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사이먼 싱이라는 이름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대체의학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고 공저자는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라고 한다. 읽다 보면 황당한 사례가 하도 많이 나와서 나중엔 그 헛소리를 믿은 피해자한테 화가 날 지경.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 한 문제의 답을 알아내기 위해 수백 년에 걸쳐 투쟁한 전쟁의 기록. 너무 재미있고, 읽다 보면 기묘한 감동을 받게 된다. 수학자들의 절망감은 생생한 동시에 낯설다. 일상생활에서는 맛보기 힘든, 거의 종교적인 감정이다. ‘이 우주에 과연 숨은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 오래 매달릴 때 맛보는.
전작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보다 좀 더 세부적인 문제들을 다뤘지만 그렇다고 그걸 실전 요령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다. 합평에 대한 조언들이 유용했다. ‘열매 없는 흥분’을 피하라는 지적이 참으로 적절하다.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평론가로도 활동한 작가의 글쓰기 책. 사사(師事)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 특히 와 닿았다. 체계화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불필요한 경계와 성역을 만든다는 것. ‘미쳐라’ 유의 가르침을 미신숭배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책 내용보다는 책을 쓰게 된 계기와 기획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성인들의 답변을 읽다 ‘나만 이 문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구나, 나만 답을 모르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한다. 답을 알면 사는 게 시시해지겠지…. 그렇겠지?
저자는 논리학, 언어철학, 형이상학, 심리철학 분야에서 상당히 업적을 쌓은 현대 철학자라고. 그런데 몇몇 대목은 진지한 마음으로 쓴 건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자기계발서 흉내를 낸 긴 농담이자 현대 사회 풍자라고 여기고 읽으면 유쾌하다.
이번에는 리처드 도킨스, 제인 구달, 피터 싱어 등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어떤 챕터에는 부제가 ‘대화’라고 되어 있고 어떤 챕터에는 ‘논쟁’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논쟁들이 썩 생산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저자는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과학기자로 일했고, 그 뒤에는 과학 칼럼니스트가 됐다고 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인터뷰하기에는 적합한 이력이다. 그래도 실존 인물 인터뷰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가상 대화를 넣은 것은 괴상하다고 생각한다.
새롱이는 나를 기억하는 걸까? 나를 보더니 오줌을 지리며 굉장히 반가워하기는 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조카들이 오자 역시 마찬가지로 펄쩍펄쩍 뛰며 반가워했다. 그냥 사람을 보기만 하면 다 저러는 것 아닐까? 나는 제주 여행에서 새롱이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한 달 동안 새롱이와 떨어져 있었고, 여름에는 또 두 달 간 떨어져 있을 예정이다.
새롱이는 그 사이에 조금 자랐고, 몸통의 털은 짧게 깎았는데 머리털은 그대로여서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머리 근처에 가위를 댔더니 혼비백산해서 비명을 지르기에 결국 미용사가 포기했다고 한다. 엄살이 무지 심한 녀석이다.
엄살도 심하지만 산만하기도 하여 산책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들도 ADHD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1분을 잠자코 걷질 않고 주변의 온갖 움직이는 것들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에 정신이 팔렸다. 특히 다른 개나 새를 보면 완전히 주의를 뺏겼다.
개들은 마음껏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해서 처음에는 화단의 풀이나 바닥의 얼룩에 코를 들이밀려 할 때마다 그렇게 놔두고 충분히 시간을 줬다. 그런데 매번 그러자니 도저히 같이 걸을 수가 없었고, 산책의 주도권도 자신에게 있는 걸로 오해하는 듯했다.
그냥 목줄을 내가 단단히 쥐고 나와 보조를 맞춰 걷게 하면서 한눈을 파는 것 같으면 얼른 방향을 조절하자 개는 거기에 순순히 응했다. 개를 산책시키는 다른 사람들을 봐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개 입장에서도 산책을 일종의 즐거운 임무로 받아들이고 주인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면 뿌듯하지 않을까? 나는 늘 양치기 개들이 어지간한 현대인보다 노동의 기쁨과 의미를 더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으면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아 봐도 되느냐”고 묻는 어린 아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새롱이가 어린 걸 바로 알아차렸는데, 너무 산만해서인 것 같았다. 대부분 친절했지만 기분 나쁜 소리를 하는 인간도 있었다. 그럴 때면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가 났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인가?
