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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 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책 앞머리에 적힌 수많은 추천사들처럼 나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고. 다중우주들 사이를 돌아다니게 하는 기계나 그 사용법은 썩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결말의 해결책은 생각해보면 여러 캐릭터들에게 참 무섭고 잔인한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30일의 밤
30일의 밤
진상 - 요코야마 히데오

692 페이지의 <64>, 480 페이지의 <빛의 현관>등 굵직한 작품들을 쓴 요코야마 히데오.

과연 그의 단편은 어떨까? 

<진상>은 총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이야기마다 배경이 다르고 재미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만의 결함, 비밀, 치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마지막 작품 <꽃다발 바다>의 여운이 길다. 작가는 60페이지짜리 단편에도 얼마든지 풍성한 플롯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보여준다.  



진상
진상
오늘도 함박눈이

한 해 동안 다들 고생 차암 많으셨습니다.

846.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뇌과학자가 쓴 로마 이야기. 로마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부분은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의 몰락에 현대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퇴행 분위기를 겹쳐보는 대목들에서는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는 멸망 순간까지 자신들이 왜 망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845. 알고리즘 라이프 (알리 알모사위)

‘산더미처럼 쌓인 양말 짝을 맞춰라’, ‘장보기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라’ 같은 챕터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내용은 컴퓨터 알고리즘의 원리를 소개하며 일상생활의 선택에도 적용하게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반대로 일상의 예시를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명하려는 쪽에 가깝다. 그래도 사례들이 귀여웠다.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개발자 오늘도 마음 튼튼하게 성장하기
일, 뉴스, 소셜 미디어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을 작업 전환이나 멀티태스킹이라고 한다.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의 작동 방식의 아는 사람이라면 작업 전환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 모든 작업 전환이 많은 멘탈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종일 작업 전환을 반복하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누적된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지쳤다고 느낄 게 분명하다. p.63
일,
일,
흰 개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성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에 판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기 자신을 잃느니 패배당하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
내 말
내 말
23-086 | 최은영, 밝은 밤

문학동네 (e-book, 231225~231229)


❝ 별점: ★★★★

❝ 한줄평: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 그리고 이야기

❝ 키워드: 사랑 | 마음 | 가족 | 이야기 | 기억 | 고통 | 슬픔 | 공감 | 그리움 | 후회 | 소중함 | 용서

❝ 추천: 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여성들의 삶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어떻게 살았어요, 할머니?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살 수 있었어요?”

   나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 ❞


🌌 첫 문장: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


✦ 정선-영옥-미선-지연으로 이어지는 백 년의 시간 속 4명의 삶과, 그들과 얽힌 이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은 그만큼 더 살 수 있다’는 영옥의 말처럼, 정선, 새비 아저씨와 아주머니, 명숙, 그리고 정연까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마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살게 한다. 사람을 살게 하는 여러 마음들에 읽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서로를 살린 정선과 새비 아주머니의 마음. 영옥을 살린 명숙의 마음. 지연을 살린 지우의 마음. 어깨에 기대는 사람과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위로받은 것처럼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슬픔과 아픔, 고통을 겪고도 ‘어떻게 살 수 있었냐’는 지연의 질문에 영옥은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라고 답한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견뎠을까. 또 견뎌야 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밝은 밤’이 올 수 있을까.


✦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모두 사랑이다. [📝23/12/30]


———······———······———


|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나는 희자가 높은 하늘에 연을 띄우듯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음에 띄워 올리곤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하면서. 

  잠깐만 앉아 있자고 했으면서도 우리는 말없이 오래도록 바다와 달과 흰 연을 바라봤다.

  멀리서 폭죽 터뜨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할머니가 개망초꽃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지금 너도 남몰래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할머니의 말이 내게 꼭 그렇게 들렸다.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 한 사람의 삶을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레코드를 만들면 어떨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릴 때의 옹알이 소리, 유치의 감촉, 처음 느낀 분노,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꿈과 악몽, 사랑, 나이듦과 죽기 직전의 순간까지 모든 것을 담은 레코드가 있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있었다.


———······———······———

밝은 밤
밝은 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고

마약 투약 협의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 또한 가십을 궁금해하는 한 명의 대중이었음이 부끄러웠다.

그가 세 번에 걸친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것은 거의 1년 동안에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마약의 경우는 나라마다 종류에 따라 혹은 의료 목적 여부에 따라 범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한국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끔찍한 현실이 다시 끔 떠올랐다.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연예인, 유튜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2021년 대한민국 자살률 26.0, 한 해 동안 13,40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이는 매일 36명이 목숨을 끊는다는 말이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정말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죽음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삭막한 세상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현실이 마냥 슬플 뿐이다.


이 책 발표된 되었을 때인 2005년 즈음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 줄 곳 1위였다. 잠시 주춤하던 자살률이 다시 1위를 했고 그 오명은 2022년까지 이어진다. OECD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아 38개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영하 작가가 현실 세계에는 없는 자살 청부업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은 출판 당시에는 이 소설 앞에 '판타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알면 적극적으로 말려야지 자살하도록 돕다니,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는 자살 청부업자는 현실에는 없다는 이유였다.


자살 청부업자가 자신의 고객이었던 인물들로 소설을 출판함으로써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일종의 액자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등장하는 여성마다 모두 한결같이 남녀의 성관계에 전혀 구속됨이 없다.

상대가 유부남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았고 형제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은 외국 여성은 그렇다 쳐도 유디트나 미미나 한국 여성인데 어떻게 성관계에 일말의 구속감이 없을 수가 있을까? 상상 속 여성이니까 가능한 캐릭터가 아닐까?

『마라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설명하며 자살 청부업자의 이야기가 끝나는 구성에서 엿볼 수 있듯이 두 여성 모두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를 인생의 멋진 마무리인 양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났다. 참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면서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말 '살고자' 몸부림친 아이러니한 여성들, 유디트와 미미였다.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120p)


https://blog.naver.com/lovemom94/223305697480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조르주 페렉

시선은 현존에 대한 의식이다. 장소와 그 곳의 사람들, 타자를 사물로 바라보면 나의 세계는 그들을 잠식한다. 타자를 인간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면 시선은 독점되지 않는다. 나는 객체의 가능성을 가지고 타자의 세계가 생겨난다. 페렉에게 관찰된 것들은 시선에 포획되어 본질을 제한당한다. 

-

증명할 수 없는 존재에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이 신을 가정해 도달하는 ‘실존’과 달리

‘현존’은 이미 존재 자체가 숙명적으로 자유를 안고 있다.

-

마비옹 교차로에서 페렉이 한 시도는, 실패를 향한 것이다. 끊임없이 소진하려 해도 분기를 만나지 못하고 지속적인 약동으로 흘러가는 것. 결코 포획되지 않는 타자에 대한 증명이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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