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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by SH2024-06-26 14:48:08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보통 산재를 다루는 글이나 기사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에 얽힌 구구절절하고 슬픈 사연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의 사연들은 눈시울을 붉히기에는 충분하지만,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죠.


이 책은 개개인의 스토리에서 벗어나, 왜, 그리고 어떻게 산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지, 시스템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산재는 개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 실패입니다. 산재는 절대로 일회적 (anecdotal) 사고가 아니죠. "어쩌다가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수많은 경고 신호들을 무시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라는 점입니다. 책에서 다룬 시스템 실패 요인들과 해결 방법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경영진이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과 소유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경영진의 무관심 혹은 무능력이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재가 발생하면 보통 "노동자가 실수로 그랬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기업들이 많죠. 이것이 바로 최종 책임의식 및 소유의식의 부재입니다.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일처럼 받아들이는거죠.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안전에 대해 최종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최종 책임은, 노동자 개인개인이 아니라 경영진이 져야하죠.


왜냐하면 노동자 개인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오롯이 경영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많은 문제들 -- 많은 작업량으로 인해 안전 절차가 간소화 되는 시스템적 문제, 원청 및 하청 업체들 사이의 명확하지 않은 역할 분담 및 안전 정보 공유 실패 등등 -- 은 대부분 단일 소유자(single owner)가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최종 책임은 CEO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경영진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안전"이라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경영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그들이기 때문이죠. 보통 이런 질문에 대해서 "안전 절차를 따르다보면 생산이 늦어져서 안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안전한 작업장은 생산의 측면에서도 득이 됩니다. "다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수 있고, 안정된 고용을 이룰 수 있게 되죠.


저는 이를 가장 잘 이룬 시스템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안돈"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말단 직원이라도 전체 공장 생산 라인을 스톱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일본 도요타에서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NUMMI라는 합작 자동차 법인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일본과는 다르게 미국 공장에서는 불량률도 높고, 생산량도 너무 낮았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 도요타의 사장과 임원진들이 직접 미국 NUMMI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공장을 방문해보니, 이 "안돈"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죠. 왜냐하며 미국 자동차 공장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생산 라인을 멈추지 말라"는 것이 지속되어 왔던 관행이었거든요. 그래서 조립 문제가 생기면 크게 표시를 한 다음,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고, 라인의 끝까지 자동차를 옮긴 다음에, 오류 표시된 자동차를 다시 뽑아내어서 문제가 된 부분까지 다시 해체하고 조립하는 무척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도요타 사장이 한 스테이션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한 직원이 자동차 헤드램프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개 중에서 1개만 간신히 설치하고, 나머지 3개는 제한 시간 내에 설치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도요타의 사장이 말했습니다. "안돈 줄을 내려서 라인을 멈추세요." 직원은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끝마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마무리할 수 없어 보였죠. 그러자 사장은 직접 직원의 손을 잡고 안돈 줄을 끌어당겨 전체 생산 라인을 멈췄습니다. 그러고는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직원에게 사장이 이렇게 말했죠. "죄송합니다. 이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제가 미국 공장의 직원들에게 왜 안돈 줄이 필요한지, 왜 모든 직원들이 이것을 당겨야 하는지를 주지시키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시간 내에 작업을 완료할 수 없을 때 줄을 당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이 일화는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퍼져나갔고 그 날이 끝나기 전에 안돈 줄이 100번이나 울렸습니다. 그리고 도요타의 NUMMI 공장은 점차 미국에서 가장 생산력 있는 자동차 생산 공장이 될 수 있었죠. 이 일화는 기업의 품질과 안전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CEO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설명해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3.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비난해야 합니다.


산재 사고 조사 및 개선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사람을 비난하는 문화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다보니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자 몇몇이 어떤 법적인 처벌을 받았나, 그리고 집행유예만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하다가 얼마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기 마련이죠. 법적 처벌이 일종의 감정적 배출구가 될 수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되면 시스템에는 아무런 개선이 가해지지 않습니다.


구글에는 Blameless post-mortem이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구글도 워낙 큰 서비스이다보니 수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버그, 운영 실수 등등 수많은 문제가 생겨나죠. 구글의 독특한점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절대로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OMG라고 합니다), 운영을 전담하는 직원들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그 이후 post-mortem 이라는 절차를 거칩니다.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타임라인을 재구성하고, 해결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지, 즉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개선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비난은 일체 없습니다. 누군가가 실수로 제출한 코드에 버그가 발생했듯, 누군가가 실수로 필드를 빈칸으로 비워두어서 문제가 발생했든 말이죠. 그래서 "blameless"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구글 서비스가 오류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게 되죠. 이것을 20년동안 반복해왔습니다. 그 결과가 구글의 안정적인 서비스와 제품들인 것이죠.


산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입니다. 다시 해당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죠. 이를 개인의 실수, 관리자의 실수로만 돌린다면 개선할 수 없습니다.


4.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산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리스크" 정보가 효과적으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어떤 작업이 어떨때 위험한지 같은 위험 정보들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죠. 또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near-miss 사고들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조사 및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임리히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산재는 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작은 경고 신호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누군가는 이러한 신호들에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경영진은 이러한 부분에서 "경고 신호들"을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보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모여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작게는 책에서도 언급했듯 특정 화학물질 및 작업 공정이 "왜" 위험한지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죠. 이러한 익명화된 near-miss 사례들을 모아서 작업자들에게 주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이러한 리스크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5. 법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입니다.


법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하한선"만을 다룹니다. 즉 개개인의 과실만을 다룰 수 있지, 그 이상의 기업 안전 문화를 다룰 수는 없죠. 책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나쁜 아이에게는 매질해야 해!"), 실제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죠. 오히려 문제를 음성화시키기만 합니다.



책에서 개개인의 사연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를 지적한 점이 책을 깊이 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해결책도 다룬 점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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