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 지식이 부족해서 제 느낌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 글은 페미니즘에 대한 약간의 비꼬임이 있는 글 같아요. 세 명의 화자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각자의 직장이 삼류, 이류, 일류 대학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마지막에 뒤늦게 부른 친구는 아직 현직의 잘 나가는 학장으로 묘사한 부분이나 페미니스트들을 젊은층, 한물 간 층으로 대조시키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페미니즘의 사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하지 않나 싶었어요.
저도 유일하게 읽다가 그만둔 작품이 이거였어요. 너무 사변적이고 한 시대를 같이 지낸 그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편집이니 골고루 다 좋을 순 없겠지 생각하고 패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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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먼지투성이 점심 식사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저는 먼지투성이 점심 식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인물인 마사 겔혼의 편지가 작품 속에 나왔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겔혼의 전보 형식 기사를 옮기다가 넬의 문체 자체도 의식의 흐름처럼 옮아가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인상적으르 읽었어요. 넬이 집요하다싶을 만큼 티그 아버지가 남긴 서류들을 읽고 맥락을 되집고 그 빈틈을 궁금해하는 모든 행위가 한 사람을 제대로 기억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애도방식이랄까요.
케이크 바구니를 물려받는 이런 집안에서 쾌활한 준장씨가 태어났다. 넬은 1908년부터 세어본다. 그녀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이처럼 세어본다. 그녀와 만나기 전 그들이 어떤 사건들을 거쳐왔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 열 살이었는가? 언제 열 다섯 살이었고, 언제 서른 살이었는가?
숲속의 늙은 아이들 P.323 먼지투성이 점심식사 중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흠. 또 war trauma 이야기군. 하고 심드렁하게 읽었는데 @Britor 님, @Mago 님 평 보고 다시 읽으니 제가 초독할때 놓쳤던 깊은 맛이 느껴지네요. 꺼진불도(책도?!) 다시보게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정말 점심 식사 동안에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했는데, 전쟁터 이동 막사에서 먹는 먼지덮인 점심식사처럼 이 이야기는 온통 먼지덮인 이야기처럼 모호하네요. 2차대전을 겪는 캐나다인들의 입장, 마싸 겔혼이라는 저는 잘 몰랐던 인물과의 연관성, 남편의 흔적들을 찾아가다 시아버지의 과거까지 따라가보게되는 심정... 이 모든 게 다소 모호하고 멀게만 느껴져서 좀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솔직히 이 책에 실린 글 중 제일 지루하게 느껴진 글이었어요. 전쟁의 기억을 다룬 같은 글이지만  두번째 글, Two Scorched Men이 훨씬 더 흡인력이 있었어요. 책에서 좀 손을 놓았다가 읽어서 그럴까요... 3부의 모든 글들이 약간 이미 충분히 설명한 감정을 계속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박완서 씨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때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오지만 그의 작품들을 연이어 읽다보면 같은 소재들의 다양한 변주로 여기기에는 너무 반복적이라 아쉬운 느낌이랄까? 이에 대해서는 마지막날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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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과부들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저는 기혼이라 그런지 많이 찡했습니다. 곳곳에 애트우드식의 날카로운 유머도 좋았구요. 편지라는 형식이 잘 맞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티그가 죽은 후 (우리가 지레 짐작하듯이) 애도의 단계를 밟거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이아니라, 시간이 더이상 linear하지 않은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고 애트우드의 진정한 고백처럼 느껴졌어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을 수 있을것같다 공감이 느껴졌습니다.
Time has ceased to be linear, with life events and memories in a chronological row, like beads on a string. It's the strangest feeling, or experience, or rearrangement. I'm not sure I can explain it to you.
You will understand it later, perhaps, this warping or folding of time. In some parts of this refolded time Tig still exists, as much as he ever did.
제가 읽으면서 줄 그은 문장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요. 과부들을 읽으며 든 느낌이 @모시모시 님과 비슷한가봐요. 가끔은 물리법칙이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죽은 사람들의 원자는 사라지지 않고 우주 어디엔가 흩어져 나무도 되고 고양이도 되고 어떤 다른 사람도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글 다 읽고도 스티비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죽은 사람인 거지요? 편지를 쓰는 사람은 넬인 듯 한데.. 넬은 그럼 스티비란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려하지 않는건가요? 이 글은 '망자와의 인터뷰'가 아니라 '망자에게 쓰는 편지'인 셈인데 ....음...아무래도 제가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스티비는 넬이 과부가 된 후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해주는 훨씬 더 젊은 지인인 듯합니다. 첫 번째 편지에서는 넬의 솔직한 심정을 구구절절이 적습니다. 그런 후 이 대목이 나옵니다. Needless to say, dear Stevie, I will not be sending you this letter....... 그런 다음 훨씬 간결하고 표피적인, 진짜 감정은 감추고 사회적 격식만 갖춘 두 번째 편지, 넬이 실제로 보낼 편지가 나오지요. 그 두 편지 사이의 간극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보입니다. 겉으로 다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 넬이 말하듯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현존하는 스티비는 넬의 슬픔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저는 You are on the other side of the river. Over where you are, your beloved is still in tangible form. On this side, the widows. Between us flows the uncrossable. 이라는 대목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솟았습니다. 애트우드가 영국에서 북토크를 했을 때 맥신 피크라는 배우가 낭독한 거 한 번 들어보세요. 저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GPxUizuzVog
우와....정말 제가 원어로 책을 읽어도 되는지 이제 자신이 없네요. Britor님께서 구성을 딱 집어주시니 이제 눈에 들어오네요. 두번째 짧은 편지 끝에 맨 마지막에 붙은 'Thus:!' 이 한 단어로, 앞에 썼던 모든 내용은 부칠 수 없는 속마음이고 이 세번째가 실제 보내는 내용이라는 걸 정리해주는군요. 저는 두번쨰 편지에 스티비 너는 강 저 편에 있고 우리는 손을 흔들어 인사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나와서 '뭐야...그럼 스티비도 죽은 거야?'하고 생각했거든요. 넬이 과부'라는 정체성을 마치 죽은 자와 산 자를 나누듯이 이토록 견고하게 스스로에게 붙이는 거가 납득하기 힘들었나봐요. 뒷 부분으로 갈수록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후루룩 읽은 걸 반성합니다. Britor님께서 올려주신 링크로 들으면 정말 넬의 감정이 더 생생하게 전해질 것 같아요. 아..그럼 너무 가슴아픈데.. 제가 제대로 이해못하고 지나칠뻔 했던 이 짧은 보석같은 글의 묘미를 깨우쳐주셔서 감사드려요, @Britor 님~
이 읽기 모임을 시작해주신 것에 제가 더 감사하죠.
올려주신 링크에서 낭독하는 거 들었어요. 목소리도 좋고 한글판으로 이미 내용을 읽은 뒤라서 그런지 마음을 막 흔드네요. @Britor 님의 정보력 덕분에 책읽기가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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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무상자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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