서울은 완연한 봄이었다. 벚꽃은 다 졌고, 대신 철쭉이 피었고, 가로수에는 힘찬 연두색 새 잎들이 달려 있었고, 미세먼지가 심했다. 나는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했다. 외주 편집자와 통화해 하던 작업을 미루고, 매니지먼트 회사와 『한국이 싫어서』 드라마 판권 문제를 논의했다.
월간 문예지 6월호에 실을 단편소설을 구상했고, 쓰고 있던 장편소설을 여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은 포기했다. 장편소설 원고를 여름 전에 마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제주도를 여행하며 인정하게 됐고, 그게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앞으로 부지런히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또 다른 방송사가 출연료를 주지 않았고, 내가 메일을 보내 따졌더니 실수였다며 사흘 뒤에 입금했다. 오디오북을 무단 발행한 SF 전문 출판사에서 4월 하순에 인터넷 서점과 이벤트를 한다고, 사과문을 올릴 시기를 그 뒤로 늦춰달라고 했다. 받아들였다.
한 달 만에 기타를 다시 잡았다. 잊은 코드들을 다시 익혔는데 여전히 코드 바꾸는 것은 못한다. 나한테 별 재능은 없는 것 같다. 원주 토지문화관에는 기타를 메고 갈 계획이다.
제주에서 탄력 밴드를 이용해 꾸준히 근력운동을 했고, 그냥 나한테는 그 정도면 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몸짱이 될 것도 아니고, 집에는 탄력 밴드보다 더 효과가 좋은 덤벨과 바벨도 있는데, 굳이 피트니스클럽에 다녀야 할까? 회원 가입기간을 중단할 수 있는 한도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주에도 가서 두 달을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헬스장 회원권을 HJ에게 넘겼다. 헬스장에 줌바댄스나 무술과 운동을 결합했다는 유산소 운동 그룹 수업도 있는데 나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춤을 좋아하는 HJ는 잘 활용할 것 같았다. 그런데 회원권 양도 수수료가 따로 있어서 돈을 추가로 내야 했다.
그렇게 같이 피트니스클럽에 갔던 날 동네를 한 바퀴 같이 걸었다. 꽈배기를 사서 걸으며 먹고, 토스트는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먹었다. 저녁에는 냉동실에 남아 있던 마지막 가래떡을 먹어 치웠다. 체중을 감량해야 했다.
이날 칼스버그 0.0을 마셨다. 이름은 0.0이라고 붙였지만 완전 무알코올(alcohol free)은 아니고 조금이지만 알코올이 들어 있는 비알코올(non alcohol) 음료다. 이때만 해도 4월 말까지 맥주를 마시지 말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술을 마신 날이 5일이나 되었다. 꽤 마신 날도 있었다. 하이네켄을 많이 마셨다.
여행은 끝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네
이제 일을 합시다
피터 케이브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를 읽었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에 대해 꼬치꼬치 근거를 묻고 시비를 따지는 책인데, 실제 성격이 그러한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시기심을 다루는 책인 줄 알고 집어 들기는 했지만. 저자 소개에는 그가 패러독스에 관심이 많다고 나와 있는데 나도 그렇다.
나는 딜레마도 좋아한다. 이제는 그 이유도 알 것 같다.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고민하다 보면 가치들에 위계질서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며, 그 익숙한 질서를 깨뜨리는 현상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심야 플러스 1』만큼 인상 깊지는 않았다. 개빈 라이얼 본인이 공군 장교 출신이었다(기자 출신이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그의 작품들은 이 책 같은 항공 스릴러와 『심야 플러스 1』 같은 ‘유로 스릴러’ 두 종류였다고 하는데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뻔한 패턴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1980년대, 1990년대에 각각 새로운 소설적 시도를 감행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