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최민석 작가의 유머를 좋아하고, 그가 벌이는 엉뚱한 도전들도 응원한다. 이번에는 여행 잡지를 ‘창간’했다. 창간호라고 하는 이 단행본에는 오로지 최민석 작가 혼자서 여러 에세이를 썼는데 뒷부분에는 소설이 네 편 실려 있다. 에세이도 좋았지만 나는 소설이 더 좋았다. 그리고 기차에서 생맥주 마시는 이야기는 에세이 파트에도, 소설 파트에도 없다. 도대체 이 책은 정체가 무엇인가!
지난해 STS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집을 냈는데, 앞으로도 월급사실주의-산 자들 기획과 STS SF 기획은 계속 해보려고요.
STS SF 관련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작가님들과 내년에 소설집을 한 편 내려고 하는데, 깜짝 놀랄만한 분을 섭외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그와 별도로 조선일보에 STS SF 초단편을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시리즈 제목은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이라고 잡았습니다. 오늘자에 첫 회가 실렸네요. 5분이면 읽는 분량입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조금 남게 만들고 싶은데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너무 기대하지 말고 봐주세요.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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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대한민국이 네카팡 공화국입니까?”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 근미래의 풍경 1회 #포털의 책임 ■■■
“우리 후보자는 대한민국 장관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후보자는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을 던진 이는 ‘막말테이너’라는 별명이 있는 3선 의원이었다. 상대에게 면박을 주는 일로 팬덤을 얻어서였다. 장관 후보자는 허리를 펴고 대답했다.
“실력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보자는 실력과 도덕성이 있으세요?”
“말씀드리기 쑥스럽습니다만 학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국제기구와 시민 단체에서 일하며 행정 경험도 쌓았습니다. 또 두 아이의 어머니로 부끄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우리 후보자 태도가 당당해서 좋아요. 지금 화면에 나오는 기사 보입니까? 한번 읽어주세요, 당당하게.”
막말테이너 의원이 말했다. 상임위원장석 아래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고, 거기에 일주일 전 한 신문의 칼럼 일부가 나와 있었다. 장관 후보자는 칼럼 기사를 읽었다.
“한국이 ‘네카팡공화국’인가라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 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0%가 넘었다. 이런 답변은 단순히 네카팡그룹의 매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다는 이유로 나오는 게 아니다. 네카팡이 영화, 방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시장 전체를 장악한 공룡 기업이자 패션에서부터 신선 식품에 이르기까지 유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차원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후보자는 이 칼럼 읽으신 적 있으세요?”
“예, 의원님. 읽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네카팡의 진짜 문제점이 뭐라고 합니까? 혹시 기억나요?”
“네카팡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생각의 틀’을 만드는 시대라고 지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 흐리지 마세요, 후보자! 네카팡 같은 기업이 아니라 네카팡 하납니다! 대한민국에 네카팡 같은 기업이 몇 개나 있습니까? 그리고 빅테크가 아니라 포털이에요. 문자 그대로 우리 생각의 관문이 돼버린 기업이다, 이 말씀이에요. 사람들이 네카팡이 편집한 언론 기사를 읽고, 네카팡이 추천한 동영상을 보고, 네카팡 글쓰기 도우미가 만들어주는 문구로 글을 쓰고, 네카팡 버추얼 지도교수가 잡아준 주제로 논문을 쓴단 말입니다. 변호사와 검사가 같은 네카팡 앱으로 재판 전략을 짜고, 그 앱이 중년 부부에게 이혼할지 말지도 상담해줍니다. 후보자, ‘수퍼 알고리즘’이라는 말 들어봤죠?”
“의원님, 그런 말은 들어봤지만 그건 제대로 된 용어도 아니고 실제로 쓰이는 말도 아닙니….”
“들어봤는지 안 들어봤는지 물어보면 들어봤다, 아니다, 하고 대답하면 되지 왜 말이 길어요! 그리고 용어가 뭐가 중요합니까. 수퍼 알고리즘이건, 최상위 알고리즘이건, 알고리즘의 알고리즘이건, 그런 게 있고 그걸 개발하는 데 후보자가 참여한 거 아닙니까! 그 알고리즘이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네카팡이 퍼뜨린 가짜 뉴스, 네카팡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 네카팡 동영상에 중독된 아이들, 그게 다 후보자가 만든 수퍼 알고리즘 탓인데, 거기에 아무 책임감도 못 느껴요?”
