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염기원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반갑습니다. 염기원입니다. 장편소설 『구디 얀다르크』와 『인생 마치 비트코인』을 썼습니다. 진지한 얘기도 좋고, 가볍고 즐거운 수다도 좋습니다. :)
인사 드립니다. 소설 쓰는 염기원입니다.
안녕하세요, 활자중독자 김민식입니다. <구디 얀다르크>를 읽고 이 재미난 작품,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 싶어 <한국 소설이 좋아서 2>에 추천했는데요. 염기원 작가님이 '그믐'에서 온라인 대화를 하신다니, 기쁜 마음에 달려왔습니다. 반갑습니다!
@미키타임 김민식 PD님,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귀한 추천의 글도 써주시고, 이곳까지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올봄에 김혜정 대표님이 필진 이름은 밝히지 않고 <구디 얀다르크> 서평을 보내주셨는데요,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필진의 이름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PD님이 제 책에 대해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책을 여러 권 쓰신 작가분이셨더군요. 이곳에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염기원 작가님, 부끄럽습니다. 책 소개글을 쓸 때마다, 공력이 딸려서 저자님께 괜한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에 집중합니다. '좋아하는 데 부끄러운 게 뭐가 있어?' 이런 뻔뻔함이 덕질에는 필요하거든요. 재미난 한국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받고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을 살펴봤어요. 제대로 다시, 더 좋은 기회를 얻어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 <구디 얀다르크>를 골랐어요. 2019년에 읽은 책을, 올해 다시 읽었어요. 좋은 작품은 또 읽어도 또 재미있더군요. (제가 머리가 나쁜 탓이 아니길 빕니다. ^^) 온라인 대화를 통해 <구디 얀다르크>를 3번째로 읽고, <인생 마치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도 작가님과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 마련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미키타임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다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예전에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었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듬성듬성 나면서 더 새롭고 좋았습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데, 문득 <록키>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는 유치한 오락 영화라고 폄하했던 게 사실인데, 실베스터 스탤론의 삶을 알아보고 시리즈 정주행을 시작하니 전혀 다른 영화로 느껴지더라고요. 격투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여동생과 어머니도 1, 2편을 보고는 묵직하고 감동적인 영화라고 평했고, 어제 3편을 같이 본 아버지도 이렇게 재밌는 영화였느냐고 놀랐습니다. 물론 저녁 때 본 <어 퍼펙트 데이>가 우리 가족 취향이긴 하지만요. 초중반 부분에서 소설 원작이라는 감이 왔는데, 알아보니 스페인의 의사 출신 작가가 쓴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더라고요. 어,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엉뚱하게 영화 얘기를 하고 있네요. <인생 마치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도 환영입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땡그랑. 보도블록에 동전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건 빈부격차와 상관없는 조건반사다. 하지만 또르르 굴러가는 그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삶과 다시 앞을 보고 자기 길을 가는 삶은 다르다. 앞을 보고 가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숙여 동전을 찾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선 곳에 서 있었다.' <구디 얀다르크>의 첫 대목을 읽고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저는 동전의 행방을 쫓았어요. 돈이다! 돈이다! 나이가 들고 나니, 어차피 그 돈은 다른 사람의 것이니, 내가 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 없는 동전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집어가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음... 내가 철이 든 건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보다 동전의 가치가 떨어진 탓이 아닌가 싶기도... ^^ 첫 대목부터 눈길을 확 끌었어요. 주인공이 당도한 그 낯선 곳이 어딘지 궁금했거든요. 작가님 글을 읽고 나니 <록키>시리즈를 다시 봐야겠군요. 영업의 달인이십니다! ^^
@미키타임 <구디 얀다르크>의 첫 단락은 사실 초고 때는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원래는 “생리가 끊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어요. 퇴고하다가 추가한 부분인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언젠가 강의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등포에 있는 커다란 백화점 앞에서 노숙자 한 분이 동전을 떨어뜨렸어요. 그 작은 소리에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돌리는 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 짧고 사소한 경험이 첫 장편의 첫 문장이 되었네요.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퇴고 때 넥스트의 <Money>를 들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호수공원을 달릴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중에 넥스트 노래가 항상 있었거든요. 노래방 가면 꼭 부르던 애창곡이기도 한데요.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도입부가 시작되지요. 무의식중에 그 이미지도 떠올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온라인으로 수다를 떨 줄은 몰랐습니다. 평일에는 말 한마디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카톡이나 이메일도 짧게 보내는 편이거든요. PD님 덕분에 이곳에 들르는 게 즐겁습니다! :)
