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렇게까지 라는 경이로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마음이 혼재될 때가 제일 많은데 이 책도 읽으면서 이러한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꼈다.
<이상한 그림>이라는 제목은 정말이지 끌리지 않아서 혼비 작가님의 추천이 없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앞으로 제목으로만 (사실 '우케쓰'라는 이름인지 성인지 모르겠는 작가 이름도 좀...) 판단하지 말자.
추리소설 많이 읽어서 이젠 좀 심드렁한데, 싶은 사람들에게도 강추!
책을 많이 읽는 이들도 의외로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인 인세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실은 나도 그랬다. 보통 10%가 국내에서는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인세율. 책값이 1만5천원인 경우 한 권 팔리면 작가에게는 1천5백원이 가게 된다.
이렇게 10%가 인세 국룰인 출판계에 11%를 외치며 시작한 당찬 출판사가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도서출판 11프로’ 출판사 이름부터 11프로 라고 짓고 시작했다니 이들의 진심 과연 알 만 하다.
인세율 이외에도 출간 도서에 홀로그램 인증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모든 책을 넘버링해서 몇 번째 책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도서출판 11%의 편집왕, 임홍택 작가님께서 신간 <2000년생이 온다>를 보내주신다며 [지식공동체 그믐]에 의미가 있는 숫자를 알려달라 했다. 그 번호가 붙은 책을 따로 빼서 출간 후 전달주신다고. 그래서 그믐의 시그니처 넘버 29를 말씀드리며 아무래도 29는 너무 앞 번에 위치한 숫자이니 그냥 29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929도 좋고 329도 좋고 다 좋다고 했는데 덜컥 정말 29번째 책을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도서출판11%의 힘찬 시작 응원합니다.
「작별 인사」는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먼 미래일 듯한 시기에 인간과 휴머노이드(인간과 아주 많이 닮은 로봇)와 클론(생체 이식을 위해 태어난 복제인간들)이 뒤엉킨 세계에서 인류의 멸망을 전제로 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공상 과학소설이다. 그렇지만 김영하 작가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고전 철학의 화두가 만나서 인간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이렇게 끊임없이 묻고 있기 때문에 미래 소설이지만 미래지향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다루고자 하는 내용의 흐름으로 보자면 고전 지향적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팔, 다리, 심장이나 페 심지어 뇌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
장편으로써는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구 년 만에 작품이라는데 이왕이면 긍정적인 세상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호모사피엔스 인류의 멸망을 전제로 휴머노이드 인류로의 진화(?)를 예견하는 내용이라 읽고 나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AI가 만연한 미래를 상상하며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인 것은 확실히 맞다. 인구는 줄어드는 게 확실한데 이민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라면 우리는 점점 더 로봇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니까.
https://m.blog.naver.com/lovemom94/223311272291
시계를 팔고 수리하는 일 외에 알리바이를 깨주고 찾아주는 서비스도 유료로 제공하는 당황스러운 시계방. 선대 점주인 할아버지로부터 알리바이 깨는 방법을 전수받았다는 젊은 여성 점주. 그리고 풀리지 않는 사건을 매번 이 시계방에 들고 와 해답을 듣고 가는 형사. 가볍게 읽을 만하다.
작가 이름만 믿고 읽었는데 학원 미스터리물인 ‘소시민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이라고 한다. 소시민이 되는 게 목표인 남녀 고교생 콤비가 소소하다면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소시민 시리즈를 계속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전편은 읽은 지가 채 일 년도 되지 않는데 전편의 엔딩이 기억이 안난다. 설정의 매혹은 1편을 읽는 동안 충분히 질린 감이 있었고 1/5쯤 읽다가 포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를 스타워즈 버전으로 옮겨놓으면 레벨 문이 된다.
비트코인이 고점을 향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출간되는 책들 가운 데 하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역사에 관한 내용을 절반쯤 복붙하고 현시점의 암호화폐 이슈들을 더하면 책이 한권 완성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승인이 예정된 시점에서 아무래도 고점인 듯 싶으니 팔아야할 듯.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급조한 책. 정치인들의 총선 출마를 앞두고 급조한 자서전같은 느낌이랄까. 이정후 화보집에 오효주의 팬심이 더해졌다.
