꾼 정원과 바삐 돌아다니던 하녀들을 기억할 수 있겠니?”라고 물을 때는 2인칭이죠. 그런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떨 때는 플로라 자신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야말로 제 3의 인물이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죠. 고갱을 다루느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혼합된 서술 스타일이 사실 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하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데 그 단조로움을 확확 바꿔버리니까요. 아무튼 내용을 살펴보면 플로라는 원래 “부르주아 놈들이 사는 동네” 출신이네요. 어릴 때는 잘 살았던 거죠. 그러다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이 무효가 되면서 졸지에 사생아가 되어버립니다.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와 함께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죠. 하지만 플로라는 그걸 나쁘게만 생각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이런 가난과 노예 상태를 알지 못했다면 각성도 없었을 거고 그저 한심한 부르주아 여자로 살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플로라의 앞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녀가 조직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은 그녀에 따르면 “너무 무식했고, 너무 멍청했고, 너무 이기적이었다.”니까요. 그럴 수밖에요. 그때는 1844년이고 노동자를 해방의 주역으로 격상시킨 마르크스주의가 태동하기도 전이니까요. 플로라 트리스탄은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보편화되기 이전부터 자신만의 ‘해방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인물입니다. 그녀가 꿈꾸었던 천국이 어떤 것이었을지 조금 감이 잡힐 것 같기도 합니다. 2장의 제목은 <악마, 어린 계집아이를 훔쳐보다>이고 시공간적 배경은 마타이에아, 1892년 4월이라고 나와 있네요. 플로라의 시대에서 48년이 지나 있네요. 코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폴 고갱이 타히티에 정착한 게 1891년 6월 9일이라고 하니 그로부터 약 반년 정도 지난 후네요. 폴은 “야만적인 삶”을 꿈꾸면서 낯선 열대의 섬으로 온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여자아이를 골라 함께 데리고 살기도 하네요. 보아하니 유럽에 아주 신물이 난 듯 합니다. 위선적인 죄의식을 강요하는 기독교 문명과 번지르르한 겉치레로 무장한 특유의 부르주아적 속물 근성 따위에 질려버린 그는 “아직 처녀성을 잃지 않은 세계, 아직 유럽의 예술에 물들지 않은 세계를 찾아 떠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염원은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입니다. 하지만 바르가스 요사는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개념으로 폴 고갱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 이 소설의 목적을 두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요사의 목적은 그의 그가 타히티에서 그렸던 그림에 그의 삶을 덧입히는 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 챕터의 주인공은 <마나오 투파파우>라는 작품이죠. 저는 고갱의 그림을 잘 알지 못해 작품 제목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에서 그 작품을 찾아보았습니다. 2장의 말미에 나오는 <아티티 왕자의 초상>도 궁금햇 찾아보았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아, 이 책은 이렇게 고갱의 그림을 찾아가며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구나! 이미 인터넷에 그의 그림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꼭 이 책에 등장하는 고갱 작품을 찾아보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렇게 그 그림을 보니까 고갱의 그림이 뭔가 달라보이더라고요. 어쨌거나 폴 고갱은 ‘타락한’ 유럽을 떠나서 인간 본연의 순수한 열정과 광기어린 자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타히티로 왔지만 제국주의의 손길은 이미 타히티조차 작은 유럽으로 바꿔놓고 있네요. 과연 타히티는 고갱이 찾아 헤맨 천국일 수 있을까요? 다음 모임은 8일에 갖도록 하겠습니다. 3장과 4장을 읽고 다시 만나요!
여러분, 이번엔 3장과 4장을 읽기로 했는데 잘 읽고 계신가요? 3장부터는 플로라 트리스탄의 옛 이야기가 한토막씩 소개되고 있어요. 플로라는 어머니에 의해 앙드레 샤쟐이라는 추악한 남성에게 팔려가듯 시집가야 했죠. 자신을 둘러싼 압력에 맞서 싸우기에 플로라는 너무 어렸고 순진했던 것 같아요. 한편 여기서도 생시몽주의자들과 푸리에주의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누구인지, 세계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나아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4장에서는 '파페 모에'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네요. 유럽 문명이 억압한 충동과 열정을 양성적 존재인 조페타를 통해 드러 내고 있습니다. '파페 모에'라는 작품을 찾아보니 책에 등장한 사진과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그렇만 부르주아적 교양과 야만적 충동을 대립시키고 있는 구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따로 날을 정하지 않고 여러분들께서 책을 읽어나가시면서 남기고픈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딱히 하실 말씀이 없을 경우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실 테니까요. 그럼 책 읽으시다가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이곳에 들어와 편하기 글 남겨주세요:)
@한영인 옛날 교과서에서 배우던 '공상적 사회주의'를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5장에서 푸리에 등의 주장을 요약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맑스를 비롯한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이 공상적 사회주의의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세미나 때 '공산당 선언'에서 얼핏 보았던 새외몽과 푸리에 등의 주장을 이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어 신기했어요. 말씀대로 맑스주의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맑스주의에 영향을 끼친 주요한 세 가지 요소로 1. 영국의 정치경제학 2. 독일의 관념론 철학 3.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를 꼽는다고 알고 있어요.
