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장들 (책)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책 목록

by 김새섬2023-02-10 18:22:22
어느 「고쿠라 일기」전어느 「고쿠라 일기」전

독서모임 주제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책"이 올라와 이에 관해 좀 생각해 보았다.

인생책이랑 비슷하기도 한데 약간은 다르다.

생각난 김에 꼽아보니 아래와 같다.


1. 어느 고쿠라 일기전 - 마쓰모토 세이초 

나의 이메일 주소 kokura 의 기원이 된 책. 

나는 인생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간다. 책 속엔 인생의 답이 있다길래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해답은커녕 오히려 더 모르겠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인간 승리 이야기도 아니고, 못되게 굴던 빌런들을 핵사이다로 때려 눕히는 내용도 아니고, 묵묵히 무언가를 했더니 결국엔 세상이 알아주었더라 도 아니다.

물음표로 가득 찬 나에게 또 하나의 물음표를 더해 준 나의 인생책.


2.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누가 나의 이십 대를 묻는다면 이 책을 보라고 하겠다. 

나의 이십 대와 삼십 대 초중반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물론 약간의 소설적 각색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나는 한국이 너무 추워서 호주로 이민갔다. 조선 땅에 태어났다고 조선에서만 살아야 되는 건 아니라더라.


3.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1번과 2번의 끝에 이 책이 있다. 1번 책에서 계속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그 수 많은 질문들의 해답 (역시 책 속에는 답이 있다!) 그리고 2번 책이 그리는 내 젊은 시절, 기존 가치관들의 대전환을 만들어준 책이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여기 나오는 백사장(황정민 배우 분)의 명대사가 있다.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맞다. 삶이 고통이다. 하루하루가 괴롭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고통을 없애주진 않는다. 대신 고통스러운 삶을 껴안도록 도와준다.  

고통을 견디는 비결은 "의미"이다. 의미가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인내할 수 있다. 


4.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위 세가지 책과는 결이 좀 다르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나의 피해의식을 떨치는데 도움을 준 책.

나는 왜 골리앗이 아닐까? 나는 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나는 왜 좀 더 예쁘지 않을까? 나는 왜 좀 더 날씬하지 않을까? 나는 왜 좀 더 머리가 좋지 않을까? 나는 왜 글솜씨가 없을까? 나는 왜 성격이 이 모양일까? 

"나는 왜"로 시작하는 육만삼천칠십여섯 가지 질문이 매일 우리를 괴롭힌다.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오~ 다윗이 골리앗보다 좋구나"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단순한 내용은 아니다. 

일단 무조건 골리앗이 좋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좋고 예쁜게 못 생긴거 보다 좋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하지만 다윗도 다윗 나름대로 싸워볼 여지가 있다. 

가진 게 없기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과연 그건 어떤 상황인걸까? 각자 찾아보자. 그 걸 찾는게 다윗으로 태어난 우리들의 인생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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