문학동네시인선 190 (240107~240109)
❝ 별점: ★★★★☆
❝ 한줄평: 작은 나, 작은 신, 그리고 작은 희망
❝ 키워드: 천사 | 신 | 몬스터 | 고양이 | 죽음 | 유령 | 밤 | 사랑 | 희망 | 외로움
❝ 추천: ‘생의 동력이 되기도 하는 고통’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나의 태풍이
도망칠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와 있다 ❞
/ 「조용한 여름」 (p.51)
———······———······———
✦ ‘나를 괴롭히는 건 칠할 벽이 아니라 칠한 벽’(「결국 수정액도 페인트 아니겠어?」, p.25)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모래가 아니어도 되는 모래를 부러워하고’(「모래의 형식」, p.41), ‘여기는 춥고 저기는 덥지 말고 온전히 춥고만 싶다’(「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밤」, p.55)는 화자. ‘희망이란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 같은 것이라 나를 구할 모든 것을 갖췄지만 나를 보지 못한다’(「숲속엔 저녁이 없어요」, p.66)며 희망을 품지 않고, ‘외로움이 외로움인지 몰라 외로움을 너무 오래 방치’(「빌라라는 세계」, p.86)해두기도 하며, 어떤 날은 ‘내가 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벌레 같아서 밥을 먹지 못하기’(「파란 빈백이 있는 집」, p.106)도 하는 화자.
✦ 그럼에도 ‘죽고 싶지 않지만 죽음에 대한 농담은 통쾌하니까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기’(「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 p.22)도 하고, ‘죽고 싶은 날이 많아 살고 싶은 날도 많은’(「모래의 형식」, p.40) 화자. ‘오늘의 나를 데려가 달려가고 날아가고 달아나자’(「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고 말하기도 하며, ‘살아있는 것들은 밤에 자란다니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말」, p.54)고 소망하기도 하고, ‘외로움의 힘말고도 모르는 사람들의 힘으로도 사는’(「빌라라는 세계」, p.87) 화자. 이런 화자가 나는 좋았다. 원래 사람은 하나의 마음만 품지 않으니까.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고, 외롭지만 또 그 외로움의 힘으로 살아가기도 하며, 나를 미워하다가도 사랑하곤 하니까.
✦ 해설에서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고통, 그것은 나를 괴롭게 만들지만 결코 죽이지는 못하는 생의 동력’(p.126)이라고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있다. ‘무서운 곳에서도 나는 낙천적일 것’이고, ‘오늘의 나는 무엇이든 다 이룰 것 같고, 누구에게든 이해받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들뜰 것 같다’(「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는 화자. 그런 화자라면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태풍이 도망칠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와 있어도’(「조용한 여름」, p.51) 우울과 불안, 외로움과 괴로움, 공포와 고통과 혐오로 몸집을 키운 태풍에 잠식되지 않고 버텨낸 후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 24/01/10]
(*문학동네 우필사 특별반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시인의 말
매일 아침
절벽 아래 떨어진
참혹한 인간을 발견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
제로의 인간
내 얼굴을 한 물거품의 인간
기다림은 그의 전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2023년 3월
김개미
———······———······———
❝
그의 눈이 보이지 않아서
나는 아름다울 수 있었다
아름다울 수 있어서
착할 수도 있었다
/ 「몬스터 일기 1」 (p.32)
❝
무서운 곳에서도 나는 낙천적일 거예요
오늘의 나는 무엇이든 다 이룰 것 같고
누구에게든 이해받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들뜰 것 같아요
/ 「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
❝
나는 두 가지 때문에 놀란다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던 메마른 내게
이토록 진하고 무한한 사랑이 있다는 것과
결코 시간은 약이 아니라는 것
/ 「작은 동물의 방문」 (p.60)
❝
세상 어딘가에 머리통만한 장미꽃이 있다고 해도
죽기 전에는 이 꽃이 생각날 거야
/ 「찔레꽃」 (p.110)
———······———······———
🗒️ 좋았던 시
1부 | 화장실은 몰라도 해당화는 있어야지
✎ 「들판의 트레일러」
✎ 「파랑의 감각」 ⛤
✎ 「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
✎ 「결국 수정액도 페인트 아니겠어?」 ⛤
✎ 「몬스터 일기 1」 ⛤
2부 | 모래 옆에 모래 모래 옆에 모래
✎ 「모래의 형식」 ⛤
✎ 「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
✎ 「조용한 여름」
✎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밤」 ⛤
✎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
3부 | 사랑 고백이 그렇게 시시한 거였나
✎ 「작은 동물의 방문」
✎ 「틈새 일기」 ⛤
✎ 「숲속엔 저녁이 없어요」
✎ 「카카의 기차역」
✎ 「빌라라는 세계」 ⛤
4부 | 슬픔은 걱정보다 잔잔해서
✎ 「나는 여기 없어」
✎ 「금요일 밤의 정체」
✎ 「다리 밑의 눈」
✎ 「파란 빈백이 있는 집」 ⛤
✎ 「찔레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