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이 그렇게 읽기 어렵다고 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이 책은 재미있다. 젊은 다윈은 호감 가는 인물이었고 신기한 걸 많이 봤고 글도 재치 있게 잘 썼다. 등은 검고 배는 새빨간 두꺼비를 묘사하면서 “이 두꺼비에 이름이 없다면 ‘악마’라고 부르면 딱 맞을 것 같다”고 적는 식. 진화론이라는 위대한 아이디어의 싹이 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파타고니아 평원이다. 다윈이 말한 ‘외딴 곳에서 받는 감동’을 나는 매우 잘 알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고립된 병원에서 가망 없는 환자들을 안락사시킨다. 수사기관이 의사들을 수사한다. 이 짦은 두 문장에 얼마나 큰 고뇌와 드라마를 담을 수 있는지 모른다. 기자 후배들에게 강권하고 싶다. 이게 매스미디어 종말 이후 저널리즘의 미래다. 나는 읽다 말고 일어나서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논픽션의 걸작이었는데 별로였다고 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20대에 데뷔하자마자 유명해져서는 40대 초반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그 뒤로 상복이 애매한 조너선 프랜즌. 이 소설이 ‘모든 신화의 열쇠’라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했는데, 아마 필생의 역작을 쓰려고 하는 모양이다. 모든 인물들이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며 함께 몰락하는 기하학적이고 가학적인 구조를 작가가 짜놓지 않았을까 두려웠는데 기우였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걸친 서민층 가족의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대하소설 같은 기분이 든다.
제법 많은 영화와 소설을 출간한 작가인데 에세이로 처음 접한다.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을 잘 만들어냄.
"대부분의 인간은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패배’라고 부를 정도로 근사하지 않은 패배감. ‘승리’라고 가슴을 펼 정도로 뚜렷하지 않은 충족감의 틈새를 흐리멍덩하게 오간다."
유레루를 어디였더라? 시네코아 쯤이던가? 보았었다. 감독은 누군지 모르겠으나 당시에 핫한 오다기리 죠가 나온 영화였다. 그의 영화를 발차기였던가에서부터 메종 드 히미코, 밝은 미래, 공기 인형 등 거의 찾아보긴 했었다. 자동 줌 인 얼굴이 아닌가! 어릴 적 부터 한결같이 잘생긴 사람을 좋아했다. 남자만 비주얼에 약한 것이 아니다^^;
그랬던 그 영화의 감독 이야기를 접했네~ 시네큐브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원더풀 라이프 wonderful life의 감독에 발탁된 저 감독! 리서치 감독이라는 직함도 있구나~ 처음 알았네. 이십 대 무렵, 지금은 없어진 하이퍼텍 나다 오층에서 영화연출자 과정을 수강한 일이 있다. 여름이었고 여성영화인 모임에서 주최한 한달짜리 과정이었다. 그 때 알게된 언니들과 단편도 몇 편 찍고 했었는데 다들 사라지고 이제 양양으로 이사간 고양이 🐱 여섯 마리 쯤과 사는 언니 한 명 남아있네. 암튼 그 시절에는 나도 저런 길을 가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길을 간 사람의 괜찮은 글을 접했다. 좋은 사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거기에 문소리 씨의 추천사까지^^ 저렇게 나이든다면 좀 나쁘지 않은듯.
강화길 작가의 글은 젊작 단편 1편과 중편 1편을 읽었을 뿐인데, 장편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번역된 결과물을 보느라 단편을 한 편 더 추가했네.
묘하게 빨려들어가는 흡입력을 발산하는 엄청난 여자, 인정!👍물론 이미 두루 인정받으신 작가님이시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