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우다영 소설가와 [저지대] 함께 읽기

D-29
시대와 사회와 인물들이 그리는 파장을 지켜보는 일. 여러 삶의 충돌과 뒤섞임을 따라가며 그 모든 것이 고요하게 고인 저지대에 이르는 일. 그리하여 잔잔해진 수면에서 물길의 내력을 들여다보는 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동안 함께 해볼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맑은 일요일에 모임을 시작하네요.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반갑고 감사합니다 :) 앞으로 29일간 <저지대>를 함께 읽어볼 텐데요, 543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을 매일 조금씩 읽어 완독한다면 한 해를 여는 작고 훌륭한 성취이자 추억이 될 거예요. 쉽지 않겠지만 저도 끝까지 함께할 테니 힘내주세요! 독서모임은 하루 18페이지를 읽는 것을 목표로 하되, 당일에 분량을 채우지 못했거나 앞서더라도 점차 속도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편안하게 생각해 주세요. 소설이 시작되는 13페이지부터 첫날은 30페이지, 둘째 날은 48페이지, 셋째 날은 66페이지까지입니다. 저는 이틀에 한 번 책과 관련한 질문을 드릴 예정입니다. 총 14개의 질문을 드리고 마지막 날 간단한 소회를 나눠보려 합니다. 이 공간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셔도 좋고,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을 공유하거나 떠오른 질문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생각해 보아요. 질문 1. 그러나 아빠는 일꾼에게 그대로 놔두라고 말했다. 돈이나 번거로움 때문이 아니고, 아들이 찍은 발자국을 없애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콘크리트에 생긴 그 흠은 이 집의 차별적인 특징이 되었다. 집에 온 손님들이 알아보는 것이고, 맨 먼저 듣게 되는 집안 이야기였다. -28p. 조심성 많은 형 수디안은 자신과 달리 즉흥적이고 존재감 강한 동생 우디얀을 찬찬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애정과 두려움, 놀라움과 부러움을 담고서요. 위 장면은 우디얀이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를 부주의하게 밟아 만든 흠집이 가족의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장면입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된 흔적이나 장소, 물건 등이 있나요?
인물 이름을 잘못 표기하여 바로잡습니다🙏🏻 수바시와 우다얀입니다!
반갑습니다.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표지가 너무 멋져 보였고 인도 배경을 가진 여성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었어요.
책이고파님 반갑습니다 :) 저는 이제 인도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줌파 라히리의 소설 속 목소리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이제야 처음 참여하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사정상 늦게 책을 읽기 시작해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너른 양해부탁드려요.) 처음에 책의 두께를 고려안하고 신청한게 살짝 후회되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내용에 푹 빠지게 되어, 저지대를 선택한 제 자신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들은 참여해보려 합니다. 1.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언니와 함께 방을 썼는데, 그 날따라 잠이 안왔습니다. 할 것도 없고 자기도 싫어서 자는 언니 옆에서 공기놀이를 했습니다. 그러다 공기 한 알이 브라운관 티비가 놓여있는 서랍장 밑으로 굴러갔습니다. 바로 아래서 자고 있던 언니를 넘어 티비를 살짝 옆으로 옮겨 서랍장 뒤에서 공기알을 빼내면 될 것 같았습니다. 티비를 살짝 옆으로 밀어보니 서랍장 위에 깔아둔 유리때문인지 쉽게 티비가 밀렸습니다. 조금만 더 밀면 제가 서랍장 뒤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 순간 티비가 아래로 쿵 떨어졌는데, 하필 언니 머리 위로 티비가 낙하하였습니다. 언니는 소리를 질렀고 온 가족이 잠에서 깨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언니는 바로 부모님과 함께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언니는 머리에 흉터가 조금 남는 것으로 사건을 끝났지만, 아직도 언니를 만나면 30년도 더 된 그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 자신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제가 가지게 된 흔적은 아니지만 언니에게 흉터와 트라우마를 지게 해준 것 같아 아직도 조금 미안하네요. (대신 언니도 어릴적 저 자전거 태워주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하늘위로 붕 떴다가 다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걸로 서로 퉁치자고 합의를 보기는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애플망고님 :) 큰 사고를 무사히 지나온 자매의 이야기가 생생하네요! 