3-4장 3장의 플로라 부분3장 전체를 전부 옮겨 놓고 싶을 만큼 모든 페이지가 밑줄이었습니다. 플로라는 인권과 여성운동에 중점을 맞추었다면, 폴 고갱은 소위 야만이라 부르는 원시부족에 대한 유럽의 침략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테하마나와 조테파를 통해,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카테고리 안에서만 답답하게 살았던 것을 비웃으며 제 3의 성에 대해 눈을 뜨는 모습, 선원 생활 중에 지켜낸 ‘뒷구멍’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하나, 플로라에겐 성이 착취였다면, 폴에겐 예술과 연결된 자기 확장의 매개체였지 않나 싶은데, 이것도 제도권 안에서 당하는 여성과,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닫혀 있는 성관계가 아닌 열려 있는 타히티 부족 여성들의 성생활과 대비되어 작가의 의도가 읽혔습니다. 예술에 눈 뜬 시절에 성에 관심이 없던 폴이 갑자기 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는 부분도 예술과 성이 맞닿는 지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갱도 플로라의 남편처럼 여성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장면이 나와 좀 씁쓸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폴 고갱의 작품들을 찾아서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을 보는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고흐를 그 미친 네덜란드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고요. ^^
저는 대학생 시절 한 선배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선물해줘서 무척 재미있고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어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인데 거기에 드러난 가난하고 불우한 예술가의 진솔한 자기표현이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런 고흐가 여기선 말씀대로 '미친 네덜란드 놈'으로 나오큰데, 실제로 당시 사람들은 고흐와의 관계에서 고갱을 많이 욕하고 비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여기서 고갱이 고흐를 그렇게 부르는 건 일종의 자기변명일 수 있겠으나 그 변명을 듣는 것도 이상하게 싫지 않고 말씀처럼 좀 웃기기도 해요. 저 역시 그림 하나하나를 찾아가며 이 책을 읽었는데요,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과 그냥 그 그림을 보는 건 느낌이 아주 다르더라고요. 저는 원래 미술관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여행가는 곳에 고갱의 그림이 있다면 일부러 들러서 꼭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플로라와 고갱의 세계가 만나고 갈등하는 지점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고갱은 안락한 부르주아의 삶을 지향하다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섹스도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서른여섯이 되던 1884년 말 코프르니쿠스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직 그림에만 열중하기로 한 순간부터 고갱은 섹스에 완전히 사로잡힌 거죠. 그리고, 그의 타히티에서의 삶은 우리가 보던 바와 같습니다. 반면 플로라는 결혼 초기부터 섹스를 거부했으며, 섹스는 '정치문화랄지 사회정서랄지 하는 문제 이전에, 여성을 착취하고 지배하기 위한 원초적인 도구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죠. 이러한 관점 아래 육체의 쾌락을 미래 사회의 목표로 주장한 푸리에와 멀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플로라 역시 동성 연인(인것 처럼 보이는) 올랭피아와의 관계가 깊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흥미롭습니다. 소설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네요..
이 소설의 쟁점 중의 하나가 '섹스'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플로라(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섹스는 자신의 신체에 가하는 폭력에 다름 아니었기에 섹스를 혐오하게 되었고 고갱 역시 자신이 '부르주아 윤리' 안에서 착실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는 섹스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죠. 하지만 말씀대로 '다르게' 살아가기로 마음 먹으면서 난잡하고 방탕한 성생활에 탐닉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건 그 자신이 부르주아 윤리에 반항하는 한 방편이었지만 오늘날 그와 같은 의미의 반항이 얼마나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생시몽주의와 푸리에주의자 같은 들어는 봤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모르는 단어부터 조사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1~2장은 폴 고갱의 할머니?인 플로라와 고갱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장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인상적인 문구는(전자책으로 읽어 페이지는 안 올리겠습니다.) **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 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호기심도 없었다. 짐승과 같은 삶에 단단히 길들어 있었다......착취와 빈곤이 그들을 바보멍청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저 두 문장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서글퍼졌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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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by 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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