“의원님, 저는 공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입니다. 제가 참여한 건 네카팡 윤리준칙위원회였습니다. 여러 알고리즘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규칙들을 네카팡이 만드는 데 학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9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의원님이 네카팡 대표에게 알고리즘들이 지켜야 할 윤리 규칙을 만들라, 그 작업을 내부에서 하지 말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후보자 말본새 조심하세요! 어디서 건방지게….”
의원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장관 후보자는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포털에 커다란 책임을 지우려 했다. 그 작업에 모든 분야 전문가가 달라붙었고, 덕분에 네카팡은 윤리적 권위를 얻었다. 그리고 영향력이 더 커졌다.
“좀 쉬었다 합시다. 쉽지 않네요.”
장관 후보자가 말하자 시뮬레이터가 꺼졌다. 막말테이너 의원의 모습도 사라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장이 생수병을 들고 장관 후보자 자리에 다가왔다.
“내가 순발력이 없죠?”
장관 후보자인 사회학자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청문회 전체 영상을 다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포털사이트에 요약 동영상이 어떻게 올라갈 건지, 인공지능이 기사를 어떻게 쓸 건지가 중요합니다. 주요 매체들이 뽑을 기사 제목을 예측해봤는데, 갖다 드릴까요?”
청문회 준비팀장이 물었다.
“네, 고마워요. 근데 막말테이너 그 인간도 우리랑 똑같은 네카팡 대화 시뮬레이터로 청문회 준비하는 거 아니에요? 이 시나리오대로 갈지 모르겠어요.”
“그쪽에서 수집했을 장관님 말씀 데이터보다 저희가 수집한 그쪽 데이터가 훨씬 많을 겁니다. 그 양반이 국회의원 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까요. 저희가 더 정확할 겁니다.”
준비팀장이 대답했다. 네카팡 자회사 중에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프리미엄 정치 컨설팅을 비공개로 서비스하는 곳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장강명 소설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7792?sid=103
‘좋은 부분을 다듬어 그것들이 스스로 어떻게 배치되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라’, ‘원고를 다시 정리한 다음 인쇄해서 한번 더 읽으며 오류를 찾아라’… 솔직히 하나 마나 한 소리들 아닌가 싶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10권 이상 쓴 글쓰기 전문가라는데, 자신의 글쓰기 방법론으로 글쓰기 이외의 주제에 대한 책은 뭘 썼는지 모르겠다.
제목 잘 지어서 베스트셀러가 된 잘 팔린 얄팍한 자기계발서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틀렸고, 좋은 책이었다.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라’와 ‘행복은 곧 공헌감’이라는 두 결론 중 후자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베스트셀러라고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8월에는 춘천에 두 번 가네요. 한 번은 강연을 하러, 또 한 번은 제가 좋아하는 분들 만나러 갑니다. 강연은 8월 7일에 남춘천역 근처의 커먼즈필드 춘천 안녕하우스에서 오후 7시에 합니다.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아무튼, 현수동』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할 예정이에요. 무료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 놀러오세요. ^^
#춘천 #춘천문화재단 #강연 #사유학교 #사유학교인문아카데미 #아무튼현수동
월급사실주의의 반대쪽 끝에 코엘료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전혀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어느 독서 모임에서 만난 수준 높은 독서가가 열렬하게 코엘료를 옹호하는 것을 듣고 코엘료에 대해 함부 로 말하는 것은 삼가게 됐다. 그런데 나는 신비주의 소설을 쓰는 작가가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이 너무 어색하다.
『연금술사』를 감흥 없이 읽고 몇 년 뒤에 『순례자』를 읽었다. 그 사이에 『연금술사』를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의 책들을 우화라고 읽으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지만, 코엘료는 실제로 연금술에 빠져 현자의 돌을 찾아다녔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걷기도 했다.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였고 현직 배우인 저자가 독립영화를 소재로 쓴 칼럼 모음집. GV 에피소드 같은 소소한 디테일들이 재미있고, 사채를 빌리는 영화인들의 현실은 안타깝다.
세상에는 이 책을 흥미롭게 읽는 독자, 역겨워 하는 독자, 양쪽 다인 독자가 있을 텐데, 나는 첫 번째 부류다.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호암아트홀 풍의 진부한 휴먼 드라마’보다는 아직 위악이 좋은가 보다.
문학과지성사의 SF 앤솔로지 『SF 보다―Vol. 3 빛』 홍보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이제는 책 내고 나면 홍보 영상 촬영하는 게 기본인가 봐요. 유하 시인의 「오징어」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대충 얼버무렸는데 편집자님이 찾아주셨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moonjibooks/videos/1239479633706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