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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기 드 모파상 (기 드 모파상)

모파상의 단편 63편을 담았다. 대부분은 현대 기준으로는 단편이라기보다는 엽편 쪽에 가깝다. 808쪽짜리 책에 63편이니까 편당 평균 길이는 12쪽 남짓이다. 책 자체는 두껍지만 콩트집 읽듯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비곗덩어리」와 「목걸이」가 유명하지만 내게는 「피에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949. 재미란 무엇인가? (벤 핀첨)

무엇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쉽게 말하지만, 재미라는 게 도대체 뭐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재미는 이론화하기도 어렵고 이론화하려는 시도도 적었다. 재미는 행복의 한 요소인 것 같지만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구분하는 연구자도 있다. 재미는 맥락적이며, 타인과의 관계 혹은 권력과 연관이 있고, 전복적인 측면이 있다. 재미있을 때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며, 여러 가지 엄숙한 질문에서 자유로워진다.


재미란 무엇인가? - 일상에서의 일탈, 짜릿함, 즐거움, 흥분을 주는 재미의 사회학
재미란 무엇인가? - 일상에서의 일탈, 짜릿함, 즐거움, 흥분을 주는 재미의 사회학
“자랑할 일이 있으면 자랑 많이 하세요”

오늘 정신과 의사 선생님한테 “자랑할 일이 있으면 자랑 많이 하세요”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날의 사진을 뒤늦게 올려봅니다. 민음사-서울대 라이터스쿨 1기 강의 마지막날, 수강생 분들이 깜짝 파티를 마련해주셨다. 나는 케이크와 롤링페이퍼, 말랑카우와 방석, 슬리퍼 같은 선물을 받고 너무 감격해서 급무표정해졌다(감격하면 필사적으로 표정을 감추려 함...). 수강생들 다들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히 참여해주셔서 나도 바짝 긴장하고 열심히 원고 읽고 조언할 게 있으면 최대한 전하려 했다. 다들 건필하시고 또 건강하시기를. 모두 감사합니다.


[그믐밤] 20.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수북강녕

2024년 3월 9일 (음력 1월 29일) 19시 29분에 서울시 은평구 한옥마을에 위치한 '수북강녕' 서점에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하정 작가의 북토크로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스무 번째 그믐밤은 전시를 겸한 북토크로 진행되었으며 북토크 시작 전 하정 작가의 전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김새섬 그믐 대표의 사회로 하정 작가와 사회자 간의 대화, 이후 참여하신 분들과의 자유로운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믐밤 20회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그믐밤] 20.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수북강녕

눈물의 여왕

표절로 명성이 높은 박지은 작가의 주말 드라마. 한국적인 유교와 재벌 문화를 바탕으로 소재의 줄기를 잡아가다 1화 엔딩즈음 3개월 시한부 인생이 된다.

어둠의 속도(엘리자베스 문)

다 읽고 난 지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루 애런데일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를 바라보는 톰, 루시아, 마저리의 마음은 어떨까? 물론, 루는 수술(치료?)을 통해 꿈을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그에게는 잘된 일이다.

루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경위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처음에 자신의 지금 모습을 잃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 두려워했다. 그러나 일련의 경험들 속에서 그는, 자폐는 그의 전부가 아니라 그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수술 같은 것이 아니어도 자신은(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더 이상 변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기로 선택한다.

'나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 내 경험을, 그저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듯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기억에 따르는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다.'(395쪽)


그랬던 그가 왜 시도하기로 선택했는가? 이어지는 내용은 교회에서 설교를 듣는 장면이다. 병이 낫기를 기다리며 치유의 연못 옆에 가만히 누워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너는 낫고자 하느냐?' 루는 처음에 그 질문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낫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가 왜 치유의 연못에 갈 것인가? 혹은 그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원한 것일까? 설교를 들으며 그는 자신은 낫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심지어 자신이 받아들여진다고 믿었던 교회에서마저 어쩌면 '낫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목사와의 대화에서 그는 묻는다. '그렇다면 저는 낫고자 해야 합니까? 나을 방법이 없어도요?' 그는 혼란스럽고 괴로워한다.


