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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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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 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책 앞머리에 적힌 수많은 추천사들처럼 나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고. 다중우주들 사이를 돌아다니게 하는 기계나 그 사용법은 썩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결말의 해결책은 생각해보면 여러 캐릭터들에게 참 무섭고 잔인한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30일의 밤
30일의 밤
846.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뇌과학자가 쓴 로마 이야기. 로마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부분은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의 몰락에 현대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퇴행 분위기를 겹쳐보는 대목들에서는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는 멸망 순간까지 자신들이 왜 망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845. 알고리즘 라이프 (알리 알모사위)

‘산더미처럼 쌓인 양말 짝을 맞춰라’, ‘장보기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라’ 같은 챕터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내용은 컴퓨터 알고리즘의 원리를 소개하며 일상생활의 선택에도 적용하게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반대로 일상의 예시를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명하려는 쪽에 가깝다. 그래도 사례들이 귀여웠다.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844. 보이지 않는 지능 (렌 피셔)

저자는 도넛을 커피에 가장 알맞게 적셔 먹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적도 있는 물리학자. 과학 칼럼니스트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부제가 ‘최상의 해답은 대중 속에 있다’고 해서 ‘민중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분위기인가 싶지만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중지성은 집단사고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

보이지 않는 지능(양장본 HardCover)
보이지 않는 지능(양장본 HardCover)
843.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 작가 본인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기업 사내보 편집을 맡아 익명 작가의 글을 매달 연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왜 이런 형식을 사용했는지도 뒤에 가면 설명된다. 익명 작가의 글은 미스터리 단편이기도 하고 괴담이기도 하다. 귀엽고 재미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842. 안락 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앨리스 죽이기』에 대해 독특하다, 황당하다, 뻔뻔하다는 표현으로 감상을 남겼는데, 이 연작 단편소설집에 대해서도 같은 단어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겠다. 『앨리스 죽이기』만큼 기묘하지는 않다. 수록작들의 수준이 들쭉날쭉한데 「다이어트」가 무척 좋았다. 책 전체의 마무리도 나는 마음에 든다.

안락탐정
안락탐정
841. 앨리스 죽이기 (고바야시 야스미)

화제작이라고 해서 사전 정보 없이 펼쳐 들었고, 중반까지는 이게 뭔가, 이거 계속 읽어야 되나 고민하기도 했다. 결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독특하고, 황당하고, 뻔뻔하기도 하고, 물론 이상하기도 한데 기분 좋은 이상함이라 해야겠다. 그래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어서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의 다음 책들은 좀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앨리스 죽이기
앨리스 죽이기
840. 왜 맛있을까 (찰스 스펜스)

‘맛있다’는 감각과 미식이라는 경험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연구해서 요리와 식당에 적용하려는 과학자의 이야기. 포장지의 소리나 식기의 무게까지도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인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요령도 여러 가지 나온다.

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839. 암흑 물질과 공룡 (리사 랜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고생물학, 지질학을 흥겹게 누비는 교양과학서. 저자의 글 솜씨도 좋고 책 속의 여러 주장들이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은 가설임을 분명히 밝히기 때문에 믿음도 간다. 암흑 물질이 공룡의 멸종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 자체가 재미있었다. 공룡 미안.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34. 보수의 정신 (러셀 커크)

2020년 대한민국에서 진보, 보수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와는 별 상관없이, 특정 정치 패거리와 그 지지자들을 각각 일컫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두 패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가치라기보다는 그냥 자기들의 패권이다. 그건 그것대로 슬픈데, 진보와 보수의 철학을 제대로 설명하는 이조차 찾기 힘든 현실은 기가 막힌다. 글줄 깨나 읽었다는 사람이 “보수는 경제와 안보, 진보는 인권과 복지”라는 식의 당황스러운 이분법을 펼친다.

그런 분들께 미국의 정치이론가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을 권한다. 856쪽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저자 서문과 부록인 ‘보수의 10대 원칙’만 읽어도 생각이 흔들릴 것이다. 보수주의자가 쓴, 보수주의자를 위한, 보수주의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보수의 철학을 파고들면 당연하게도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를 둘러싼 통찰 역시 얻을 수 있다.

보수주의자는 신중하다. 연구실에서 막 합성된 신물질에 대해 우리가 그러하듯이, 보수주의자는 대학이나 인터넷에서 갓 나온 사회 변혁의 아이디어를 경계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부작용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최악의 사태를 미리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런 태도 아래에는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정치적 독선과 낭만적 이데올로기를 혐오하고 전통과 현실을 겸손하게 존중한다.

그는 사회 발전이나 인간의 선량함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은 질서, 계급, 규범, 분배에 대한 보수주의적 관점으로 이어진다. 이런 신조들이 체계적 교리로 모아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뒤죽박죽은 아니다. 저자는 에드먼드 버크 이후 보수주의의 역사를 쫓아가며 그 ‘정신’을 붙잡으려 한다.

책 자체가 나온 지 60년이 넘은 데다 미국의 정치사, 사상사를 모르면 쉽지 않은 대목들이 있다. 저자의 화법도 꽤 딱딱하다. 뉴스위크 한국판 발행인을 지낸 옮긴이가 번역에 1년을 꼬박 매달렸다고 한다. 특히 ‘보수의 10대 원칙’은 역자가 커크의 저서를 살펴보다 발견해서, 원서에는 없는 내용을 러셀 커크 재단의 허가를 받아 국내 번역서에 실었다.

국내 출판사인 지식노마드가 역자를 물색할 때에는 “팔리지 않을 텐데……”라며 만류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막상 책은 국내 출간 뒤 2년이 안 돼 7쇄를 찍었다. ‘진짜 보수’의 정신을 찾고 싶었던 독자가 그만큼 많았나 보다.


보수의 정신 - 버크에서 엘리엇까지
보수의 정신 - 버크에서 엘리엇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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