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꽈배기의 맛』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흰머리가 하나씩 생길수록 ‘유머의 모발’이 하나씩 줄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나한테는 이 책의 유머 머리숱이면 딱 적당한 듯싶다.
전체적으로 다 재미있었지만 살짝 더 진중한 뒷부분이 취향에 보다 맞았다. 먹는 얘기를 아주 맛있게 잘 쓰신다. 좋아하지도 않는 생선구이가 먹고 싶어졌다. 글 안 쓰는 작가는 변비 환자와 같다는 말에 동감.
마르크스보다 싱어가 궁금해서 펼치게 된 책. 마르크스가 옳았는지, 여전히 유효한지를 말하는 10장, 11장이 핵심이다. 피케티의 분석과 마르크스의 주장을 비교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동물권 신장에 찬성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유들’보다는 기본 개념과 실천 전략의 방향을 설명하는 부분의 비중이 높다. 세미 채식주의를 실천하면서, 종차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거기에 ‘차별’이라는 말을 써도 되는 건지 계속 고민 중.
즉흥적인 일회성 기부와 감성에 휘둘리는 이타주의를 벗어나 이성적으로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는 데에는 더없이 찬성. ‘무리하지 말고 실천하자, 의도보다 결과를 따지자’는 주장도 강력하다. 그런데 이게 어느 선을 넘어서면 궤변 같은 영역에 이른다. 그런 면에서 도덕적 직관도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싱어의 견해들에 무척 감화되었지만, 동시에 그의 주장이 아직 미완성이라고 여긴다.
‘장강명의 벽돌책’ 원고도 벌써 13회인데, 읽는 재미로는 아마 이번 책이 으뜸일 것이다. 신판 기준으로 832쪽인 이 작품을 나는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쓴 레즈비언 소설 『핑거스미스』다.
지금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박찬욱 감독의 2016년작 영화 《아가씨》의 원작으로 낯설지 않은 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국내에 들여온 2006년, 열린책들 출판사의 마케터는 얼마나 난감했을까. 빅토리아 시대?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아직 한 작품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작가가 30대에 쓴? 게다가 이렇게 두꺼운? 열린책들의 김영준 문학주간은 “그런 장애요인 때문인지 영국에서는 출간 즉시 BBC가 드라마 제작을 결정한 화제작이었는데 한국 출판사들은 판권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좋은 책은 결국 독자가 알아보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 작품은 성공했다. 외국소설로는 매우 드문 판매곡선을 그리며 큰 기복 없이 매해 꾸준히 잘 팔렸다. 영화 ‘아가씨’가 나오기 전에 이미 2만 부 이상이 팔렸다. 2016년에는 3만 부가 나갔다.
어떤 작품의 성공비결을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늘 머쓱한 일이다. 특히 『핑거스미스』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성공비결? 펼치면 놓지 못하는 책이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욕망을 지닌 등장인물이 딱 적당한 수로 등장해 제각각 음모를 꾸미고 계략을 짜는데 모두 뜻대로 안 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몇 번이나 벌어진다. 그리고 야하다.
그 표면의 매력이 글자 아래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다른 장점을 가리지 않을까 우려마저 든다. ‘진상이 뭐야? 얘들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기분으로 한번 읽고, 복선과 암시를 살피며 한 번 더 읽고, 줄거리와 인물을 떠난 곳에 층층이 쌓인 역설과 아이러니를 음미하며 삼독해도 여전히 즐거울 소설이다.
페미니즘, 동성애, 계급 갈등, 진실과 거짓 등 생각해볼 키워드는 무척 많지만 나는 무엇보다 책에 대한 책으로 읽었다. 인간을 억압하는 책과 사악한 독자들, 그리고 소설가를 구원하는 문맹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층위에서는 정반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층에서나 비비 꼬여 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영상매체의 시대에 문학이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노골적으로 묻고 답을 멋지게 제시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영화 《아가씨》의 각본은 원작의 뒷부분을 크게 바꾸면서 바로 그 질문을 피해간다.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넓게 던지는 실천윤리학의 질문들. 공직자의 사생활은 어디까지인지, 인공지능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지, 스포츠에서 속임수도 경기의 일부인지. 이런 이야기들 좋아한다.
너무나 끔찍한 사고였고, 1인 대안언론을 운영하며 반핵운동에 평생 몸 바친 저자도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글의 문제로 들어오면, 문장에서 구성까지 모두 서툴고 뻣뻣해서 읽기가 괴롭다.
소설 장르에 따라 필요한 대화의 속도나 성격이 다르므로, 자신이 쓰는 글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파악하는 ‘마케팅 감각’이 필요하다고.
‘캐릭터를 창조한 뒤 그 인물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라’는 조언에 대해 “책을 팔고 싶으면 그러지 마라, 플롯에 신경 쓰라”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