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정치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운데 로케이션과 미술, 대사, 연기가 좋다. 4컷 만화 원작의 우연을 필연과 플롯의 드라마로 엮어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흔적이 보임.
윈스턴 처칠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독일 공수부대가 영국의 한적한 해변 마을에 침투한다. 처칠이 그곳을 비밀리에 방문할 거라고 한다. 영국 작가가 쓴 소설인데 주인공들이 독일군이고 공수부대장이 매우 현명하며 품위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처칠이 납치당한 적은 없으니까 독자로서는 결말을 아는 셈인데도 이야기에 빠져들고 독일 병사들에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 속편 『독수리는 날아오르다』도 있는데 평가는 안 좋다.
CS Lewis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무신론자로 살면서 독신인 채로 종신교수직에 임하며 뭐랄까, 큰 기대없이 매일을 성실히 보내었던 그가 사랑하는 조이를 만나기까지의 지난한 삶이 보인다고 한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원제는 ‘The Big Kill’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마지막 대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제는 절판. 영어 원서를 찾아보다가 ‘잭 리처 이전에 마이크 해머가 있었다’는 표지 문구를 보고 웃었다. 나만 그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구나. 잭 리처도 시간이 흐르면 마이크 해머 같은 취급을 받게 될까? 리 차일드는 미키 스필레인에 비하면 문학계에서 상당한 대접을 받는 편이다. 차일드는 부커상 심사위원을 한 적도 있다.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 데뷔작이자 마이크 해머 시리즈 1탄. 황금가지에서 마이크 해머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세 권만 나오고 끝났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일하던 스필레인은 돈을 벌려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다 쓰는 데 9일이 걸렸다고 한다. 스필레인은 마이크 해머 시리즈로 평론가들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었지만 꿋꿋했다.
1.
‘STS SF’를 주제로 서울대 문화예술원, 민음사와 함께 운영했던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이연지 작가님의 단편소설 「하와이 사과」가 《릿터》 2023년 12월/2024년 1월호에 실린 데 이어 문학과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좋은 소설을 꼽아서 책으로 내는 《소설 보다》 선정작으로 뽑혔습니다. 역시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수강생 중 대학생이었던 임지호 작가님의 작품 「손을 잡아주세요」가 경희문학의숲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대상이 시여서 소설로는 가장 높은 상을 받은 것입니다. 라이터스쿨 1기에서부터 성과가 나와서 무척 기쁩니다. 두 분 작가님과 라이터스쿨 수강생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재수사』를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산 자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이은 5번째 일본어판 소설 출간입니다. 다른 언어권까지 합해 11번째 해외 출간이기도 하고요.
198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핵심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대국의 기본 요소는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것,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게 군사력을 키운 나라는 도리어 쇠망하게 된다는 것. 미국의 쇠퇴에 무게를 두는 바람에 한동안 잊히는 듯했지만 미중 패권 경쟁시대가 되면서 2010년대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루쉰 산문집. 특히 Y군이라는 청년과 주고받은 편지가 감동적이다. 루쉰은 자신이 중국 청년들을 깨치게 가르치는 일이 그들의 고통을 더하기만 할 뿐 아닌가 하며 ‘저는 식인 파티를 돕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Y군이라는 청년이 그 글을 읽고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다’며 애인과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중이라며 최후의 길을 가르쳐주거나 자기의 신경을 마비시켜달라고 호소한다. 루쉰은 첫째, 생계를 도모하고 둘째, 애인을 위로해주라고 조언한다.
재택 근무라는 것이 판데믹 이전에도 있었지만, 크게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일하면 일하러 나가게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 따져본 일이 있는지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는 거의 모험 안내서에 가까운 즐거움을 준 것이 출퇴근의 역사다.
기본적으로는 출퇴근이라는 개념, 교통편의 발달, 계급인식의 변화 등 다양한 지식을 주는 역사책이고, 재미있다. 생각보다 후딱 읽힌다. 출퇴근이라는 것이 일반인도 매일 할 수 있는 일종의 모험이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이 말이 비유가 아니라 백 프로 사실인 시대가 있었으며, 지금도 목숨 걸고 타야하는 뭄바이 철도도 존재하긴 하다만; 검색하니까 2023년 기준으로도 하루 평균 7명 사망한다니 모험이 아니라 도박이구만. 나오는 트리비아들이 하나같이 다 골때려서 옮겨쓰려면 수십 페이지 넘어갈 판이다. 얘기가 좀 샌다만, 어쨌든 이 모험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괴롭고 분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시간이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알게되니 괜히 나도 마음이 좀 편해진다.
재택 근무가 가능해졌어도 출근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출퇴근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대목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다. 번역이 2016년에 나왔으니 원전은 벌써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 전에 나왔고, 코로나 사태가 출퇴근의 판도를 한 번 갈아엎은 지금 읽는 사람 마음으로는 개정증보판 출간이 참으로 절실한데 - 책은 읽었는데도 결론 못 읽은 기분이다 - 어찌될지는 봐야 알겠지. 일단은 매일 집을 나갈 때, 조금은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여정을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주어진 짧은 모험길을 어떻게 즐길지 좀 생각하면서.
정아은 작가님이 앉으나 서나 전두환 생각을 하며 쓰셨다는 책. 아들과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와서 찾아보다가 읽게 되었다.
전두환은 왜 그토록 뻔뻔할까에 대한 답을 알게 된 책.
이순자의 저서 제목이 ‘당신은 외롭지 않다’ 라는 점이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