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그믐밤은 2024년 8월 3일 토요일입니다. 이날은 『어둠의 심장』(『어둠의 심연』 또는 『암흑의 핵심』으로 번역하기도 하지요), 『로드 짐』, 『노스트로모』를 쓴 조지프 콘래드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에요. 네, 올해는 프란츠 카프카 100주년이기도 하고 조지프 콘래드 사망 100주년이기도 해요.
카프카와 콘래드는 동유럽에서 태어나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소설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카프카는 체코에서 태어나 독일어로 소설을 썼고, 콘래드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영어로 글을 썼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혹독한 인간 조건에 관심을 가졌고, 읽으면 마음이 아주 푹 가라앉는, 살짝 미친 사람이 쓴 것 같은, 뒷맛이 지독히 씁쓸한 소설을 썼습니다. 비유와 상징이 많은 한국어로 번역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요.
카프카와 콘래드의 작품은 세계문학에서 불멸의 자리에 오른지라, 이후 대중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은 비디오게임까지 있을 정도죠. 《더 프란츠 카프카》라는 어드벤처 게임도 있고, 《파 크라이》 시리즈 2편은 『어둠의 심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슈팅 게임입니다. 코폴라 감독의 걸작 영화 《지옥의 묵시록》 원작이 『어둠의 심장』인 건 다들 아시지요? 영화 《에일리언》 1편과 2편의 우주선 이름도 콘래드의 작품에서 따온 것도요?
하지만 카프카와 콘래드는 사실 닮은 점보다 대조적인 면이 더 많습니다. 평생 사무직이었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썼던 카프카와 달리, 콘래드는 바다를 누비는 선원이었고 해양소설을 많이 썼습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 체코에서 상류층의 언어였던 독일어를 어려서부터 배운 카프카와 달리, 콘래드는 20대에 선원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것 같기는 하지만 손에 명확히 잡히지 않는 작품을 쓴 카프카와 달리, 콘래드는 식민지의 끔찍한 현실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소설을 썼습니다.
콘래드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진 식민지,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가 사적으로 소유했던 콩고 독립국을 자기 눈으로 목격한 서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콘래드는 자신이 받은 충격과 서구 문명, 나아가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기념비적인 걸작 『어둠의 심장』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지금도 독자들에게 엄청난 전율을 주는 소설이며, 역설적으로 거대한 비극 앞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조지프 콘래드 사망 100주년인 스물다섯 번째 그믐밤에는 특별한 온라인 사진전을 엽니다. 소설가이자 뱃사람이었던 조지프 콘래드와 관련한 이미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이미지, 또는 제국주의의 끔찍함을 고발하는 이미지를 8월 3일 하루 동안 이 모임에 올려주세요. 어떤 사진인지 간단히 설명을 해주시는 글도 덧붙여주시면 좋습니다.
참여자 중 10분을 선정해 휴머니스트에서 8월 초 새롭게 발간 예정인 『어둠의 심장』을 초판 한정 양장본으로 보내드립니다. 펀딩에 함께 참여하기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165
함께 기억하고 추모해요.
[그믐밤×휴머니스트] 25. 8월 3일, 조지프 콘래드와 제국주의 희생자를 기려요
D-29
도우리모임지기의 말
도우리
p. s. 당시 콩고의 참상에 대해서는 한번 직접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레오폴드 2세’로 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고무 채취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벌로 손이 잘린 콩고 어린이들의 사진만 여기에 한 장 첨부합니다.
도우리
p. p. s. ‘제국주의’는 학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된 개념이 아닙니다. 제국주의의 정의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대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도우리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휴머니스트, 8월 8일 출간 예정)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낸 대작이자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 소설
작품과 연관된 텍스트까지 한데 모은 초판 한정 양장본 출간
★ 언어를 가장 첨예하게 다루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황유원이 선보이는 오늘날의 번역
★《어둠의 심장》의 집필 계획을 밝히는 〈윌리엄 블랙우드에게 보낸 편지〉 최초 수록
★《어둠의 심장》의 유일한 작가 후기를 담은 〈《청춘과 다른 두 이야기》 서문〉 수록
★ 콘래드를 추모하며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조지프 콘래드〉 수록
★ 버지니아 울프가 시도한 새로운 방식의 콘래드 비평 〈콘래드 씨에 대한 대화〉 수록
★ 서평가이자 문학박사인 정희진의 발문 〈《어둠의 심장》, 근대성의 스키조프레니아〉 수록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우리
● 스물 다섯 번째 그믐밤●
-언제 : 8월 3일 (음력 그믐날) 토요일 종일
-어디서 : 바로 여기서
-진행 방식
조지프 콘래드와 관련한 이미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이미지, 또는 제국주의의 끔찍함을 고발하는 이미지를 업로드 해주세요. 댓글창 아래 ‘사진 등록’ 버튼을 이용하면 올리실 수 있습니다. 한 분이 여러 개의 사진을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어둠의 심장』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구글폼에 참가자 정보를 입력해 주세요. (선물 증정용)
https://forms.gle/GMYnimQSb2LC7wCo8
-온라인 사진전 당첨자 발표 :
10 분을 뽑아 이 곳에서 발표하고 8월 5일 경 개별 문자도 드립니다. 책 배송은 8월 12일 경 예정입니다.