언니의 사고는 정말 언니에게도 애플망고님에게도 무서웠던 순간일 것 같아요. 뒤에 자전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도 어릴 때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자전거를 타는 사촌오빠 친구를 다치게 한 적이 있어요. 이름도 모르는 오빠였는데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저한테 괜찮다고 말하고 집에 돌아간 그 오빠가 다리에 흉이 질까 봐 너무 무섭고 미안했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떠올라요. 제발 그 상처가 다 나았길 기도하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에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대와 사회와 인물들이 그리는 파장, 여러 삶의 충돌과 뒤섞임, 그 모든 것이 고요하게 고인 저지대 작가님께서 써주신 이 표현들이 소설을 당장 펼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약속된 30쪽까지 한달음에 읽었어요. 앞으로 펼쳐질 수바시와 우다얀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오늘 분량을 읽는 동안 두 가지(세 가지?) 대비가 눈에 들어왔어요. 톨리클럽 vs 톨리건지 : A 수바시 vs 우다얀 : B 그리고 다시 A : B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알파벳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게 오히려 더 전달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A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단절이라면 B는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다양성 같아요. p.17 이 강의 둑 위에 자리잡고 있는 톨리클럽이 더 많은 담을 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p.19 늘 그렇듯이 자신이 느끼는 좌절감의 원인이 주로 우다얀의 대담함인지 아니면 대담함이 부족한 자기 자신인지 확실치 않았다. 작가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29일 동안 즐겁게 읽어 볼게요!
오후님, 반갑습니다 :) 이렇게 공식으로 정리하고 나니 알아보기 쉽네요! 뒷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 책의 핵심을 짚어주셔서 놀랐는데요🫢 저런 식의 크고 작은 대립(대립이기만 한 관계는 아닌)이 삶의 시기마다 달라지며 층층이 연결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남은 시간 동안 저도 즐겁게 읽어보겠습니다.
우선 우다얀의 아버지가 둘째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야기의 복선을 보여주는 듯해요. 질문1에 대한 답: 질문이 너무 참신해요. 그런데 잘 생각이 나질 않아요. 싸이월드 (복원했는데 아직 들어가 보지 않았음), 페이스북에 제 고유한 사진과 기록이 있지요.
복선으로 느끼셨다니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밀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읽으며 부모와 자식이라는 동일한 관계지만, 두 아이를 복잡한 다른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당연한 것일 텐데 저의 일상에서 그런 차이를 발견하면 놀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는 저도 못 들어가 보고 있습니다😇 친구들 싸이월드에서 새어 나오는 추억만으로도 충분…
안녕하세요. <저지대>는 출간했을 당시 읽고싶었던 책 목록에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잊어버리고 말았다가 이번에 작가와 함께 읽을 기회가 생겨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성향이 다른 수바시와 우다얀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요즘 월드컵 시즌이다보니 형제가 1966년 웸블리에서 열린 영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를 단파방송으로 듣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리브님, 반갑습니다 :) 두꺼운 책이다 보니 저도 선뜻 펼치기까지 오래 걸렸었는데요, 함께 한 달 동안 읽는다면 가장 좋은 속도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었고요. *그러고 보니 형제는 56년 전 월드컵을 들었군요… 이번에 평일 자정 전후로 했던 축구를 다 보고도 일상을 유지했던 우리의 마음과 그때 형제의 마음이 여전히 같네요😂
