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추리소설가 119명이 선배들의 작품 121편을 열성으로 추천하니, 그저 즐거울 뿐. 문학이란 무엇이고 장르란 무엇인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워졌나, 나는 왜 소설가가 되었나,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사한 질문과 답변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 제프리 디버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거의 대놓고 씹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특이점’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작은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특이점이 온 듯’, ‘특이점이 온 누구누구’ 등의 댓글을 종종 본다. 대충 뜻은 긍정적인 방향의 ‘미쳤다 미쳤어’ 정도인 듯하다.
꼭 10년 전,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가 국내 번역될 때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한 줄로 설명하기 위해 출판사는 고심을 거듭했다. 한국어판 부제인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절묘한 설명인데, 담당 편집자였던 현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원서 부제인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When Humans Transcend Biology)’보다 낫다고 본다.
그런 부연설명 자체가 필요 없을 지금도 이 840쪽짜리 책을 읽어야 할까? 그렇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이점이라는 개념은 이제 익숙하더라도, 특이점을 둘러싼 논의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논의에서 가장 극단적인 주장이 이 책에서 상세히 펼쳐진다.
커즈와일의 태도는 너무 낙관적이어서 도리어 심란하다. 이런 식이다. ‘노화와 죽음은 나쁜 거잖아. 기술로 정복해야지. 일단 나는 영양제를 매일 250알씩 먹고 있어. 종교가 죽음을 신성시하는 거야 여태까지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랬던 거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거라고? 우리가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포스트휴먼이 되면 되잖아.’
인류가 수백 년 안에 광속을 넘어설 거라거나 우주가 우리의 지능으로 가득 차게 될 거라는 등의 의견은 물론 당치도 않게 들린다. 그러나 신경계 안에서 가상현실을 만드는 기술이라든가, 반대로 나노봇이 이미지와 음파를 조절해 현실세계 자체를 가상현실처럼 바꾸리라는 예상이나, ‘경험파 송신’을 통해 타인의 삶을 문자 그대로 체험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읽다 보면 ‘특이점 논의’에 저절로 참여하게 된다. 저자는 기다렸다는 듯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장까지 내놓는다. 그 반론이 기술지상주의의 한계에 갇혀 있기에 책장을 덮은 뒤에도 비판적 독서는 이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청춘 3부작에 나오는 등장인물 ‘쥐’는 초월적인 존재인 ‘양’과 결합해 세계를 바꿀 기회를 거부하고 파멸을 택한다. 쥐는 그에 대해 “여름햇살, 바람 냄새, 매미소리, 너와 마시는 맥주와 같은 나약한 것들이 무작정 좋아서”라고 설명한다.
인간과 결합하려는 인공지능은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살아서 그 답을 듣고 싶기도 하고, 가능하면 그 순간을 미루고 싶기도 하다.
이제야 읽히네~ 김탁환 작가님의 나, 황진이!
한 사년 전에, 정확히는 삼년 반되었을까?
당산동커피라는 판소리꾼이자 바리스타이신 주인장의 공간에서 작가님께서 글쓰기 강좌를 여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두 달 간 참여했었다. 월요일 저녁 두 시간 씩:) 뒤풀이도 하고 그랬는데 당시 사회파 소설인 <거짓말이다>와 <살아야겠다>를 잘 읽었기에 사회에 관심이 무척^^ 많은 1인으로 어떻게 좀, 아들 낳는 고쟁이를 빌려입는 심정으로 ㅋ 그 근방을 기웃대며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작가님 책들을 쌓아두고 몇 권 읽었는데, <가시리>, <이토록 고고한 연예>, 지금 내려가 계시는 곡성의 미실란 에세이 등을 읽었었다. 그리고 한동안 못 읽었는데, 저 책도 당시에 사두고 다는 못 읽었던 것을 이제야 읽었네. 직전에 읽은 정여울 작가님의 헤세 이야기 중 마지막 <싯타르타>가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그게 작가님의 황진이와 맞닿아 있는듯 하여 다시 손에 잡았고 이번엔 다 읽음:) 멋진 여성이었네! 배우 이하늬의 육성으로 오디오북을 해도 좋을듯 하고 전에 실은 큰 감흥은 없이 보았던 송혜교 버전의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긴 했었지만. 이하늬 버전으로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도 ㅎㅎ 혹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씨를 그 역에 대입해본달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장부기질에 딱인 멋진 두 여성들♡
여러 저명한 화가들의 연인들이 등장한다.
그 중 수잔 발라동이라는 화가는 두 번 등장하는데, 같은 커플을 둘 다 화가라는 이유로 관점을 달리하여 두 번 등장이 아니라 상대를 바꾸어서;;
장애를 가졌지만 다른 저명한 화가인 로트렉의 연인이었다가 후엔 아들의 친구와도 연인이었다고ㆍㆍ 그러기 위해, 본인 스스로 세탁부 출신이었기에 귀족이었던 로트렉에게 엄마와 짜고 ㅠ 결혼협박까지 했던 그녀가, 안정적인 주식중개인과의 결혼으로 저택의 안주인으로 원하던 삶을 누리던 중 스무살은 연하였을 새파랗게 어린 청년과 살기위해 다시 세탁부 시절 살던 그 좁은 집으로 기꺼이 들어가기까지! 그런 파란 만장한 연애와 그림의 성공까지~ 엄청난 여자라는 말 밖에는.
Ⅰ권에 비해 보다 인물과 에피소드 중심이라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현대과학의 철학적 파급력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 20세기 지성사를 서구의 승리로 정리한 결론이 매우 흥미롭다.
무시무시한 밀도로 원시시대부터 19세기까지 철학과 관념의 발전사를 훑는다. ‘현대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은 고대 그리스가 아니라 로마 공화정’이라고 딱 부러지게 정리하고, 불교의 화두수행에 대해서는 ‘순간적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봤기에 동원한 황당한 명상과 난감한 논쟁’이라고 풀이한다.
사상사, 그중에서도 정치 사상 사에 흥미가 있어 여러 책을 읽기 전 입문서로 택했다. 간략히 정리한 분량에 비해 시대상과, 중요한 용어 설명까지 놓치지 않는 알찬 책이다.
책 내용 간단히 요약 정리해 본다.
메타데이터 : 콘텐츠를 구성하는 객관적 데이터. 예를 들자면, 한국 영화, 송강호 주연, 2시간 10분 상영 시간 등
사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 : 비슷한 사용자가 좋아한 제품을 추천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 좋아한 아이템과 비슷한 아이템을 추천
필터버블 (매일 똑같은 것만 추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끔 이질적인 것도 섞어놓는다. (보통은 베스트셀러)
알고리즘 계산은 행렬로 이루어지며 이 때 유용한 것이 GPU
추천에서는 시간도 주요 고려 요소.
과연 10년 동안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을까?
최근 데이터는 언제나 가중치가 높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관점으로 보는 인간, 기계, 과학과, 그들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인간과 비인간의 연결을 과학도 인문학도 흔히 놓친다고 지적한다.
장쾌하고 낙관적이고 너무 낙관적이어서 도리어 심란하다. 읽다 보면 ‘특이점 논의’에 저절로 참여하게 된다. 저자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장까지 내놓는다. 그 반론이 기술지상주의의 한계에 갇혀 있기에 책장을 덮은 뒤에도 비판적 독서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