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최근 150년 동안 서구의 철학, 문화, 예술, 정치운동을 832쪽짜리 책 한 권에 담아낸다고 치자. 어떤 키워드를 써야 그 모든 움직임을 다 엮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2020년의 우리에게도 현재진행형인 주제는 뭘까? 박학다식의 대명사 같은 작가인 피터 왓슨은 그 열쇠말로 ‘신의 죽음’을 내세웠다.
『무신론자의 시대』(책과함께)는 종교를 믿으라거나 믿지 말라고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책도, 종교학 서적도 아니다. 니체 이후 서양의 사상가와 예술가, 운동가들이 ‘세계의 의미’를 붙잡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어떻게 도전하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설명하는 지성사다. 저자는 사실 그런 노력들이야말로 현대 문화의 핵심적 요소라고 풀이한다.
저자의 시야는 현상학과 실존주의에서 뉴웨이브와 사이키델릭에까지 이른다. 이 사조(思潮)와 유행들을 저자가 제공하는 독특한 렌즈를 통해 보면서 새로운 특징을 발견하고 본질을 다시 이해하는 즐거움이 짜릿하다. 책은 프로이트의 의의를 이전까지 종교가 독점했던 인간 내면을 생물학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데서 찾는다. 카프카의 작품을 대안 종교가 되려하는 거대 담론 일체에 대한 거부로 읽는다.
현대 문화와 사상의 맥락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저자의 유려한 솜씨 덕분에 책은 뒤로 가면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된다. 그래서 이 시대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에 대한 희망과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답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종교도 과학도 여전히 불충분해 보이는 이때, 어떤 시도와 상상력이 필요할까? 책장을 덮은 뒤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다.
곳곳에서 교회 십자가와 점집을 찾을 수 있는 나라지만, 종교적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책은 안 팔리는 곳이 한국이다. 류종필 책과함께 대표는 초판 수량을 놓고 ‘제목에 무신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벽돌책이 얼마나 팔릴까’ 하고 망설였다고 한다. 책은 류 대표의 예상을 뒤엎고 5개월 만에 1쇄가 다 팔렸다. 인터넷 서점들의 평을 보면 ‘피터 왓슨의 책이라면 무조건 본다’는 팬들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과학철학 입문서이고 대학에서 교재로도 사용되는 책이라고 해서 집어 들었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귀납주의, 반증주의, 과학혁명 같은 과학철학의 중심 주제와 관련 논쟁들을 설명한다. 2부는 저자의 연구 분야인 과학적 실재론을 다룬다. 저자는 구조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입장.
1883년에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을 둘러싼 흥미진진하고 생생한 과학 논픽션. 이 화산 폭발의 충격파는 지구 대기권을 네 번이나 돌며 인류 역사에 기록된 화산 폭발 중 가장 큰 폭음을 냈다고 한다. 화산 분출물이 햇빛을 가리면서 세계적인 흉작과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각종 정치, 종교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지질학자로 잠시 일했다가 기자가 되었고, 이후 탁월한 논픽션 작가로 변신했다.
프리온 이야기. 『호모도미난스』를 쓸 때 참고했다. 원제는 ‘The family that couldn′t sleep’인데 프리온이 일으키는 병 중 하나인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을 가리키는 말이다. 치료약이 없는 희귀한 유전병이고, 발병하면 무조건 사망하며, 그 사실을 아는 채로 잠을 자지 못해 괴로워하다 죽는다.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이 책에서 알게 된 ‘측두엽 인격’에 대한 부분을 『표백』에서 인용했다.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환자들은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주제들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평범한 사건들을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특징을 ‘글쓰기 중독’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도 좀 그런 성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6권이자 한국에 번역된 책으로는 마지막 권이다. 일본에서는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외전까지 나온 시리즈라 딱히 뭔가 마무리되는 느낌은 없다. 배용준과 한류가 인기를 끌 무렵이었는지, 욘사마와 한국 드라마가 언급된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5권. 일본에서는 그렇게 성공한 이 시리즈가 한국에서는 별 인기가 없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약간 떨떠름한 기분이 된다. 특정 시기의 일본 사회 분위기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내용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자연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같은 명제도 의심하게 된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4권. 이 시리즈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싸움 잘 하고 영리한 백수 청년의 유쾌한 뒷골목 모험담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던 나이였는데, 이제는 도저히 그러기 어렵다. 작가가 이 시리즈를 30대 후반부터 썼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3권. 읽는 내내 정말 이케부쿠로에 가면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인지 궁금했다. 특히 레이브 파티 문화 같은 것. 세 번째로 수록된 「황록색 하느님」을 읽을 때만 해도 지역 화폐라는 개념을 잘 몰랐는데,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2권. 마시마 마코토에게 이번에도 조금 이상하고 조금 귀엽고 조금 무섭기도 한 의뢰들이 온다. 이시다 이라는 “돈 버는 게 가장 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나 보다. 부럽다. 알라딘에서 이 책 검색하면 을유세계문학전집 『그라알 이야기』 표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