앗, 그러신가요? 저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황석영 선생님의 구라빨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작가님도 수다를 많이 떠실 거 같았는데... 아껴뒀다가 작품에 쏟아붓는 스타일이시군요? ^^ 실은 저도 카톡이나 메일은 간단하게 쓰고요. 모임에 나가면 조용한 편입니다. 은근 낯을 가리거든요.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그래서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걸 가장 좋아하지요. 은둔형 책벌레. ^^ 제가 말이 많아질 때도 있어요.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습니다. 재미나게 읽은 작품에 대해, 좋아하는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자꾸 말이 길어지네요. 가끔 모임에서 장황하게 떠들다, 문득 조용해질 때가 있습니다. 혹 내가 화제를 독점하고 있나 싶어서 다른 분들에게 순서를 넘기는 거죠. 지금 이 순간, 저는 눈치를 보고 있어요. 혹 내가 대화를 독점하고 있는 건가? 이 자리에 오신 다른 분들도 편하게 말씀 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당~^^
@미키타임 아, 옳게 보셨습니다. 구라빨이 셉니다. :) 원래는 꽤 말이 많은데 방구석에서 글만 쓰고 살다 보니 누군가와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주말에는 가족들과 최대한 수다를 많이 떨며 구라빨이 녹슬지 않도록 벼립니다. 어제부터 출간을 위해 출판사들과 미팅을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에 회사 다니고 사업할 때는 어떻게 사방팔방 떠돌아다니면서 일했는지 모르겠어요.
<인생 마치 비트코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총 7개의 장으로 나뉜 작품이더군요. 29일간 작가님과 온라인 대화를 나누며 하루에 한 장씩 천천히 읽어가려고 했는데요. 1장 마지막 대목... '종이 상자 뚜껑을 열어본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한 번도 신지 않은 아이 신발 한 켤레가 상자 안에 곱게 놓여 있었다.' 33쪽. 여기서 책을 읽는 내 심장도 덜컹 하고 내려 앉았어요. 그 뒤로는 멈출 수 없이 계속 달려 사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아, 염기원 작가님의 소설 특징인가요,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다는 것?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글마다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였어요. 좋은 작품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미키타임 <인생 마치 비트코인> 이전에는 ‘별일이 없는데도 야금야금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스타일’의 글을 썼다면, 이 소설부터는 제법 큰 사건이나 갈등이 초반부에 튀어나오게 되더라고요. 결말까지 가는 동선을 예측하는 독자라도 몇 개의 변주를 거치며 지루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고, 반전 요소도 넣었습니다. 처음에 붙인 가제는 <슬픈 세입자의 일기>였어요. 일기를 남긴 ‘그녀’의 얘기가 주가 되는 것이었죠. 시놉시스를 쓰며 고민하다가 ‘나’의 비중이 늘었고, 그녀의 아팠던 삶을 회고하자던 애초 취지에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자신과의 화해로 무게중심이 바뀌었습니다. 그녀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걸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는지를 놓고 몇 가지 방안을 생각했는데요. 아이 신발이라는 게 상투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아마도-새벽에 그 부분을 쓰고 있는데 저 역시 가슴에 묵직한 통증 같은 게 느껴져서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인생 마치 비트코인> 이후로 장편소설 여럿을 썼는데요. 곧 차례차례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슬픈 세입자의 일기>라는 제목도 확 와닿네요. 그녀의 사연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앞의 글에서 출간을 위해 출판사들과 미팅을 시작하셨다는 말씀에 설렜어요. 아, 염작가님, 신작이 또 나오는구나. 차례차례 세상에 나온다니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미키타임 고맙습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 책으로 묶여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제게는 더 견디기 힘든데 이번에도 잘 이겨내겠습니다. 전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소재도 다양한 소설들입니다. PD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
<인생 마치 비트코인>, 첫 장면... '선택지에 짜장과 짬뽕을 올려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먹과 찍먹, 양념과 프라이드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느냐도 단지 취향 문제일 뿐이다.' 라고 하셨는데요. 저처럼 소심한 사람에게는 이게 좀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살펴요. 다들 부먹을 원하는데 눈치없이 나만 찍먹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 같거든요. 사회는 자꾸 선택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는 어느 편이냐?' 다수의 편에 서야 인생이 편해질 것 같아 자꾸 줏대없이 살게 됩니다. ^^
