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요즘 사람들이 바라는 스토리는 회빙환처럼 고구마를 피하고 사이다를 들이키는 치트키 주인공이 등장해야 해."
뭐 이런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주인공이 고난을 받지 않는다면 스토리에서 갈등은 어떻게 구축하는 건가 싶었는데 범죄도시2를 보니 마동석 주변 인물들이 대신 칼침을 맞고 고꾸라진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앞선 저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이 바라는 음식은 마라탕과 탕후루 조합이야라는 소리와 같아 보이는데 이런 걸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장복하다보면 고지혈증 걸림.
해리슨 포드의 다큐. 해리슨 포드는 부유하진 않았지만 제법 뛰어난 목수였고 덕분에 단역 배우였던 초기 커리어 때도 아무 영화나 출연하지 않고 작품을 선별할 수 있었다. 15년간 고작 5~6개의 작품만 출연하다가 결국 <청춘낙서>에서 조지 루카스를 만난다 .암튼 아티스트는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기술이 있거나 둘 중 하나.
강풀 작가의 시나리오 참여로 인한 장점과 단점이 명확. 장점은 동어 반복을 회피하는 구성으로 원작을 읽은 기존 독자도 지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나레이션이 이끄는 만화 시나리오 특유의 플래시백이 그대로 이식된 부분.
한국일보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서평이 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들은 노동하는 인간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하는 인간성조차 사치가 된 오늘을 상징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식물적 관상’(한은형)은 패션 비건 식당을 운영하는 ‘보이사’의 입을 빌려 묻는다. “혐오 발언도 금지, 차별도 금지인 이 시대에 혐오와 차별을 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문제가 될까? 법과 제도가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그걸 활용하는 게 문제가 될까?”》
#월급사실주의 #월급사실주의2024 #인성에비해잘풀린사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99542?sid=103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2023년 5월에 바다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사실, 이 책은 1973년에, 영국 BBC에서 13부작으로 방영된 제이콥 브로노우스키(Jacob Bronowsky)의 "The Ascent of Man"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번역본의 원본 텍스트는 1969년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50년도 더 전에 나온 이 책이 한국 출판 시장에 나왔어야 했는지 그 시의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영미권에서 특히, 영국에서 이 다큐멘터리의 영향력은 적어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만큼은 아니었나 하는 어림 짐작을 한다. 맨 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니얼 퍼거슨의 <The Ascent of Money>를 읽을 때였는데 퍼거슨은 자신의 책 제목을 제이콥 보로노우스키의 다큐 제목에서 인용했다고 밝히면서 이 프로그램이 자신의 성장기에 얼마나 큰 인상을 남기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그 소회를 적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번 읽었던 <리차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에서 수 차례 이 책인지 다큐를 언급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우게 되었다.
‘Ascent’라는 단어는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산이나 언덕의 꼭대기를 등정 또는 걸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Descent’의 반댓말로 소개한다. 퍼거슨이 브로노우스키에서 자신의 책 이름을 따온 것처럼 브로노우스키는 찰스 다윈의 책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에서 ‘Descent’를 대칭적으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판한 뒤, 1971년 두번 째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을 세상에 내보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1969년 방영된 케네스 크라크(Kenneth Clark)의 ‘문명(Civilization)’이라는 다큐멘타리의 방영이 가져 온 충격?을 보충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케네스 크라크는 ‘문명'에서 ‘문화’를 인간 생물학적 진화의 내용과 다르게 분리시켜 생각하던 당시의 통념을 깨면서 문화 역시 오랜 인간의 진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환경 결정론적인 인지심리학의 열풍이 가라 앉고 서서히 진화심리학의 거센 파도가 밀려오던 타이밍으로 보인다.이 모든 사례들은 영국 공영 방송 BBC가 영국의 대중과 지식인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또, 이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비교되는 것처럼 보인다. 보로노우스키는 원래 수학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생물학과 과학사로 관심을 돌리게 되는 이력을 갖고 있어 똑 같은 내용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했는가 하는 점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틀림없고 방송국의 기획 또한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다.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쉽게 읽힌다. 그래서 과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운 과학적 용어들 때문에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들었던 모든 독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학, 양자물리학, 고전 물리학, 유전자, 생물학, 진화론 등 거의 모든 과학 영역에 대해 알기 쉬운 언어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2013년에 BBC가 개정판을 다시 낸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수사를 附記(부기)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