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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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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 인류의 범죄사 (콜린 윌슨)

1990년대 초에 『잔혹』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으로 번역되어 나왔고, 당시 번역상도 받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 중에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가 역사는 발전한다는 믿음과 인간혐오 양쪽을 모두 지니게 된 데에는 이 책이 미친 영향도 좀 있을 것 같다. 『잔혹』은 얼마 뒤 절판되었고, 2015년에 다시 번역되어 나온 『인류의 범죄사』도 지금은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콜린 윌슨이 좀 변태라서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좀 변태라서 이걸 읽어냈고.

인류의 범죄사 -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범죄의 역사
인류의 범죄사 -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범죄의 역사
921. 아웃사이더 (콜린 윌슨)

세상을 놀라게 한 데뷔작. 콜린 윌슨은 결국 이보다 더 뛰어난 책을 그 뒤로 쓰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핍박을 받고 외롭지만 실은 주변 사람보다 더 우월한 존재이며 남다른 비전을 소유하고 있다고도 믿는다. 뛰어난 책이지만, 책이 거대한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런 배경도 있었을 거라 본다.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
920.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김택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서울대에 ‘관악초청강연’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강연자들이 학부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 내용을 시리즈 도서로 냈고 그 중 한 권이다. 책이 나올 때 김택진 대표는 40대 초반이었다. 인터넷을 정보망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망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제는 정보 그 자체가 곧 엔터테인먼트가 된 시대가 되어버렸다.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 엔씨소프트 김택진의 도전과 성취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 엔씨소프트 김택진의 도전과 성취
919. 게임과 문화연구 (김상우 권오태 박근서 유원준 맹기돈 양기민 김성윤 최남도 강지웅 윤태진 이동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PC방이 몰락하기 전에 나온 책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 게임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여전히 구상만 하고 있다). 11명의 저자가 문화연구라는 관점에서 게임에 대해 12편의 글을 썼다. 게임문화연구 담론에 대한 글들은 지금도 유효할까? 구글에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지난해 나온 한국어 문서에 들어갔더니 게임비평의 부재, 담론장의 부재 같은 얘기들이 나온다.

게임과 문화연구
게임과 문화연구
917, 918. 캐치-22 1, 2 (조지프 헬러)

내가 캐치-22 상황에 종종 빠진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지도 파악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상황은 캐치-22가 아니다. 나는 현대인들이 상당수 이런 상황에 자주 빠진다고 믿으며, 그래서 캐치-22가 영어사전에도 오른 단어가 됐다고 여긴다. 이것은 캐치-22를 제대로 설명한 것일까?

캐치-22 1
캐치-22 1
916. 팬, 블로거, 게이머 (헨리 젠킨스)

저자는 MIT 인문학부 교수. 특히 팬덤 문화를 다루는 1부에서 대답하려고 하는 질문들이 흥미로웠다. 여성 독자들은 왜 BL물을 좋아하는 걸까? 게이들은 왜 스타트렉에 열광했을까? 소년들의 장르이던 SF가 어떻게 여성 로맨스로 재구성될 수 있었을까?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가 한국 정치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생각한다.

팬, 블로거, 게이머 : 참여 문화에 대한 탐색
팬, 블로거, 게이머 : 참여 문화에 대한 탐색
915. 세상을 삼킨 책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18세기 말, 여러 제후국으로 나뉜 독일. 미신과 계몽사상이 섞인 시대에 우리의 주인공은 수수께끼의 연쇄 사망사건을 추적하다가 그 배후에 어떤 책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당연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인도 등장하고 비밀결사도 나온다. 소개 글만 보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죽음을 부른 거냐면, 글쎄, 난 좀 어이가 없었다.

세상을 삼킨 책
세상을 삼킨 책
59. 상상 페일에일과 구봉산 전망대

 〈현대문학〉 6월호에 싣기로 한 단편소설 마감은 5월 1일이었다. 그런데 5월 둘째 주가 다가올 때까지도 원고를 반도 쓰지 못한 상태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면 될 일인데, 그러지는 않으면서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다.

 변명거리가 있기는 하다. 하나는 A 출판사 사태였다. 나름대로 후폭풍이 있었고,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차분히 원고를 쓸 수가 없었다. 또 하나는 집 문제였다. 집 주인이 갑자기 전셋집을 비워 달라고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어느 낮에 예상치 않게 통보를 받았다.