@미키타임 어? 의외네요. 왠지 PD님은 소수의 편에 기꺼이 서실 것 같았거든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택을 종용하곤 했는데, 글을 쓰면서 느긋해졌습니다. 과거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보면 답답해하거나 회색분자라고 몰아붙일지도 모르겠어요. 아, 느긋해졌다고는 해도 글을 다 쓰고 난 이후의 시간을 버티는 건 여전히 힘듭니다. 요즘이 그래요. 큰일은 빠르게 결정하는 편인데 작은 일 결정하는 게 힘드네요. 어머니께서 저녁에 뭐 먹고 싶냐고 물으셨을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드렸고,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있는 스탠드 둘 중 무얼 살까 고민하다 다음 주로 미뤘습니다. 평안한 주말 되세요~ :)
구디 얀다르크 오늘 다 읽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교사로 27년째 근무중입니다. 학교 이외 다른 직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선생이지요. 그런 제가 구디 얀다르크를 통해 젊은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한, 가장 합리적이고 쿨할 것 같은 정보통신 업체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근대적이고 촌스러운(?) 행태들, 그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30년대 농민소설, 1970,80년대 노동소설이 우리 문학사의 주류였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소설에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염기원 작가님의 작품이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었음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 책 꼭 사서 읽고 그믐에 리뷰 올리겠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써주세요. 그리고 현실의 사이안씨에게 이 말이 전달되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당신의 내면은 참 아름답고 강인합니다 "
안녕하세요, 보리수님. 반갑습니다. 그쵸? 구디 얀다르크 참 좋죠? 제가 그랬어요. 아, 이게 IT 업계 종사자들의 삶이로구나. 제가 알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발주를 받은 부장님과 통화할 때는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구한말 고종황제와 통화를 하던 대한제국 신하들의 모습을 연출한 신대표. '그의 입에서 험한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프리랜서인 상대는 '병'에게 다시 수주받는 '정'이나 '무' 정도 될 것이다. 갑이 발주한 금액에서 을과 병과 정을 거쳐 떼이고 또 떼이고 떼인 용역비를 받는 것이다. 용역비에는 자신의 건강과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 그리고 이런 전화를 받으며 정신노동을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구디 얀다르크> 12쪽. 그믐에서 온라인 대화를 진행하시는 양지훈 노동법 변호사님의 <회사 그만 두는 법>을 읽고 있는데요. 직장에서 감정 노동을 강요당하는 회사원들의 슬픈 모습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먹먹합니다. <구디 얀다르크>는 우리들의 일터를 가감없이 정확하게 묘사하면서도요. 소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기에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어요. 21세기형 노동소설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지요.
@보리수 선생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저 역시 글을 쓰는 내내 사이안을 응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지난 추석 때 친구네 가족과 늦게까지 노닥거리다가 집까지 한 시간 정도 걸어왔습니다. 커다란 보름달이 떴는데, 문득 사이안이 떠오르더라고요. 다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런 날이 그녀에게는 가장 외롭고 아픈 날일 것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계속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신발장과 붙어있는 붙박이장을 정리했습니다. 택배 박스에 있던 무선 청소기를 꺼내 살균 티슈로 닦고 시험가동을 했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노닥대다가 민소매 티를 벗고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은 뒤 콘택트렌즈를 끼고 외출. 주엽역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메고 밤리단 길에 있는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들렀습니다. 수면을 도와주는 약과 인공눈물을 가방에 넣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 꽤 쌀쌀한 날씨에 무리해서 달렸더니 몸이 살짝 무거워서 오늘 달리기는 쉬기로 했습니다. 가로수길과 원마운트를 거쳐 7km 정도를 걸었습니다. 호수공원을 돌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전화 통화를 한 뒤 피아노 연습을 하고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했습니다. 뉴스를 틀어놓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사흘 뒤면 일산을 떠납니다. 인터넷쇼핑을 하려다가 몇 자 끄적여봤습니다.
@염기원 작가님 일상을 보니 문득 그리운 장소들이 떠오르네요. 가로수길과 호수공원... 2014년 MBC 드림센터에서 근무할 때, 점심 시간마다 호수공원을 걸었거든요. 당시 제가 회사에서 높은 분들에게 찍혀 있어서 동료들과 점심 약속을 잡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아무개 피디, 아까 김민식이랑 밥 먹더라? 그 친구도 노조에 관심있나?'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참 소심하지요? 구내식당에서 혼자 얼른 밥먹고 호수공원을 따라 산책하는 게 그 시절 일상이었는데요. 그 산책 덕분에 힘든 시절 버틴 것 같아요. 별 것 아니지만, 나를 지켜주는 일상의 소중함. 작가님의 글에서도 그런 소중한 일상이 느껴져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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