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협의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 또한 가십을 궁금해하는 한 명의 대중이었음이 부끄러웠다.
그가 세 번에 걸친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것은 거의 1년 동안에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마약의 경우는 나라마다 종류에 따라 혹은 의료 목적 여부에 따라 범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한국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끔찍한 현실이 다시 끔 떠올랐다.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연예인, 유튜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2021년 대한민국 자살률 26.0, 한 해 동안 13,40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이는 매일 36명이 목숨을 끊는다는 말이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정말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죽음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삭막한 세상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현실이 마냥 슬플 뿐이다.
이 책 발표된 되었을 때인 2005년 즈음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 줄 곳 1위였다. 잠시 주춤하던 자살률이 다시 1위를 했고 그 오명은 2022년까지 이어진다. OECD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아 38개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영하 작가가 현실 세계에는 없는 자살 청부업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은 출판 당시에는 이 소설 앞에 '판타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알면 적극적으로 말려야지 자살하도록 돕다니,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는 자살 청부업자는 현실에는 없다는 이유였다.
자살 청부업자가 자신의 고객이었던 인물들로 소설을 출판함으로써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일종의 액자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등장하는 여성마다 모두 한결같이 남녀의 성관계에 전혀 구속됨이 없다.
상대가 유부남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았고 형제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은 외국 여성은 그렇다 쳐도 유디트나 미미나 한국 여성인데 어떻게 성관계에 일말의 구속감이 없을 수가 있을까? 상상 속 여성이니까 가능한 캐릭터가 아닐까?
『마라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설명하며 자살 청부업자의 이야기가 끝나는 구성에서 엿볼 수 있듯이 두 여성 모두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를 인생의 멋진 마무리인 양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났다. 참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면서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말 '살고자' 몸부림친 아이러니한 여성들, 유디트와 미미였다.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120p)
https://blog.naver.com/lovemom94/223305697480
시선은 현존에 대한 의식이다. 장소와 그 곳의 사람들, 타자를 사물로 바라보면 나의 세계는 그들을 잠식한다. 타자를 인간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면 시선은 독점되지 않는다. 나는 객체의 가능성을 가지고 타자의 세계가 생겨난다. 페렉에게 관찰된 것들은 시선에 포획되어 본질을 제한당한다.
-
증명할 수 없는 존재에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이 신을 가정해 도달하는 ‘실존’과 달리
‘현존’은 이미 존재 자체가 숙명적으로 자유를 안고 있다.
-
마비옹 교차로에서 페렉이 한 시도는, 실패를 향한 것이다. 끊임없이 소진하려 해도 분기를 만나지 못하고 지속적인 약동으로 흘러가는 것. 결코 포획되지 않는 타자에 대한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