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5. 망자 인터뷰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을 택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존경하기도 하지만 여자들에 대한 태도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따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우리나라 무당처럼 서양에서도 점보는 사람의 몸을 빌려서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곤 했지요. 저는 오웰의 1984를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기억이 안 나서 그런지 이 '망자 인터뷰' 글은 그다지 재밌게 읽지 못했어요. 대화식의 전개가 자유로울 수도 있을텐데 왠지 글의 전개가 어색하고 약간 억지스럽다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그런 어색함 자체가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에 대해 느끼는 입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제가 조지 오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군요. 혹시 오웰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저도 애트우드 가 조지 오웰을 여기 저기서 언급하는 것을 보니, 그가 조지 오웰에 대해 우선 한 때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급하신대로 양가 감정이지요.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제국의 경찰 역할을 하면서도 식민주의에 비판했던 점, 항만과 광산 노동자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함께 지내며 르포르타주를 썼던 점은 훌륭한 점이긴 하지만, 남성으로서의 오웰이 여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점을 애트우드가 눈여겨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저도 읽기가 느리다보니 부지런히 따라가야 겠습니다.^^ 그래도 처음 만나는 이야기꾼 애트우드 여사의 면모가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오,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에 대해 여러 번 언급을 했군요. 정말 뭔가 애증의 대상인가봐요. 속도는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북클럽을 하게되면 자꾸 조바심이 나고 진도를 뒤쳐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자꾸 고개를 들어서 오히려 책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걸 느껴요. 그래서 이 모임에는 몇 일까지 몇 페이지 읽기 식의 진도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에 이야기하기로 정한 부분들은 그냥 날짜가 가는 편의상 정한 것일 뿐이니 부담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편만 읽으셨어도 시간되시면 대화 참여하면 되는 거지요.
저는 애증이나 양가감정보다는 완전한 숭배로 느꼈는데, 같은 글을 읽고도 반응이 다양한 걸 보니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애트우드가 오웰을 흠모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2013년에 가디언지에 애트우드가 기고한 글의 제목이 My hero: George Orwell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녀 이야기의 구조를 오웰의 1984에서 따왔다는 것을 제가 이미 알고 있어서 숭배의 감정일 것이라고 상정하고 읽어넘긴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공감합니다. 저 역시 ‘양가 감정’인가라고 말씀드린 부분은 표면적인/형식상 저자가 의도적으로 취한 방식이라고 느껴서 써둔 것인데요, 이건 결국 애트우드 여사가 오웰에 대해 갖는 숭배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여겼습니다. 제 표현이 50:50처럼 너무 단정적이었나 봅니다^^ 오웰은 애트우드만이 아니라 제게도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고요. 작가의 전작읽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오웰이 제게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최초의 작가였던 만큼, 저 역시 오웰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애트우드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결국 애트우드가 오웰을 숭배하는 방식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아, 제가 느낀 약간 어색하고 오그라드는 분위기가 마치 자신의 최애 아이돌을 마주대한 팬심일 수도 있겠군요.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거기에 팬심이 오롯이 드러나 있겠지요? 소개 감사합니다. 애트우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웰의 대표작이라도 잘 알아야겠군요.
