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중 단 한 권만 추천해야 한다면 2권인 이 책이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세의 「크눌프」, 잭 런던의 「불 지피기」 등 고전들이 실려 있다. 나는 우카사와 시치로의 「나라야마부시코」에 가장 큰 충격과 감명을 받았다. 그 유명한 「우국」이 살림출판사판에 실려 있었는데 무블출판사판에서는 빠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설마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때문일까?
1996년에 이문열 작가가 ‘세계명작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단편소설 100여 편을 단행본 10권에 묶어 펴냈다. 살림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이문열 작가가 자기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 단편소설들을 엄선했다고 하고, 해설도 직접 썼다. 주제별로 작품들을 묶어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출판사를 옮겨 신판이 나오면서 수록작도 늘어났다. 번역도 다시 했다고 한다.
호수에 제자의 시신을 유기하는 선생님. 그런데 그는 살인범이 아닌 것 같다. 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어두운 비밀이 있다. 중간 중간 ‘이럴 줄 알았지?’ 하고 독자를 놀리듯 진행되는 이야기 마지막에는 큰 반전이 기다린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히가 자매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이자 두 번째 단편집. 어느새 히가 자매 시리즈의 팬이 되어 버렸다. 이번 단편집에도 히가 미하루가 등장한다.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가 가장 좋았고, 괴기소설인데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그리고 그 수상이 납득 되는 「학교는 죽음의 냄새」도 좋았다.
윈스턴 처칠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독일 공수부대가 영국의 한적한 해변 마을에 침투한다. 처칠이 그곳을 비밀리에 방문할 거라고 한다. 영국 작가가 쓴 소설인데 주인공들이 독일군이고 공수부대장이 매우 현명하며 품위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처칠이 납치당한 적은 없으니까 독자로서는 결말을 아는 셈인데도 이야기에 빠져들고 독일 병사들에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 속편 『독수리는 날아오르다』도 있는데 평가는 안 좋다.
원제는 ‘The Big Kill’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마지막 대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제는 절판. 영어 원서를 찾아보다가 ‘잭 리처 이전에 마이크 해머가 있었다’는 표지 문구를 보고 웃었다. 나만 그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구나. 잭 리처도 시간이 흐르면 마이크 해머 같은 취급을 받게 될까? 리 차일드는 미키 스필레인에 비하면 문학계에서 상당한 대접을 받는 편이다. 차일드는 부커상 심사위원을 한 적도 있다.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 데뷔작이자 마이크 해머 시리즈 1탄. 황금가지에서 마이크 해머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세 권만 나오고 끝났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일하던 스필레인은 돈을 벌려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다 쓰는 데 9일이 걸렸다고 한다. 스필레인은 마이크 해머 시리즈로 평론가들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었지만 꿋꿋했다.
1.
‘STS SF’를 주제로 서울대 문화예술원, 민음사와 함께 운영했던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이연지 작가님의 단편 소설 「하와이 사과」가 《릿터》 2023년 12월/2024년 1월호에 실린 데 이어 문학과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좋은 소설을 꼽아서 책으로 내는 《소설 보다》 선정작으로 뽑혔습니다. 역시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수강생 중 대학생이었던 임지호 작가님의 작품 「손을 잡아주세요」가 경희문학의숲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대상이 시여서 소설로는 가장 높은 상을 받은 것입니다. 라이터스쿨 1기에서부터 성과가 나와서 무척 기쁩니다. 두 분 작가님과 라이터스쿨 수강생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재수사』를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산 자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이은 5번째 일본어판 소설 출간입니다. 다른 언어권까지 합해 11번째 해외 출간이기도 하고요.
198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핵심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대국의 기본 요소는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것,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게 군사력을 키운 나라는 도리어 쇠망하게 된다는 것. 미국의 쇠퇴에 무게를 두는 바람에 한동안 잊히는 듯했지만 미중 패권 경쟁시대가 되면서 2010년대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루쉰 산문집. 특히 Y군이라는 청년과 주고받은 편지가 감동적이다. 루쉰은 자신이 중국 청년들을 깨치게 가르치는 일이 그들의 고통을 더하기만 할 뿐 아닌가 하며 ‘저는 식인 파티를 돕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Y군이라는 청년이 그 글을 읽고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다’며 애인과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중이라며 최후의 길을 가르쳐주거나 자기의 신경을 마비시켜달라고 호소한다. 루쉰은 첫째, 생계를 도모하고 둘째, 애인을 위로해주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