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저의 에세이 『아무튼, 현수동』을 주제로 화상 강연을 합니다.
8월 20일 화요일 오후 7시 반~오후 9시 반까지고요, 무료 강연이에요. (수원시평생학습관에 가입하기만 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현수동』을 쓰면서 취재한 게 많았는데 아무튼 시리즈에서 정한 분량이 있어서 책에 안 들어간 내용이 많습니다. 그런 내용과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책의 주제를 엮어서 말씀드리려고요. 질문 답변 시간도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화상 강연을 할 때는 화면에 자료를 띄워놓기보다는 그냥 카메라에 제 얼굴 비추면서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보여드리고 싶은 자료가 많습니다. 현수동에 대한 제 사심입니다. ^^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3818&page=1&s_cate=
전반적으로 『인간실격』의 변주곡 모음집 같은 느낌. 『인간실격』에 대해서는 혐오와 감탄의 두 가지 감정을 품고 있는데 이 소설집에 대해서도 같은 감상이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솔직함에 대한 감탄은 뒤로 갈수록 옅어졌고, 반복되는 자기연민에 대한 짜증은 커졌다. 다자이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었고, 그게 그의 가장 큰 불행이었다. 인정욕구 자체를 없애지 못했더라도 그 방향을 문단이나 타인에서 시간, 혹은 후대로 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기일에 책을 다 읽었다. 100년 전 소설가의 작품이 이렇게 현대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첫 작품 「짝사랑」은 그냥 덕질 이야기인데? 한국 근대 작가들의 글도 현대 한국어로 번역을 한다면 이렇게 위화감 없게 읽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작가가 자신의 불행한 유년기와 정신질환의 가능성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모습에 질리기도 했다. 1914~1927년 일본의 흥미롭고 혼란스러운 사회상은 소설에서 거의 알 수 없었다. 다소 생뚱 맞은 「갓파」가 재미있었다.
제가 참여한 짧은소설집 『소설, 한국을 말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시리즈인데요, 가볍게 읽으면서 지금 한국 사회의 면면을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아래 포스터에 제 이름이 제일 앞에 있는 것은 제가 대표 작가라서가 아니고 제 작품이 제일 앞에 실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소설을 썼거든요. ^^
저 외에 곽재식, 구병모, 이서수, 이기호, 김화진, 조경란, 김영민, 김멜라, 정보라, 구효서, 손원평, 이경란, 천선란, 백가흠, 정이현, 정진영, 김혜진, 강화길, 김동식, 최진영 작가님이 참여했습니다. 라인업이 엄청나지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0503007
#소설한국을말하다 #짧은소설 #은행나무
잭 리처 시리즈 중에서는 평작인데, 리 차일드가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꾼인지는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작품. 억지스럽고 함량 미달인 플롯 두 개를 엮어서 평작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플롯 하나는 진상이 너무 빤한데도 긴장하며 쫓아가게 된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을 잘 연출했다.
글자는 크고 줄 간격 넓고 그림도 많아서 집중하면 한 시간 남짓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잠을 깨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어나서 잠을 깨라는 것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들기를 목표로 삼으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50대부터는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니, 잠 많은 사람한테는 반가운 소리다.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짧은 STS SF 소설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디지털 초상권 시장’은 제가 지어낸 거라서 파라과이에도 없습니다.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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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몇 년 치 등록금과 맞바꾼 그녀의 ‘디지털 초상권’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근미래의 풍경 2회 # 디지털 초상권 시장
네카팡 | s*****
2일 전 | view 35,478 | reply 21
일주일 동안 혼자 끙끙 앓다가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아서, 다른 분들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고민 자체가 욕먹을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마음껏 욕해 주십시오. 욕을 먹고 고민을 접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사귄 지 2년 조금 넘은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동생 소개로 만났죠.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열심히 사는 친구라며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직업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첫눈에 반했고, 세 번째 만남에서 ‘내가 당신 사랑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저 그렇게 순진한 놈 아닙니다. 30대 중반 건강한 남성이고 철없던 시절에는 클럽도 꽤 다녔습니다. 토킹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여성과 사귄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더군요. 내가 만약 누군가와 여생을 보내야 한다면 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확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아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제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지고, 마음도 맑아집니다. 계속 이런 기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귄 지 2년째 되는 날 청혼했습니다.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눈물은 기뻐서 흘리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고백할 게 있는데 차마 직접 하지는 못하겠다며, 집에 가서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숨겨둔 아이라도 있나? 별거 중인 유부녀인가? 메일을 받기 전까지 별별 상상을 다 했습니다.