수영을 배우고,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 그게 루에게 심경의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이번에도 나는 두렵다. 허나 만약 내가 이 물결, 이 생물학적인 자전거를 타낸다면, 나는 비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이 얻을 것이다'(443쪽)

'만약 내가 변한다면, 그리고 변화가 그들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라면, 어쩌면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꼭 어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들, 모든 가능성들이 한번에 존재한다. "나는 지금과 같지 않을 거야." 나는 소리 내어 말하고, 편안한 중력을 놓고 그 확실함 밖으로 나와 불확실한 자유 낙하를 향해 날아오른다.'(444쪽)


마저리는 그에게 "루, 너는 지금 이대로도 좋아. 나는 지금 네 모습이 좋아. 다른 사람들처럼 되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루는 조금 더 자신의 선택을 자신을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나아야 한다고, 자폐를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면 그는 거부했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병자를 연못가에 데려다 놓는 것처럼. 그러나 루는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달라진 루를 보며 아마도 마저리는 매우 큰 상실감을 느꼈겠지만, 어쩌면 내가 슬픈 감정이 든 이유도 비슷한 것일지 모르지만, 루 애런데일의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폭력일지 모른다. 그대로 머무르든, 변화를 향해 나아가든, 그것은 루의 선택일 때 의미가 있다. 타인의 인정이나 강요가 아니라.


이 책은 우연히 고른 책이지만, 지금 읽기로 한 데에는 앞서 읽은 '짐을 끄는 짐승들(수나우라 테일러)'의 영향이 컸다.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을 이야기하는 그 책과 연관해, '침팬지와의 대화(로저 파우츠 외)'를 읽으며 동물해방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고 장애해방과 연관되리라는 생각에 다음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위 책에 수나우라 테일러가 피터 싱어와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싱어가 말한다. "저는 사람들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요. '당신이나 당신 아이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겨우 2달러에 부작용도 전혀 없다는 것이 보증된 알약을 누군가 준다고 해도 그 알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글쎄요.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235쪽)

수나우라 테일러는, 싱어의 질문이 비장애중심주의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루는 약을 먹기를 선택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 책(어둠의 속도)은 비장애중심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는 책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테일러는, '장애가 우리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루에게서도 드러난다. 테일러는 장애가 있는 상태가 완전하다거나 비장애의 상태보다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불완전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다른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커스의 말-장애는 예술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독창적인 방식이다.-은 장애가 단순히 결핍이라는 생각에 저항한다. 게다가 그의 말은 우리가 효율성, 진보, 자립, 이성을 반드시 중심에 두지는 않는 삶의 방식들에서 가치를 찾도록 촉구한다. (...) 장애는 해방적일 수도 있고, 신나는 일일 수도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 "정상적이기"를 요구하는 사회의 지속적인 공세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의 장소일 수도 있다.' (238-239쪽)

뒤이어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하지만 확실히 자신에게 있는 장애를 즐기지 않는 장애인들, 장애를 "창조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비웃는 장애인들, 치료된다는 말에 크게 기뻐할 장애인들은 많을 것이다. 이는 비단 비장애중심주의와 내면화된 억압 때문만이 아니라, 상실, 고통, 개인적 욕망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서 보듯, 테일러가 장애로 인한 불편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테일러가 싱어의 질문을 경계하는 이유는, '치료의 문제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자긍심 대 의료적 개입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테일러는 여기서 앨리슨 케이퍼의 말을 인용한다. "치료에 대한 욕망이 꼭 불구를 반대하는 입장이나 장애에 대한 권리 및 정의를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47쪽)

여기에서 테일러는 문제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짚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기를 원하고, 장애를 갖고 싶어 하지 않고, 장애로 인해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문제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뜻하는 바가 장애란 객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런 감정들만이 장애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보는, 아주 뿌리 깊고 만연한 전제 자체다.' (248쪽)


그러므로, 실험적인 치료를 받기로 루가 선택했다고 해서, 자폐는 치료되어야 할 장애이며 불완전하고 비정상인 상태이다, 라고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루가 그런 선택을 할 때에도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394쪽)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루의 선택은 두려움을 딛고 새로운 배움으로 발을 내딛는 것, 수영을 배우거나 자전거를 배우는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며, 이것은 비장애인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 오후 책을 다 읽은 후,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안타깝고 슬펐는데 글을 쓰다 보니 명확히 정리가 된다. 루는 선택을 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맞았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슬퍼할 게 아니라, 그 사실을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것이다. 몇 번이고 넘어지다가 자전거를 타게 된 아이를 보면 그러하듯이.

