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이해하기 쉬웠고, 정곡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이라면 다들 ‘이물질’에 대한 사회의 압력을 느끼며 살지 않을까. 글의 분량도 말하려는 바에 맞았다고 본다.
중세의 성(聖)과 속(俗)은 달뜬 활기 속에 섞여 있었다. 중세인들은 자주 울었고, 쉽게 감동받았고, 잔인했고, 무절제했다. 미성숙한 틴에이저 문화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요즘 사회 분위기도 비슷한가?
전반적으로는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중 로보토피아에 좀 더 손을 들어준다. 손으로 직접 빨래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편적 기본소득에 상당히 부정적이며 한 챕터를 할애해 비판하는데 어떤 주장이 옳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고대 그리스 이야기도 조금 있지만 주로 프랑스, 영국, 독일의 살롱과 커피하우스 문화를 소개한다. 17세기에 주로 문예를 말하던 살롱들이 18세기 들어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띠게 됐다고. 문예를 오래 말하다 보면 자연히 현실의 부조리를 논하게 되는 것 아닐까? 살롱에는 이중성과 우아함에 대한 집착, 젠체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고, 그런 위선과 피상성, 허세를 역겨워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 모임이라는 게 비슷한 모양이다.
앤솔로지에 실을 단편소설 원고의 저자 교정을 마쳤다. 편집자나 나나 크게 손 본 구석은 없었다. 다시 훑어보니 당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었다. 교정은 하루 만에 마쳤고, 다음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 교정지를 출판사로 보냈다. 이날 낮에는 저녁에는 메일링 서비스를 위한 에세이도 썼다.
그날부터 서평 잡지에 실을 단편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이미 구상은 대강 해놨던 터라 쓰는 데에는 만 사흘이 걸렸다. 원래 청탁 받은 분량이 200자 원고지 40~50매였고, 그에 맞춰 간단한 아이디어로 구성한 소품이었다. 다 쓰고 보니 45매가 조금 넘었다.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유사한 작품을 쓰면 안 된다고 느꼈다. 딱 한 번 쓸 수 있는 방식이다.
몇 군데에서 강연 요청과 책 추천사 요청을 받았고, 한 곳 빼고는 다 거절했다. 강연 수입이 아쉽기는 했다. 강연들을 할 시간에 글을 써야 한다는 게 HJ와 나의 결론이었는데, 과연 내가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어차피 우울증 치료하려면 많이 나다니라는데, 외출하는 셈 치고 지방 강연을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
추천사 요청도 비슷하다. 어차피 잡식성 활자중독자인데, 책도 읽고 용돈도 벌면 좋잖아. 뭐 하러 그 시간을 아끼려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끝이 안 난다. 뭔가 이 시대 한국 전업 작가의 수입에는 부조리한 데가 있다. 글쓰기 수입과 글쓰기가 아닌 활동에서 오는 수입 사이에 불균형이 너무 크다. 이러다 궁해지면 강연도 추천사도 열심히 다니고 쓰겠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어느 정치인 선거캠프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 유튜브로 대담을 하자는 요청이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비슷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작가로서 성공할수록 이런 연락들도 더 많이 받게 되려나. 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MC 제안도 거절. 참 도도하구나. 내 주제에 이래도 되나.
오디오북 정산이 늦은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 따졌다. 이 출판사는 계약금도 몇 달 동안 입금 안 하다가 내가 따지니 그때 입금했고, 인세도 두 번 그런 적이 있다. 이 오디오북도 내 동의 없이 무단 발행한 것인데 나중에 항의하니 그때서야 사과를 했다. 인세 보고도 지난해까지 제때 한 적이 없다. 이걸 인터넷에 고발해서 업계에 경종을 울려볼까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 그래야 하나? 그러면 이 회사 망할 것 같은데.
기타 학원과 전화영어 사이트로부터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2021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기타를 배우고 전화영어 수업을 받기로 한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았다.
기타는 참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다른 잡념은 잊고 몰입하게 되는데, 요즘 내게는 무척 드물고 귀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색소폰과 달리, 내가 이 악기를 사랑하게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전화영어 수업은 무던하게 잘 듣고 있다. 이번에 6개월분 수강료를 한꺼번에 내고 조금 할인을 받았다.
올해 결심 중 하나는 인터넷 접속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그건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2월부터 이 결심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 하나를 보탰는데, 오전 8시부터 낮 12시, 그리고 오후 10시부터 잠들 때까지는 PC의 인터넷 연결을 아예 끊어버리자는 것이다. 어제부터 실천하고 있다.
(이는 내가 올해 벌이는 실험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디어비평과 인터넷 고발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하나의 주제로 엮어 책을 쓸 것이다. 이게 HJ에게 이야기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단편소설을 쓴 날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기네스 오리지널과 다른 맥주들을 마셨다. 첫 잔은 조금 씁쓸하게, 컴컴하게 시작하고 싶은 날이었다. 안주로는 치킨 텐더와 아구포를 먹었다.
사는 게 곡예라고 느낄 때
어른의 삶은 어쩔 수 없지 생각할 때
검고 쌉싸름한 거품의 위로
김정성의 『부동산 인플레이션, 일자리 디플레이션』을 읽었다. 목차에서 ‘주택은 고평가되었는가: 이론 영역’, ‘주택은 고평가되었는가: 경험 영역’ 같은 문구를 보고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나온 지 1년이 안 된 신간이고, 한국은행을 다니며 국회 담당 업무를 했다는 저자의 이력에도 신뢰가 갔다. 좋은 책이었다. 그러나 지금 서울 아파트 값에 거품이 낀 건지 아닌지 명확한 결론은 없었다.
뒷산에서 까마귀들이 운다. 까마귀 중에 겨울 철새도 있다는 걸 이 집에 이사 와서 겨울을 두 번 보내며 겨우 알았다.
작가의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인상 깊게 읽고 바로 집어 들었다. 팬데믹이 비즈니스 세계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뒀는데, 『플랫폼 제국의 미래』와 이어지거나 겹치는 내용도 꽤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회 여러 분야에서 트렌드의 방향을 바꿨다기보다는 속도를 급격히 높였다고 분석.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대학 교육을 매섭게 비판하는데, 한국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들이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다, 잘 썼다, 생각하며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통찰이 담겨 있다고 인정하게 됐다. 특히 제 10장 ‘거인 기업과 당신의 미래’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내용이다. 경력을 관리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라는, 얼핏 듣기에도 상식적인 충고와 맥락을 모르면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조언들이 함께 있다. 웬만하면 대학에 가라, 도시로 거점을 옮겨라, 자기 경력을 여기저기 알려라 같은.
‘바이블’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700쪽 가까운 분량인데 판형도 크고 본문도 2단으로 나뉘어 있어서 내용이 정말 많다. 맥주의 역사에서부터 종류, 즐기는 법을 깊이 있고 상세하게 다루며, 관련 설화, 명언들, 양조업계의 트렌드, 양조장 르포, 유명한 펍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사진과 도표도 풍성해서 눈이 호강한다. 북미맥주작가조합상을 받았다고. 그런 작가단체도 있구나.
비어 소믈리에와 함께 떠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맥주 여행. 신난다. 떠들썩한 맥주 축제, 기품 있는 술집, 수도원 양조장, 모두 가보고 싶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펍 설립자이자 전직 기자가 쓴 맥주의 역사, 유럽 맥주 축제와 펍, 몇몇 유명 맥주 브랜드의 내력, 맥주 애호가였던 유명인들의 사연. 저자의 유학 경험 때문인지 독일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