다들 집에서 가정용 인공지능 쓰시죠? 구독료 얼마 내면 아이돌 목소리나 고전 배우들 얼굴 데이터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시죠. 화면 속 브루스 윌리스한테 에어컨 켜라고 지시할 수 있고, 스칼릿 조핸슨한테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 골라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몰입형 성인용 인공지능 몰래 내려받아서 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한때 돈 많이 벌던 ‘벗방 유튜버’들 어느 날 다 사라진 이유가 뭐겠습니까. 성인용 인공지능한테 밀려난 거잖습니까.
이 글 읽는 분들 중에 성인용 인공지능에 딥페이크 앱으로 다른 사람 얼굴 합성하려고 시도해 본 분도 있을 겁니다. 그건 그냥 불법이 아니라 남 인생 망치고 님 인생도 망칠 중범죄입니다. 음란물 유포죄가 아니라 제조죄 적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딥페이크 앱에 스마트록이 걸려 있어서, 합성 음란물을 만들면 노이즈가 5초에 한 번씩 발생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도 디지털 초상권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거 아십니까. 파라과이에 그런 시장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디지털 초상권 거래와 재판매가 합법입니다. 그래서 파라과이에 페이퍼컴퍼니로 본사를 설립한 ‘캐스팅’ 업체들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디지털 초상권을 구매합니다.
이제 제 여자 친구가 고백한 내용이 뭔지 다들 짐작하셨겠죠. 대학교 1학년 때 선배 소개로 자기 초상권을 팔았다고 하더군요. 몇 년 치 학비를 그렇게 벌 수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권리를 판다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메일을 읽다가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럼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변태 녀석 수만 명이 내가 사랑하는 여인 얼굴을 한 인공지능과 음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가? 그 변태 녀석들이 보는 화면에서 내 여자 친구가 온갖 수치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건가? 디지털 초상권 거래에도 종류가 있는데, 제 여자 친구는 자기 얼굴을 누구나 어디에든 입혀도 되는 조건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게 제일 비쌌으니까요.
제 여자 친구는 이 문제로 우울증에 오래 시달렸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거리에 나서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 것 같았다고요. 사실 한국인은 제 여자 친구의 얼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전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제 여자 친구의 얼굴 데이터가 한국 서버에 올라오면 바로 삭제됩니다.
문제는 해외 서버들입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 서버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평생 볼 일 없는 인간들인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자고 마음먹어도 상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여자 친구가 더 이상 단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 옆에서 제 마음이 맑아지지도 않습니다.
제 여자 친구는 자신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초상권 판매 계약을 맺은 뒤에는 대학가 근처 스튜디오에 가서 카메라를 보며 한 시간가량 다양한 표정을 지은 게 전부였다고요. 저더러 토킹 바의 바텐더와도 교제하지 않았느냐면서, 자기는 그 바텐더보다 떳떳하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3/0003852125?date=20240813
게이고는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다 보니 진지한 사회파 소설도 쓰고 ‘이거 다 장난인 거 아시죠?’ 하며 장난 같은 설정으로 작품을 쓰기도 한다. 후자 때문에 전자의 작품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정작 본인은 신경 안 쓰는 듯. 이 작품은 대표적인 후자인데, 정재계의 힘 있는 사람들만 부를 수 있는 혼성 듀오 탐정집단이 있다는 설정이다.
쓰기는 쉬운데 잘 쓰기는 어려운 게 메타 픽션이다. 메타 픽션을 정말 재미있게 잘 쓰는 소설가 중 한 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문법과 세부 장르 규칙을 잘 아니까 어느 기둥을 뒤틀어도 집이 무너지지 않는지도 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에서는 출판계라는 업계를 풍자하고, 『명탐정의 규칙』에서는 추리물이라는 장르를 놀린다.
나는 게이고가 쓴 가장 뛰어난 작품이 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보니 이 작품이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아내는 이 작품의 주제가 ‘진실은 강하다’라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이 작품에 생각할 때 내용보다는 게이고가 6번이나 후보에 오른 끝에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거장도 인정 욕망으로 고민이 많았구나. 그런데 저 일화의 출처를 못 찾겠다. 설마 내가 만들어낸 기억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