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이시다 이라의 데뷔작이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아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의 1권이다. 『호모도미난스』에 일본 청소년들의 길거리 싸움이 나오는데, 이 시리즈를 참고하며 썼다.
다른출판사의 김한청 대표는 번역서 출간을 기획할 때 ‘독자를 딱 한 명 꼽는다면 누가 좋을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가, 그가 책을 재미있어할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의 720쪽짜리 저작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를 펴낼 때 그 질문의 답은 대통령이었다. 이후의 확장 독자로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로마는…』을 다시 펼치니 새삼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를 소재로 한 다른 인문교양서나 영상물처럼 이 책도 로마 공화정이 무너지고 제정이 시작되는 시기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룬다. 그런데 흔히들 주인공으로 삼는 카이사르가 아니라 키케로와 아우구스투스에 초점을 맞춘다. 게다가 이들을 미화하지 않는다.
독재자의 등장을 막고 공화제를 지키겠다는 키케로의 목표는 왜 실패했는가? 어떤 판단이 문제였고, 어떤 약점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나? 이런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을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이 새겨들으면 좋겠다. 아우구스투스는 어떻게 그렇게 성공적으로 로마를 장악했나? 어떤 가면과 술수가 먹혀들었나? 조직을 이끄는 운영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저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이런 관성 어린 시도 자체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로마는 놀랄 정도로 현대적인 면모를 갖췄지만, 동시에 현대인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야만적인 관습과 사고방식이 있었던 낯선 땅이기도 하다. ‘로마에 관한 한 편의 이야기 같은 것은 없으며’, 로마인들 역시 로마의 정체를 혼란스럽게 여겼다.
책은 후대의 신화화를 걷어내고 매력적인 이국(異國) 로마와 그곳 사람들을 새롭게 보여준다. 이용하는 자료는 시, 편지, 연설문에서부터 법안과 장부에 이르기까지 로마인들이 직접 남긴 풍부한 기록들이다. 정치인이나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교양 독자에겐 그런 이유로 충분히 즐거울 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저자가 왜 현역 로마 연구자 가운데 가장 독창성이 돋보이는 인물로 꼽히는지, 왜 BBC 방송국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는지도 알 것 같다.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이리저리 주무르면 뭔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데이터 분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이후에 대통령이 될 두 사람이 1996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붙었다.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선거를 치렀고, 한 사람이 당선되었다가 선거 부정으로 물러났다. 이 소재로 언젠가는 책을 쓰겠다고 벼르던 정치부 기자들 꽤 많지 않았을까. 부지런한 기자가 성실하게 썼다.
지하철 동영상 광고를 보다가 강지영 작가의 『살인자의 쇼핑몰』이 드라마화된 것을 알고 반가웠다. 아홉 편의 단편 중에 표제작이 가장 좋았고 「스틸레토」와 「허탕」도 재미있었다. 가난, 환상성, 약자에 대한 폭력, 폭력적인 섹스 묘사에 질색하는 독자에게는 권할 수 없겠지만, 나는 흥미롭게 읽었다.
워낙 모르는 분야라 나중에는 독설을 즐기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내가 먹는 데 참 무심한 인간이라는 사실도 새삼 느낌.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는 앞으로도 주는 대로 먹겠지. 육즙을 가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늘 궁금했는데 그냥 잘못된 표현이었구나.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2편. 시리즈 1편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조금 발랄하게 말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굳이 ‘일상 미스터리’라고 부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사건도 작지 않고 인물들도 보이는 바와 다르며 진상도 상당히 끔찍하다.
시작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과 너무 흡사해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는데 얼른 그 궤도에서 벗어난다. 주인공이 그렇게 힘들여 남의 복수를 대신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연쇄살인마니까?),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다른 인물들도 다 시원시원하다. 하여튼 흡인력은 대단했다.
전투기 조종사였고, 참전 용사였고,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마술 같은 문장들을 썼던 제임스 설터의 단편집. 마르고 무겁고 흐리터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균열과 진실까지는 모르겠고, 가끔 이런 문장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설터는 소설에 대한 기준이 높았고, 자기 작품에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어느 것 한 편 거를 것 없이 다 좋고, 어느 것 한 편 예외 없이 다 어둡다. ‘소시민 시리즈’의 작가와 동일인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 곰곰 생각해보면 범인의 동기가 납득이 안 가거나 범인을 찾는 과정이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하는 작품도 있긴 한데, 읽는 동안에는 서술이 하도 자연스러워 그런가 보다 하고 납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