예전에 살던 집의 옥상이요. 지금은 다른 곳에 살고 계신 부모님의 예전집 옥상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여러개를 겹겹이 포개어 텐트처럼 만들어 그 안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4-5세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반백이 가까워진 지금도 가끔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 지금은 없어진 그 건물의 옥상으로 이어지던 계단, 비오는 날의 축축함과 특유의 냄새, 각기 다른 색의 우산을 통해 여과되어 들어오던 빛, 우산을 내리치던 비가 만들어내던 음악같던 소리들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새벽서가님, 반갑습니다 :) 그때의 감각들을 생생하게 묘사해주셔서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은데요. 저도 유년에 아주 비슷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저와 나이가 같은 사촌언니가 있었는데, 어릴 때는 몸무게와 몸집이 꼭 같게 자랐어요. 우리 둘 다 또래 보다 작아서 큰 우산 몇 개를 겹치고 성이라고 하면 그게 성이 됐던 기억입니다. 덕분에 그때의 일화들이 떠올랐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아요😌
안녕하세요.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읽고 너무 좋아서 다른 작품들도 읽다가 <저지대>를 읽고선 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흠뻑 빠졌습니다. 이 책을 또 읽고 싶었는데 마침 이런 모임이 있어 다시 즐감할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질문1) 동생이 선물한 철제수납상자: 초등학생 때 개구리 무늬의 철제상자를 너무 갖고 싶어하는 나에게 어린 동생이 용돈을 모아 선물해 주어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이 상자는 버리지 않았고 평생 간직하려구요. 기억에 남는 문장) p.24 수바시는 소란스러운 놀이가 끝나기를,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혼자 있을 때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였다. 아침에 침대에 누워 담 위에서 까불대는 새처럼 햇살이 아른거리는 것을 보는 게 좋았다.
반달님, 반갑습니다 :) 저도 줌파 라히리의 단편들을 읽다가 저지대를 읽고 아주 흠뻑 빠졌었죠! 두 번째 단편집 <그저 좋은 사람>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런 의미 있는 물건이 있고,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든든하실 것 같아요. 철제수납상자에 저도 비밀스러운 것들을 모아 놓았었는데 이제는 그 상자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지, 그 안에 무얼 넣어놓았었는지 기억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멋지네요!
<그저 좋은 사람>을 읽고선 <축복받은 집>만큼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라는 산문집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알게 되어 재밌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질문 2. 연말에 가족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오랜만에 그런 만남들을 가지면서 옛날이야기를 나눴는데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와 아주 비슷했던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서로 거의 다른 방향에 집중하며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요. 그 변화가 새삼 신기했어요. 한때 쌍둥이처럼 보였던 수바시와 우다얀은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인물이 되고, 한 명은 고향에, 또 다른 한 명은 미국에 정착하며 삶이 크게 갈라집니다. 이렇게 한때 나와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걷던 사람이 있었나요? 같은 일에 몰두하거나 나와 많은 부분이 비슷했던 사람이요. 아니면 나와 정 반대의 사람이라고 느꼈던 이가 있나요?
같이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동생이 있었어요. 저랑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항상 같이 하던 친구였어요. 결혼하고 자녀도 똑같이 셋씩 나았죠. 그 친군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사는 곳이 서로 떨어져 있다보니 연락도 잘 안하고 살고 있는데 계속 같이 가고픈 친구에요. 또 한 친구는 저랑 성격이 정반대! 똑부러지고 아주 이성적인 죽마고우였어요. 그런데 미혼이다보니 애 셋 키우는 저와 생활패턴도 다르고 점점 저의 모습에 답답해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져 지금은 연락을 끊고 살고 있어요. 유일하게 만남을 지속했던 옛친구라 슬프기도 했어요.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네요..
책이고파님이 말씀하신 친구들과 아주 비슷한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과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들려주는 친구들이 분명 있었는데 그때마다 놀라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마음이 들다니, 그 친구와 이렇게 멀어지다니, 하면서요. 또 동시에 이상한 위로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기쁨, 같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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