오웰의 책은 <동물농장>과 <1984>말곤 읽은 게 없고 생애도 잘 몰랐는데 애트우드가 오웰의 팬이었군요. 애트우드가 이 책에서 언급한 오웰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리베카 솔닛의 < 오웰의 장미>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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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아하하~~~ 이 작품 스타일이 제가 애트우드를 사랑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예요. 짧지만 너무 기발하고, 재치있고, 속시원한 이야기. 외계인이 들려주는 중세 유럽 저자 거리에서 돌았을 법한 이야기인데 결말은 외계인 마음대로~ 중간 중간에 번역기 오류나 불가능으로 생략 혹은 기괴한 단어로 바뀌는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지요. 이 글도 한국어로 번역하기 상당히 까다로웠을 듯 한데, 번역가가 어떤 재치를 짜내셨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저 같으면 Patient Griselda 와 Impatient Griselda를 '참는 그리젤다'와 '못참는 그리젤다'로 했으면 더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리젤다 이야기는 실제로 모델이 된 원본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작가가 그냥 하고 많은 못된 귀족 혼내주기 이야기들의 뼈대만 가져와서 만들어낸 걸까요?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이 단편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아래 댓글과도 관련)에 나오는 그리젤다 이야기를 다시 쓴거래요. (그리젤다 자체는 유럽 전래동화에 여러 버전이 있는듯) 데카메론을 읽긴 했지만 그리젤다 이야기가 기억은 안 나는데, 위키피디아로 찾아 줄거리를 읽어보니 뭔가 인내와 순종의 아이콘 같은 느낌입니다. (원작에 역설적으로 그걸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 역시 그리젤다 이야기의 원본이 있었군요. 어쩐지 애트우드는 이런 이야기도 그냥 막 만들어내기보다 옛날 있던 이야기를 비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로 코비드 락다운 시작하자마자 <데카메론> 주문하고서는 처음만 손대다 말았는데, 그리젤다 이야기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동안 애트우드 장편에서 보았던 SF적인 분위기가 살짝 나오는 이야기네요. 애트우드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에요. 역병에 걸려 격리된 지구인들을 위해 범은하계 위기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하는 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라니.. 권위적이고 난폭한 남성을 혼내주는 참을성 없는 여성 이야기가 지구인들을 위로해주었을라나 모르겠어요. 저라면 잠시 키득대며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역병이 창궐하는 지구가 보낸 SOS를 받고 외계인들이 와서 격리자들을 감시하는데 그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위해 외계인 이야기꾼이 파견되다니, 참 상상력이 기발하죠? 이 글은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시기에 완성되었을까요? 외계인은 사고 체계가 다르니 언어 체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한계로 자동번역마저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설정에서는 @ICE9 님께서 언급하셨던 테드 창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컨택트(영어 제목 Arrival)'가 또 생각이 났었어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저런 이야기를 골랐을까요? 여기서 애트우드의 페미니즘적 성향이 드러나는 듯 하지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책에서였어요. 뉴욕타임즈 기획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데카메론의 설정처럼(페스트를 피해서 피렌체 근교로 피신한 남녀들이 각자 이야기를 들려줌) 판데믹 기간에 29명의 쟁쟁한 작가들이 단편을 하나씩 써서 뉴욕타임즈 매거진에 싣고 그걸 단행본으로 묶어 낸 책이예요. 프로젝트 시작부터가 그러니 (한국판 부제가 '판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판데믹 상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가볍지만 대단해서 감탄이 나옵니다. 전 오디오북으로도 가끔 듣는데 이 부분은 오디오 들으면서 픽픽 웃음이 계속 나왔어요.
코비드 시기에 정말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네요.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나왔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왜 하필 29명이었을까요? 그믐과 비슷한 생각을 한 기획자가 있었을까요? 재밌는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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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역겨운 이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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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개껍데기사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히파티아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위키피디아로 찾아봤어요.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라는 이름만 익숙했던 제 무지를 또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애트우드가 말한 19세기 화가 Charles William Mitchell의 그림도 거기서 봤습니다. 책에 언급된 그녀의 끔찍한 죽음이 소설적 과장이 아니라는 게 놀라웠어요. 사실 놀랍지만 익숙하다고 할까요. 역사 속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을 익히 봐왔으니까요. 히파티아는 자신이 선택한 삶, 신념 때문에 죽임을 당했고, 애트우드는 그 삶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독자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히파티아는 주로 그림의 주인공으로 알게 되어서 어떤 인물이었는지 찾아보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인물의 실체보다는 상징으로만 알려져있는 걸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하는 시도로 애트우드가 그녀를 화자로 삼아 이 글을 썼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제목을 왜 '조개껍질사'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히파티아의 죽음이 기원후 400년대 초이니 그녀가 죽음을 당할 때의 정황을 남긴 기록의 정확성은 알 수 없지만 많은 기록에서는 '오스트라콘'이라는 지붕 타일이나 도자기 접시조각으로 죽었다고도 나오거든요.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오스트라콘이 조개껍질로도 번역이 된다고 나오는데 구체적인 설명은 더 찾기 힘드네요. 비너스의 탄생이랑 여성성과 더 연결짓기 쉬워서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을까라는 추측만 할 뿐이네요.. 마지막 문단에서 품위를 지키기 힘든 늙은 나이까지 견뎌내며 살아내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차라리 젊은 나이에 피웅덩이 속에서 죽는 것과 석양이 지듯 노년까지 살아내는 걸 비교하는 질문은 어쩌면 애트우드가 자신에게 던져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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