 HJ와 내가 집에서 멍하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데 초인종이 다급하게 여러 번 울렸다. 그야말로 운명의 종소리였다. 어리둥절해서 문을 열어보니 웬 아주머니가 황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자기가 무슨 부동산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더러 전화번호가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무슨 부동산이요? 무슨 전화요?” 주소를 잘못 찾은 사람이라고 상대를 짐작한 내가 되물었다. 그런데 옆에서 HJ가 그 부동산 업소가 우리가 이 전셋집을 구할 때 이용한 곳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추측한 바이지만 HJ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사에서 준 휴대폰을 쓰지 않게 되었는데, 중개업소는 그 전화기 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서울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엄청나게 올랐고 집 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도 심해졌다. 우리도 2년 뒤에는 오른 전세비를 감당하지 못할 게 명백했고 이사를 갈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주인이 직접 집에 들어온다고 할 때에만 예외가 허용된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소의 아주머니가 우리 집을 찾은 것은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주인이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들 관점에서는 우리가 주인의 전화를 피하고 있었다.

 우리는 몰랐지만 주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임대 계약이 끝나갈 때쯤 연락을 피하는 세입자도 꽤 있다고 한다. 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는 우리 부부 역시 그런 부류라고 오해했고, 급기야는 직접 집으로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중개업소 아주머니는 그런 경계심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에서 횡설수설했고 나는 한동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 뒤에야 우리가 무슨 상황을 맞닥뜨린 것인지 이해했다. 집 주인은 중개업소 아주머니를 통해 미안하다고, 자신에게도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HJ는 그 사정을 미심쩍어 했고 나는 믿으려는 편이었다. 어쨌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사 온 지 2년도 안 되어 집을 비워줘야 했다. 나는 놀랐고, HJ는 실망하고 서러워하며 정부를 욕했다. “직장을 잃었는데 집에서도 쫓겨나네.”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날 1박 2일 일정으로 춘천으로 떠났다. 내가 한림대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게 돼 있었다. 그 일정을 알게 된 HJ가 그 김에 같이 춘천에 가서 하루 묵고 오자고 해서 전부터 계획한 여행이었다. 청량리역 KFC에서 징거버거세트로 아침 식사를 하고, 뒤숭숭한 기분으로 기차에 올랐다.

 춘천역에서 내려서는 택시를 타고 구도심에 있는 골목길인 육림고개에 갔다. 한때 인적이 끊겼다가 요즘 복고 바람을 타고 청년들 사이에 힙한 거리가 됐다는 곳이다. 그럴듯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다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한림대로 갔다. HJ는 육림고개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

 한림대 도서관에서는 꽤 열띤 분위기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와서는 한림대 캠퍼스에서 HJ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택시를 불러 타고 구봉산전망대 휴게소에 갔다. 이 휴게소는 구봉산 중턱에서 춘천시를 내려다보는 기가 막힌 전망을 지녔는데, 가게 형태가 편의점이라서 술이나 안주 가격이 믿을 수 없이 싸다. 간단한 요리 안주도 판다.

 이 휴게소 방문은 두 번째였다. 처음 갔을 때에는 ‘이 멋진 전망과 조경이 아깝다, 좀 더 장사가 잘 되게 컨설팅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주방장을 고용해서 이탈리아 요리를 몇 가지 내고 수입 맥주와 와인을 팔면 수익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이 휴게소에 그런 조언을 해준 경영 전문가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간판이 조금 더 세련되게 바뀌긴 했다.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감자전과 떡볶이를 주문했다. 휴게소 안의 편의점에서 과자도 몇 봉지 사서 먹었다. 괜찮은 안주거리가 없다는 게 휴게소의 흠이다. 당연히 맥주를 마셨고, 나는 일주일 만에 술을 마셔서인지 금방 취기가 돌았다. 석양도 북한강도 아름다웠고 춘천시의 야경도 멋졌다.

 휴게소 아래에는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단층 건물이 있었는데, 이 건물에는 상당히 커다란 마당이 딸려 있었다. 거기에 크고 잘생긴 개들이 네 마리 있었다. 목줄에 묶이지 않은 개들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 다녔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그 광경을 흡족하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개들은 아무리 자기들끼리 있어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서울에 와서 찾아보니 그 건물은 굼벵이를 키우는 곤충농장이라고 한다.