어둠의 속도
어둠의 속도
가여운 것들

언제부턴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는 보는 게 힘겨웠는데 현란한 의상과 미술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엔딩 타이틀 내내 대체 저 폰트는 뭘까 번뇌함.

가여운 것들
가여운 것들
948. 투모로우랜드 (스티븐 코틀러)

곧 나오리라 예상되는 신기술들을 소개하는 책. 소행성 광산업이나 바이오닉 맨처럼 당연히 등장하겠지 싶은 기술도 있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개인적으로 글쎄다 싶은 기술도 있고, ‘착한 모기 만들기’나 ‘대통령 DNA 해킹하기’처럼 으스스한 이야기도 있다. 놀라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던 것은 스테로이드에 대한 대목이었다. 책에 따르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악명은 상당 부분 과장되었거나 아예 근거가 없다고 하는데 얼마나 믿을만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투모로우랜드 -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위대한 여정
투모로우랜드 -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위대한 여정
947.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을 쓴 아시자와 요의 단편소설집. 『아니 땐…』과 달리 초자연적인 소재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그 못지않게 어둡고 찜찜하고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따돌림을 당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현명한 판단을 못하게 된 이들이 범죄에 휩쓸리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차갑게 그린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60. 강남 페일에일과 떠돌이 생활

서울로 돌아와서는 HJ와 부동산 이야기를 한참 했다. 나는 서울을 떠나 부산이나 치앙마이에서 살자는 얘기를 했다가 면박을 들었다. 집을 살 궁리를 해야지, 무슨 소리를 하냐는 것이었다. 그렇지. 나도 반성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자. 세입자의 임기 기간이 끝날 때까지 따로 살자. HJ가 제안했다. HJ는 친정에서 살고 나도 부모님 댁에서 살거나 아니면 문학 레지던시들을 돌아다니면 되지 않을까. 듣다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아이가 없고 내가 문학 분야 종사자인 점을 이참에 한번 이용해 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올해 연말에는 서울프린스호텔, 내년 상반기에는 연희문학창작촌, 내년 하반기에는 부악문원…….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많이 힘들까? 그런데 우리가 가진 돈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기는 한가?

부동산과 투자 문제에 몰두해 있어서 단편소설은 마감을 어겼는데도 한참이나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현대문학〉이 단편소설 한 편에 매긴 고료가 80만 원이었다. 치솟은 전세 값 앞에,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내가 노트북 화면을 보며 미적대는 동안 HJ는 주식 투자로 소액을 벌었고 금도 매입했다. 암호화폐 투자도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놀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중이라고 했다.

HJ는 한동안 배달 플랫폼에 등록해서 음식 배달을 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는데, 주식 투자 쪽이 수익이 더 나았다. “아니, 그러면 배달하시는 분들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왜 배달을 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리고 그 답에 대해 생각하며 우리는 우울해졌다. 투자할 돈이 없어서겠지. 이건 뭔가 세상이 단단히 잘못된 것 아닌가?

우리는 창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도 출판사를 차리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출판사를 차린다 해도 다른 작가의 책을 내거나, 내 소설이나 논픽션을 거기서 출간할 마음은 없었다. 나는 2017년에 재미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무료 서평집을 낸 적이 있다. 그걸 시리즈로 낼 계획이 있다. 2017년에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문학 단행본을 낸 적이 없는 출판사에 외주를 줬는데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내가 출판사를 차려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리는 출판사뿐 아니라 북 카페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했다. HJ가 그런 공간을 꾸미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 ‘오늘의 집’ 사이트에 가서 남의 집을 구경하고,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그런 공간과 사회공헌사업을 연결하는 일에 대한 희망을 밝힌 적도 있다. 우리는 북 카페를 차리게 되면 이름은 ‘그믐’으로 짓자고 얘기했다. 그 단어가 좋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입장문을 비판하는 짧은 글을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별 얘기도 없었고 내용을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 입장문에서 나에 대해 하는 말이 틀렸고, 출협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작가들에게 인세 누락이 결코 예외적인 일탈이 아님을 담백하게 지적했다.

