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4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제목: 네가 보고 싶어서 / 글쓴이: 박현경(화가)
1. 네가 보고 싶어서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몸통에 커다란 눈이 돋았다. 그 커다란 눈에서는 뿔처럼 눈물방울들이 뻗어 나오고, 눈물방울마다에 또 눈이 돋아나 너를 찾아 헤맨다. 얼굴을 보면 울어서 부은 듯한 눈에, 기이하면서도 화가 난 것 같은 표정. 무슨 소리인가 어서 빨리 듣고 싶은 소리가 있는지, 귀는 정수리에 솟아 있다. 어딘가 깊은 곳을 향해 급히 달려가고 있는 모양.
이 그림을 그리기 얼마 전 10.29 참사가 있었다. 국가가 제 역할을 안 하는 사이에 죽어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그 눈물과 분노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다.
그렇게 함께 우는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그리다 보니 세월호 참사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분들도 떠올랐다. 또 제주 4.3 항쟁 희생자 유가족분들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분들도……. 사회적 참사 또는 국가 폭력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애달피 우시는 분들에 대한 마음이 녹아들어 이 그림이 됐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면서 눈을 부릅뜬 채 눈물을 흘려야 하는 분들이 이 땅에는 참 많구나.
2. 눈물이 눈[目]이 되어
이후 ‘네가 보고 싶어서’ 연작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이 연작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눈물방울 속에 돋아난 눈’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눈물을 쏟고 있고 그 눈물방울들에 저마다 또 눈이 돋아나 있다.
처음에는 나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또는 내면의 어떤 목소리를 받아쓰기하듯 그렇게 그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정말로 눈물방울마다에서 눈이 돋아난다는 것을.
우리가 어떤 비극 앞에서 함께 울 때, 그 눈물은 또 하나의 눈, 즉 증인이 된다. 세월호 참사나 10.29 참사를 국가 권력은 마치 별일 아닌 양 덮어 버리고 싶어 했지만 끝끝내 잊지 않고 함께 분노하며 울어 주는 시민들이 있다. 이렇게 함께 흘리는 눈물들은 불의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품고 있다. 이 눈물들은 유약하게 스러지지 않고 저마다 또 하나의 증인이 되어 유가족들과 연대한다.
3.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내 고독과 슬픔이 너무 깊어 안으로만 안으로만 파고들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는 ‘나’ 밖의 문제들보다는 ‘나’ 안의 문제들이 훨씬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또한 내가 감히 사회적 참사나 국가 폭력에 대해, 이 사회 곳곳의 고통 받고 억울한 이들에 대해 그림으로든 글로든 표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다. 내가 ‘나’ 밖의 문제들이라고 생각한 사회적 슬픔 앞에서 눈감을 때, ‘나’ 안의 문제들도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나’의 안과 밖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 밖의 문제들, 즉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그로 인한 아픔에 대해 그림으로든 글로든 표현할 자격이 내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기서 ‘자격’은 ‘책임’이라는 말로 바꿔 적힐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나’ 안의 고독과 슬픔에 천착하던 시기는 어쩌면 ‘나’ 밖의 이웃들과 함께 울 수 있는 ‘슬픔의 근육’을 키우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안과 밖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슬픔의 근육’이 어느 정도 붙었을 때 비로소 ‘우는 자들과 함께 울’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네가 보고 싶어서’ 연작 속 존재들처럼 앞으로도 두 눈 부릅뜨고 눈물 흘리며 살고 싶다. 우시는 분들과 함께 울고 싶다. 그 ‘함께 욺’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다.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2」
등장인물이 많아서 마인드맵처럼 그려가며 읽었다.
로쟈의 러시아 문 학 강의에는 악령이 빠져있고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강의에서 다룬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에 비해 내용이 가장 적다.
두 권 모두 도스트옙스키 작품보다는 전반적인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
2023년 4월 19일 (음력 3월 29일) 19시 29분에 은평 한옥마을의 '수북강녕’에서 모여 2시간 9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악령>을 가운데 두고 김청연 작가님과 도박사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도박사: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박”식한 “사”람들의 모임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믐밤 9회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 그믐밤이란?
그믐밤 간단 소개 블로그입니다. => https://www.gmeum.com/blog/40/364
매월 음력 29일 저녁 7시 29분에 전국의 동네 책방 한 곳에서 우리끼리 만나는 그믐의 오프라인 모임,
날짜는 정해져 있지만 장소는 미정.
함께 달빛을 비춰주실 동네 책방지기님들은 contact@gmeum.com 으로 연락 주세요.
‘역사는 발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고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홀린 듯한 기분으로 읽었고, 최근 나온 역사학자들의 반론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도 언젠가 읽어보려 한다. 소주제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1960년대를 비문명화 시대로 본다든가, 자본주의가 전쟁을 몰아낸다는 주장, 인간 본성이 최근 생물학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 등. 소설의 힘을 다룬 부분은 자못 감동적.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하는데, 최악이라는 감정 역시 결말이 아니라 추락하는 과정에 있다. 두려워하던 일은 막상 실제로 일어나면 견딜만 할 지도 모른다. 죽지 말자. 살자.
괴롭힘과 가해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떻게 인간의 뇌를 파괴하고 아이큐를 저하시키는가를 보여준다. 왜 멀쩡한 이들이 군대만 가면 아이큐가 돌고래 수치에 가까워지는지 납득. 아울러 더 글로리의 송혜교가 임용고시를 합격한 건 너무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