 구봉산전망대 휴게소에서 나와서는 택시를 타고 춘천 구도심으로 갔다. 거기에 모텔 골목이 있는데 그 중 적당한 곳에서 묵으면 된다고 HJ가 말했다. 가보니 모텔은 확실히 많았는데 다들 굉장히 낡았고 거리 전체가 을씨년스러웠다. 근처에 딱히 유흥가도 보이지 않았다. 숙박시설 중에는 심지어 하룻밤 요금이 1만 원대인 곳도 있었다. 여인숙이라는 단어도 참 오랜만에 봤다.

 우리는 망설이다가 요금이 2만 원인 모텔에 들어갔다. 그나마 최근에 지어진 건물 같아 보였지만 어느 방에 시신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손님을 받아 본지 오래인 듯한 모텔 관리실의 할머니에게 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기 왜 이렇게 오래된 모텔이 많으냐고.

 할머니는 예전에 근처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었는데 이전했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터미널이 이전한 것은 무려 19년 전이었다. 그 19년 동안 이 거리는, 이 모텔들은 이대로 살아 왔단 말인가. 재개발 소문이라도 돌고 있어서 다들 그걸 믿고 버티고 있는 건가?

 막상 방에 들어가 보니 낡기는 했어도 깨끗했고, 시설이나 비품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아,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었다. 편안하게 자고 다음날 아침에 세면대 없는 욕실에서 기분 좋게 샤워도 하고 나왔다. 이날 오전에는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춘천에 가면 늘 들르는 곳이다.

 날씨가 좋아 테라스의 빈백에 눕다시피 앉아 커피를 마셨다. 우리 옆자리에는 FC강원 선수들이 와서 앉았다. 젊고 건장한 축구선수들은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화를 받지 못하자 메일이 왔다. A 출판사 외에 다른 곳에서도 혹시 인세 누락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카페에서 충분히 쉰 다음 공지천변을 따라 남춘천역까지 걸어 왔다. 공지천변에 월드비전 강원지부가 있었는데 HJ가 저런 곳에서 일하고 우리가 함께 춘천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잠시 했다. 북한강변의 아파트들도 유심히 보았다. 남춘천역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간다는 식당에서 낙지볶음을 먹었다. 춘천에서 낙지가 잡히지는 않을 테지만, 뭐.

 집에 돌아와서는 출협에 답장을 보냈다. 내가 겪은 다른 인세 누락 사례 몇 건을 출판사 이름은 밝히지 않고 영문 이니셜로만 표시해서 적었다. 그 출판사들은 A 출판사와 달리 내게 제대로 사과했고 실수도 그렇게 잦지 않았다. 폭로전을 더 벌이고 싶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진하게 출협이 그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내가 단행본 계약을 맺은 출판사 6곳에도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 6곳과 단행본 계약을 맺고 아직까지 넘기지 않은 원고가 8편이었다. 지금 각각의 원고에 대해 어느 정도 썼거나 구상을 했고 언제쯤 탈고할 수 있을지,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혹시 기다리기 어렵다면 위약금을 드릴 테니 해약해도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런 메일은 보내지 않는 게 낫겠다는 편집자 조언도 들었는데 계약이나 약속에 결벽증이 있는 성격 탓에 끝내 보냈다.

 2015년 즈음까지 전업 작가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지, 계속 책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인 작가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전에 출간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즈음 계약 요청이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받아들였고, 내가 역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다른 작가들이나 편집자들에게 괴짜처럼 보이기도 했다고도 들었다.

 그렇게 계약한 단행본 원고들을 아직도 다 넘기지 못한 상태다. 장편소설이 6편, 에세이가 2편. 앞으로는 원고를 먼저 다 쓴 다음에 그걸 제일 좋은 책으로 만들어줄 것 같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춘천에서 돌아온 다음날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포항에 갔다. 이번에는 혼자 갔다. 포스텍에서 포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요청 받았다. 내 앞의 연사가 무려 반기문과 손숙이었다. 이번에도 강연 원고는 당일 아침에 겨우 다 썼다. 포항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원고가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다.

