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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김옥림 시인)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 김옥림 

 

사랑하라

오늘이 그대 생애의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대의 그대가 그대를 잊지 못하도록

열정과 기쁨으로

죽도록 사랑하고 사랑하라 

 

사랑하라

미치도록 사랑하고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늘이 무너져 내려

내일 지구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해도

뜨거운 가슴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말을 속삭이며

그대가 사랑하는 이에게

최선의 사랑으로 사랑하라 

 

사랑하라

그대가 살아온 날 중

가장 행복한 마음을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대의 맑은 혼을 담아

지금 이 순간에서 영원으로 영원히 이어지도록

목숨 바쳐 사랑하라 

 

사랑하라

오늘이 그대의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대의 사람이 그대를 아프게 하더라도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면

호흡을 늦추고 마음을 가다듬어

그대의 사랑을 용서하고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은 후회의 연속이라지만

후회하지 않는 그대의 사랑을 위해

오늘이 가기 전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버리긴 아깝고 (박철 시인)

버리긴 아깝고

                                              박철 

 

일면식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시집 『작은 산』 (실천문학사, 2013)

인내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이한솔 )

"여보, 인내하며 지켜 나가는 일에는 의미가 있어요"

어떤 문장들은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

곤은 자동적으로 응수했다.

칠천원 짜리 와인이 따라진 유리잔이 서로를 부딪치자 "쟁!"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설적인 이한솔 단편소설 '축배' 중에서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시인)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 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고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시인)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술타령 (신천희 시인 -소야스님)

술타령

                              신천희(소야스님)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늘 취해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하는,

시간 신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다만 계속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개울가의 푸른 풀밭에서나

그대 방안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파도가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 신에게 구속받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거든 취하라”

"늘 취해 있으라”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삼십세 (최승자 시인)

삼십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릎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릎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 지성 시인선16, 1989>

상추 (박소란 시인)

상추

          박소란 

 

퇴근길에 상추를 산다

야채를 먹어보려고

좀 건강해지려고


슈퍼에서 한봉지 천오백원

회원 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적립한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어떤 이는 화분에 상추를 기른다는데

아 예뻐라 정성으로 물을 주면서 

 

때가 되면 그것을 솎아 먹겠지 

 

상추를 먹으면

단잠에 들 수 있다는데

상추가 피를 맑게 한다는데 

 

나는 건강해질 것인가

상추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밥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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