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정유정 소설의 주인공은 늘 극한상황에서 인간 사회의 관습을 무시하고 제 힘으로 위기에 맞서야 하며, 손쉬운 구원은 없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다가 120쪽 부근에서 깜짝 놀라고 결말에서 또 놀랐다.
내가 섬에 작업실을 구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부럽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가 소설가들에게도 다시 문을 열면 당장 지원할 텐데. 한국 인터넷의 감정 과잉이 선을 넘었기에 어떻게든 ‘감정의 문명화’가 일어나리라는 전망이 흥미롭다. 나는 정반대로, 세계적인 감정 과잉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 ‘노오오오력’ 얘기다. 뻔하다고 생각하면 뻔하고, 마음 열고 읽으면 고개 끄덕이게 되는. 책에 대해 품었던 선입견과 달리 증명되지 않은 것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저자의 신중한 자세가 좋았다.
안 읽으면 못 읽게 된다는 이야기.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그런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전에 대한 저자의 절절한 애정이 보기 좋다.
낙담한 작가와 자기 재능을 의심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강력 추천. 어찌보면 당연한데 그래도 들으면 힘이 나는, 짧은 조언과 사례, 글쓰기 명언들을 모았다.
마 음챙김 명상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본다. 신비주의를 배제했다는, 학위 있는 사람들의 책으로. 이번에는 심리학자의 책. 그런데 꼭 뒤에 가면 신비주의 분위기로 흐르더라.
야채곱창과 막창 볶음을 먹은 날부터 4일 연속 맥주를 마셨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칼스버그 대니쉬 필스너 등을 마셨다. 어쩌다 보니 라거만 마시게 됐다. 부모님 댁에서 강아지를 껴안고 멍하니 오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HJ는 내게 다시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고 나는 한번 더 같은 일이 벌어지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런 뒤에는 일주일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딱히 금주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마시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다. 그러면서 천천히 마음도 회복되었다.
이틀간 근력 운동도 하지 않고 달리지도 않았다. 근력 운동은 다시 시작했지만 달리기는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싫어하면서 억지로 달리지 않아도 될 거 같다. 포기하니 편하다.
3월도 됐으니 헬스장에서 달리는 대신 밖에 나가 자전거를 타자고 생각했다. 나는 속도를 내지 않고 설렁설렁 즐기면서 자전거를 타는 타입이라 운동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훨씬 더 좋겠지.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도 낮에 시간을 못 내거나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찾는 용도가 아니면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고 일주일간 그 결심을 대체로 지켰다. 사실 연초에 한 다짐이었지만 그간 실천은 못하고 있었다.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나는 이게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HJ가 마침내 퇴사했다. 금요일에 예전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새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며칠이라도 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토요일에 이직 기념으로 동네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서 런치세트를 먹었다. 코스요리라지만 3만원 대였다. 메인 메뉴로 돼지목살구이와 아귀 요리를 골랐다.
가격에 비해 썩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자주 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계산하는 동안 맛이 어땠는지를 묻는 셰프에게 “여기는 무슨 요일에 쉬세요?”라고 물었더니 셰프와 서버가 동시에 얼굴이 굳어지며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셰프는 “기본적으로 프렌치인데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제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질문이 “여기는 무슨 요리 하세요?”라고 들렸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뒷산에 올랐다. 평소 가지 않는 길을 걷다가 작은 산제당(山祭堂)을 발견했다. 그 옆의 비문에 ‘언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매우 오래됐으며, 500여 년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산제당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안에 누가 사탕을 바쳐놓았다.
일요일에는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돼지 뒷다리 살을 구워 먹고 떡국도 만들어 먹었다. 월요일에는 밤에 이유 없이 1분도 자지 못했는데, 그 뒤로는 잘 잤다. 그렇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소설 작업을 열심히 하지는 못했다. 장편소설 원고는 이제 200자 원고지 1800매가 넘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다.
조카와 같이 새롱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4차 예방접종을 맞혔다. 개는 주사를 맞는 동안 지난번보다 더 크게 울부짖었다. 귀에 염증이 있다고 했다. 귀가 처진 견종에게는 흔한 질환이라고 한다. 부모님 댁 현관에 반려견용 울타리를 설치했는데 개가 그 창살 사이로 몸을 통과하는 바람에 울타리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새롱이 몸집이 그렇게 작은지 몰랐다.
이 기간에 하이트제로를 여러 캔 마셨고 역시 무알코올 맥주인 산미구엘 NAB도 마셨다. 산미구엘이 NAB의 맛이 그럴싸하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고, 광고 문구도 ‘오리지널 맥주 맛을 99퍼센트 재현했다’는 것이어서 기대를 했는데 과연 괜찮았다. 하이트제로보다 곡물 향과 맛이 훨씬 진한데 그래서인지 칼로리도 더 높다. 하이트제로와 달리 알코올이 약간 포함돼 있다.
궁금히 여겼지
다들 이렇게 사나
알아서 뭐하게
안전주의에 빠진 부모들이 자식을 품고 살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상담 교사인데 책 뒷부분에 『시크릿』 얘기가 나와서 당황.
짧지만 도발적인 논증. 경제적 평등주의는 공정성과 존중에 대한 요구에서 나왔으나 그 자체로서는 도덕과 무관하며, 빈곤 해결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평등주의에 도구적 가치는 부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원적 가치는 없다는 것. 반박하기 쉽지 않다.
트롤리 딜레마가 실제로 벌어졌다고 가정하고 검사와 변호사, 배심원 등의 입을 통해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몇몇 관련 철학 사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