안슈씨
조지프 콘래드에 대해 잘 몰랐는데 관심이 생겼습니다.. 참여하겠습니다
twopot
안녕하세요. 모임지기의 말을 읽고 레오폴드 2세라는 자의 사진을 먼저 찾아보았어요. 이렇게 생겼군요...
위버m
최근에 <밤불의 딸들>을 읽어서 그런지 사람을 실어 나르던 배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케이프 코스트 박물관에 있는 흑인 노예(조심스럽지만 당시에 어떻게 취급받았나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는 표현 같아요)의 뒷모습 사진도 정말 끔찍한데, 그건 그야말로 끔찍해서 여기 올리기는 조심스럽더라고요 ㅜㅜ
장맥주
이 사진도 너무 끔찍한데요... ㅠ.ㅠ
조영주
내일이군요!
라아비현
유명한 사진 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피해자중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사진입니다
안슈씨
조세프 콘래드의 사진과 ‘어둠의 심장’의 한 구절 사진입니다.. ‘어둠의 심장’을 읽지 못했는데 문장이 멋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안슈씨
‘어둠의 심장’ 여러 판본 중 가장 인상적인 표지입니다
안슈씨
‘어둠의 심장’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중 두 장면입니다
안슈씨
1943년 영국이 지배하던 인도에서 벌어진 벵골 대기근 사진입니다.. 인도인 200~300만 명이 사망한 걸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안슈씨
1937년 난징대학살에서 일본 장교 두 사람이 포로와 민간인 100명을 누가 더 빨리 목을 베어 죽이나를 두고 시합을 벌였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이 이를 보도한 기사입니다
슝슝
제국주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이미지로써 소녀상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제국주의의 정의와 희생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새벽서가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제노사이드에 가까운 제국주의 국가들의 만행은 정말 끔찍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ㅠㅠ
새벽서가
중국 버마 국경 지대에서 발견되어 미군이 촬영했던 한국 위안부 사체 사진이구요.
새벽서가
일본 731 부대 생체 실험도 끔찍한 만행중 하나죠.
장맥주
파리올림픽이 한창이니까 프랑스와 파리올림픽에 관련된 한 장면을 올립니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알제리 선수단은 센강에 붉은 장미꽃을 던지며 입장했죠. 1961년 파리에서 있었던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식민지를 유지했고, 그 식민지의 독립을 막기 위해 1960년대까지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국가입니다. 솔직히 프랑스가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 의문스럽습니다. 그 식민지가 알제리입니다.
1961년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알제리인들이 비폭력 평화시위를 벌였는데 프랑스 경찰이 이들을 가혹하게 진압합니다. 그리고 파리 거리 한복판에서 비무장 알제리인들을 총으로 쏘거나 곤봉으로 때리고 조사하면서 고문해서 최소 수십 명이 사망합니다. 프랑스 경찰이 아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200명 이상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는 역사학자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제 시절 조선인 유학생들이 일본 도쿄에서 만세운동을 벌여서 일본 경찰이 이들을 거리에서 때려 죽였고, 그때 몇 명이 사망했는지 일본 정부가 여전히 밝히지 않는 셈이죠.
당시 프랑스 경찰은 그렇게 사망한 알제리인 시신을 센강에 버렸어요. 이번에 알제리 선수단이 센강에 붉은 장미를 뿌리며 입장한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2010년대가 되기 전까지 이 사건을 사과한 적이 없으며, 현재 마크롱 대통령도 당시 경찰서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미적지근한 수위로만 사과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파리올림픽이 센강에서 정말 과거와 맞서려는 용기가 있었다면 마리 앙트와네트가 아니라 파리 학살과 알제리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알제리 선수단 입장 관련 기사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273272Y
파리 학살 관련 기사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32916640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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