 강연은 저녁에 했다. 청중은 별로 없었고 반응도 그저 그랬다. 강연료가 적지 않았고, 숙박과 식사도 제공 받았는데 주최 측에 좀 미안할 지경이었다.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포스코국제관 1층 회의장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 건물 안에 호텔도 있었다. 거기서 묵었다.

 포스텍은 저녁으로 비싼 도시락을 준비해 주었다. 강연 전에 먹으면 졸릴 것 같아 배가 고팠지만 밤까지 참았다. 점심은 집에서 핫도그와 과자로 대충 때웠고, 그 외에는 동대구역에서 초콜릿 바를 하나 사 먹은 게 전부였다. 호텔 방에 들어갈 때에는 머리 속에 밥과 맥주 생각밖에 없었다.

 냉장고에 술이 없나 싶어 열어봤지만 생수뿐이었다. 룸서비스로라도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프런트에 문의하니 건물 자체에 주류를 파는 곳이 없다고 했다. 다만 학생회관에 편의점이 있으니 거기서 구입할 수 있다며 거기까지 가는 약도를 그려주었다. 그 메모지를 들고 건물을 나섰다.

 대학 캠퍼스들이 다 그렇지만 봄밤의 포스텍 캠퍼스는 무척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학생회관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멋진 신식 건물이었다. 카페인지 로비인지 헷갈리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젊음과 환경이 부러웠다. 그런데 왜 아무도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지 않는 거지?

 편의점도 으리으리했다. 다행히 맥주를 팔았고 4캔에 만 원 행사도 하고 있었다. 계산대에 직원이 없고 나는 무인계산대 사용법을 몰라 당황했다. 다행히 술은 직원이 결제를 해줘야 하는 상품이었다. 그렇게 겨우 맥주를 호텔 방으로 사 와서 순식간에 세 캔을 비웠다. 휴대전화기로 블루스 음악을 틀어 놓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도시락은 아주 맛있고 만족스러워서 집에서도 주문해 봐야겠다 싶었다. 저녁 내내 참았다 마신 맥주도 기가 막혔다. 그렇게 마신 맥주 중에는 상상 페일에일이 있었다. 핸드앤몰트가 만든 맥주인데, 국산 꿀을 넣어서 쓴 맛을 줄인 제품이다. 달달한 맛에 깊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과하지 않아 좋았다.


 나도 상상 많이 하지

 다 꿀처럼 달콤한 것들은 아니지만

 종일 사로잡혀 있기도 해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여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내가 인세 누락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정부 대책을 요구한 데 대해 답하는 모양새였다.

 그러자 출협이 얼마 뒤 ‘문화체육관광부의 균형 잡힌 출판행정을 기대한다’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내놨다. A 출판사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일탈이므로, 그걸 ‘불공정 관행’이라고 부르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출협 입장문에는 내 얘기가 짧지 않게 나왔다. 첫 문장부터 내 이름으로 시작했다. ‘최근 작가 장강명 씨와 A 출판사 간에 계약 위반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입장문은 그 계약 위반이 누구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끝내 흐렸다. ‘우리 출판인들은 출판인과 작가 사이의 신뢰를 뒤흔드는 이런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뭐야. 누가 보면 그 사태에 내 책임도 있는 줄 알겠군.

 압권은 세 번째 문단이었다.

 ‘장강명 작가는 이번 아작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 이전에도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장들 뒤에 ‘장강명 작가의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도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 상식적인 추측’ 운운하는 헛소리가 이어졌다. ‘이 양반들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914.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조영주)

동시대 한국 소설가들이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쓴 에세이를 각별히 사랑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재미있게, 때로는 애틋하게 읽었다. 글을 쓰다 막히면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작가. 세계문학상을 받은 뒤 가명으로 웹소설을 썼는데 5회까지 올렸더니 에이전시 여러 곳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913. 사내들만의 미학

무블출판사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를 새로 펴내면서 1권 『사랑의 여러 빛깔』과 2권 『죽음의 미학』 뒤 세 번째 책으로 갑자기 7권 『사내들만의 미학』을 냈다. 3~6권에 실을 단편들이 아직 정리가 덜 됐거나 번역이 미진한 모양이다. 살림출판사판 10권 중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고통을 주제로 삼은 편은 없었다. 이 단행본에 ‘사내들만의 어리석음’이나 ‘사내들만의 우스꽝스러움’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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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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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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