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결론부의 ‘나오시마 선언’이 흥미롭다.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종신고용시스템이나 초국적 위험관리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끈다.
아찔하게 생생한 욕망과 두려움, 열등감. 감탄하며 읽었고, 여러 곳에서 추천했다. 결말을 아주 좋아한다. 내 안에 동물 좋아하는 소년이 있어서. 작가의 말에는 전작 『모던 하트』의 부산물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다면 전작이 예고편이고 이쪽이 본편이라고 본다. 그나저나 잠실이라는 장소는 이런 상징성을 얻었구나.
한겨레문학상 12, 14, 16, 18회 수상자가 모두 1975년생이고, 혼자 내적인 친밀감을 품고 있다. 처음에는 칙릿 분위기가 계산된 위장인지, 화살이 날아가다 중간에 과녁을 바꾼 것인지 궁금했다. 나중에 보니 칼춤을 출 분이었다. 읽다가 ‘남자가 썼다면 여성혐오라는 말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였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사랑했던 술 이야기와 그들의 음주 일화를 밝은 톤으로 재미나게 엮었다. 와인이나 위스키, 압생트 같은 다른 술에 비해 맥주를 사랑한 작가는 적었나 보다. 괜히 억울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일으켰으며 유럽의 온건 좌파 정당들을 몰락시켰다고 분석한다. 경제위기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이때 극단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히틀러 같은 인물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진지하게 하고 있다.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내 경제 지식이 부족한 탓도 크겠지만.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이자 러시아혁명사의 권위자인 로버트 서비스가 쓴 두툼한 평전 『레닌』이 지난달 다시 나왔다. 출판사 교양인 측은 “원래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에 맞춰 2017년 10~11월에 내려고 했는데 출간이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책을 2001년에 나온 시학사 판으로 읽었다. 책의 몇 구절을 데뷔작 『표백』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내 소설은 일종의 ‘반(反)혁명’에 대한 내용이었고, 거기서 레닌을 언급하면 그럴싸한 분위기가 나리라 기대했다.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가 풍기는 정도의.
레닌주의에 끌렸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나 레닌이라는 인물은 흥미로웠다. 하루 24시간 혁명만을 생각했고, 혁명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냉혹한 마키아벨리주의자.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켰고, 번민과 후회가 없었던 인간. 논쟁에서 지는 법이 없었던 천재. 철부지 시절에는 다들 꿈꿔봤을 만한 인물형 아닌가.
그런데 사실 20여 년 전만 해도 레닌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런 판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소련은 레닌의 친척과 동료들이 쓴 글마저 기밀로 분류했고, 부인의 회고록도 검열했다. 레닌을 예수 같은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시기 세상 다른 쪽에서 그는 사탄이었다.
저자가 소련의 비밀문서를 샅샅이 조사해 그린 레닌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정직한 감상은 ‘그도 누군가에게는 착한 아들이고 다정한 남편이었구나’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 쪽이다. 그는 교활했고, 무자비했고, 오만했고, 조급했다. 아첨을 싫어했지만 자신에 대한 숭배가 혁명에 도움이 될 거라 여기고 받아들이는 야심가였다. 복잡한 인간이었나? 글쎄, 비범하게 단순한 인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혁명 외에 다른 건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런 면에서는 조조나 이방원, 체사레 보르자의 전기를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집어 들어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피를 흘리더라도 지름길로 가자’는 분노와 혼란이 팽배했던 제정 러시아 말기와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며 읽어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레닌은 괴물 같은 시대를 만들었지만, 그 역시 기괴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시학사 판은 908쪽이었는데, 새로 나온 교양인 버전은 848쪽이다. 판형이 커진 탓. 그러나 주석이 늘어나 글자 양은 더 많다고 한다. 러시아혁명사를 전공한 김남섭 서울과기대 교수가 새로 번역했다. 영어 원서뿐 아니라 러시아어 판본도 검토해 꼼꼼히 옮기면서 원 저자의 고유명사 표기 오류까지 바로잡았다고 한다.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해준 상담 기록. 내담자들의 활동 분야는 다양하고 경력도 제각각인데 고민들은 무서울 정도로 죄다 비슷하다. 돈이 안 벌린다, 미래가 두렵다, 집중이 안 된다….
이번에는 여러 도시에서 소매치기, 절도범, 사기꾼, 위폐범, 마약상, 납치범을 만난다. 이번에도 재미있다. 그래도 누가 이런 취재를 하겠다면 난 말린다.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이 작업을 통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메시지를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코너 우드먼의 책 중 한 권을 추천하라면 이거다. 제목을 보고 가벼운 책일 거라 지레짐작하면 오산.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여러 현장의 희망과 절망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니카라과와 라오스, 콩고, 아프가니스탄, 중국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해서 선진국 소비시장에 물품을 공급하는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
코너 우드먼은 애널리스트였는데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르포 작가가 되었다. 필력과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멘탈도 강한 저자다. 그의 책들은 한국에 ‘나는 세계일주로 ~를 했다’는 제목으로 세 편이 소개되었는데 그중 첫 번째 책이다. 왜 벌인 건지 썩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좌충우돌 글로벌 장사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