그런데 이 글이 하루 사이에 소셜미디어와 여러 인터넷 게시판들에 어마어마하게 퍼졌다.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젊은 세대가 출협을 이렇게 싫어했나? 각종 협회라는 조직들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도서정가제 탓이었을까? 출협에서는 내게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거절했다. 자업자득이지, 뭐.

단행본 원고 납품이 늦어지는 데 대해 사과하고 계약을 해약해도 좋다고 메일을 보낸 출판사 6곳 중 4곳에서 답장이 왔다. 기다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 한 곳에 대해 내 쪽에서 해약을 요구했다.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였는데, 전에 내가 계약한 원고의 청소년소설 버전을 보낸 적이 있다. 그에 대해 이 출판사는 그 원고가 좀비 소설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며 길게 비판했다. 그때는 별 시답잖은 규칙도 다 있네 하는 정도로 그냥 넘겼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출판사와 나는 문학적 지향점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 앞으로는 내가 쓰려는 글의 방향을 이해하는 편집자와 일하려 한다. 그 정도 협상력은 갖춘 것 같다.

딘 버넷의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읽었다. 앞부분은 심드렁하게 책장을 넘겼는데 뒤로 갈수록 정독하게 됐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행복의 비결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사랑 역시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소들은 있다. 집, 유머, 다른 사람의 인정, 성공 등이며, 사랑과 섹스도 그런 요소 중 하나다. 일과 돈도 어느 선까지는 중요하다.

〈현대문학〉에 보내야 하는 단편소설은 정말 더 늦으면 안 되는 최후의 순간에 겨우 다 썼다. 실제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 시간은 이틀 반 정도다. 마지막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겨우 마감했다. 다만 그렇게 벼락치기로 쓴 것에 비해 작품 자체는 썩 마음에 들었다. 확증 편향을 일으키는 기술들을 비판하는 SF 우화였다. 추리물 요소도 조금 첨가했다.

그렇게 소설을 탈고한 날 저녁 모 신문 문학출판 담당 기자들을 만났다. 몇 년 전부터 그 신문 북섹션에 〈장강명의 벽돌책〉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번에 연재 담당자가 K 기자로 바뀌었다. K는 내 입사 동기다. 내가 수습기자로 경찰서에서 가장 먼저 만난 기자가 그녀다. 내가 소설가가 된 뒤에 내 인터뷰를 해주기도 했다.

K와 후배 기자 두 사람과 함께 칼국수 가게에서 만나 보쌈과 파전을 먹으며 소폭을 만들어 마셨다. 우리는 장류진 작가의 신작과 암호화폐, 웹소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자리는 그 신문 문학출판팀 회식 자리이기도 해서, 원치 않게 그곳 선배 기자들에 대한 뒷담화도 많이 들었다. 후배 기자 두 사람은 모두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있었다.

HJ가 아닌 사람들과 술을 마셔야 한다면 기자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제일 즐겁다. 기자들은 빠르고 직설적이다. 내가 원래 그런 대화를 즐겼던 걸까, 아니면 기자 생활을 하다가 그렇게 된 걸까. 기자들은 술도 빨리 마신다. 그 자리의 막내 기자도 소폭을 아주 빠른 속도로 만들어 돌렸다.

칼국수 가게에서 나와 맥주를 마시러 갔다. 근처에 있는 브루어리304라는 수제맥줏집에 가고 싶었으나 정기 휴일이었다. 그래서 생활맥주 서대문경희궁자이점에 갔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프랜차이즈다. 강남 페일에일과 소나무 IPA를 마셨다. 소나무 IPA를 마실 때쯤에는 이미 취해서 맥주 맛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전용 잔에 그려진

2호선 강남역 로고를 보면

맛있는데 어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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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오늘은 그믐밤] 저녁 8시 29분에 만나요
[그믐밤] 22. 가족의 달 5월, 가족에 관한 책 얘기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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