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이] 8월 책

D-29
저는 203쪽까지 훅~읽고 잠시 덮어 두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책들을 몇 권 읽었고요. 읽으면서 세미콜론 띵시리즈 [고등어: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고수리 작가의 이야기가 미셸 자우너와 엄마가 겹치기도 했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이런 생각도... 방학이라 이런저런 것들을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즐겨하는 음식이 아니라 명란크림우동이나 로제리조또 같은 게 먹고 싶대요. 레시피 검색해서 해주긴 했는데, 이게 아이들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어릴 적에 아빠가 해주신 토마토, 삶은 달걀 올린 냉면이나 겨울에 온식구가 같이 빚었던 김치만두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아빠 돌아가시고 만두를 한번도 안 해먹었어요. 아빠 계실 땐 겨울에 꼭 만들어 먹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어린 시절 먹은 음식의 8할은 엄마가 해주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음식은 아빠의 음식이군요!! 저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합니다. 우리 딸이 커서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그리워진다면 그건 제가 만든 게 아닐 것 같다는 거죠. 굽네치킨 갈비천왕이 아니라 아빠의 음식이라면 그나마 다행일까요. 도시락까지 싸주면서 삼시세끼를 챙기던 그 시절의 한국인 어머니들 존경합니다.
저는 이제 186쪽을 읽을 차례입니다. 한국인 모녀 관계를 미국인이 설명하는데 너무 핵심을 잘 짚어서 재밌었어요. 엄마는 넘어진 자식을 보고 걱정하는 대신 화를 낸다든지, 같이 살 때는 잔소리로 사람을 달달 볶아 놓고 독립한 자식의 집에 가서는 잔소리 없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부분들 말이에요. 그러다가 엄마의 암 투병이 시작되면서 재미와 읽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희 아빠가 항암 치료 중이셔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울컥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죠...저도 투병 이후 읽기가 더 느려졌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고 쓸 수 있다니 새삼 미셸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얼마 안 남았으니 힘 내서 읽어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책을 산 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서 느릿느릿 읽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70페이지쯤 지나가고 있습니다. 엄마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저에게도 낯설지 않네요. 오래 되긴 했지만(거의 20년쯤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외국 생활을 3년쯤 해본 적이 있어서 H마트 비슷한 곳에 가서 쇼핑을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울지는 않았습니다만.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한남의 고백 같아서 일단 다 지웠네요. 책을 더 읽고 감상을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여러 권을 번갈아 읽는 편이라...느리게 읽고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준 음식이 왜 전 간식만 기억나는지. 고구마 튀김, 채소 튀김 이런 게 가끔 생각나요. 요즘 엄마 음식 중 최고는 겨울 초입에 담궈 주시는 동치미입니다. 우리 식구들 다 좋아하는데 계속 해주셔서 배우지를 않고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두번째 미션: 이제 책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간단히 감상평이나 인상 깊은 문구를 공유해 봅시다.
10p. 엄마는 내게 직접 요리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은 똑 떨어지는 계량법 대신 "참기름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 맛이 날 때 까지 넣어라" 같은 아리송한 말로 설명하길 좋아한다) 내가 완벽한 한국인 식성을 갖도록 나를 키웠다. 말하자면 나도 훌륭한 음식 앞에서 경건해지고, 먹는 행위에서 정서적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음식 앞에 한없이 진지한 건 한국 사람만의 특징일까요? 360p. 그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치유법이었다. 심리학자 폴 웅에 따르면 죽음에 대해 덜 불안해 하거나 망각하는 게 좋은 태도가 아니라 편안하거나 익숙한 것처럼 잘 받아들이는 태도가 건강한 심리라고 합니다. 이 책의 작가가 가진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음식을 정성 들여 해주셨던 어머니였기에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내가 죽고 나면 가족들은 무엇으로 나를 기억해줄까 잠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요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읽던 책들로 저를 기억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엄마의 죽음 부분에서 슬픈 감정에만 빠졌었는데 두번째 읽으니 작가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러 번 읽는 것도 꽤 좋네요!!
책 추전을 해놓고는 내내 읽지 않고 있었어요. 다른 독서모임 책 읽느라 바쁘기도 했고, 이제 읽어야지... 하던 차에 갑자기 독서력 상실... ㅋ 다들 그럴 때 있으시죠?^^;; 이제 반쯤 읽었어요.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프고 죽고 하는 내용의 드라마, 영화, 다큐 모두 안 보는데 어쩌자고 이 책을 선택했을까요.... ㅠㅠ 얼른 읽고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요... 끝까지 다 읽으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 읽는 부분은 너무 아픕니다... ㅠㅠ
“오직 엄마만이 너한테 진실을 말해줄 수 있어. 왜냐면 진짜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니까”(35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랑 똑같네.’라고 생각했어요. 제 행동이나 모습이 보기에 안 좋으면 엄마는 한소리를 하면서 꼭 뒤에 “엄마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누가 이런 말을 남한테 해주겠니?”하시거든요. 자애로운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268쪽) 그렇죠.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아빠의 아내이기 전에, 외할머니의 딸이기 전에 한 사람이니까요.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랑스러운 한 사람. 저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결혼도 안 했고, 결혼할 사람도 없고, 딱히 혼자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40년 넘게 같이 살아도 여전히 엄마랑은 투닥거리고 금세 풀어지고 그래요. 그런데 아무래도 엄마 나이가 있고, 이런저런 약을 드신지도 오래되고 하니까 문득문득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생각만으로도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일이지만 언젠가는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엄마랑 시간을 좀 더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물론 현실의 엄마를 맞닥뜨리는 순간 ‘어후 엄마는 맨날 잔소리야.’하게 되었지만요. 3월에 사 두었던 책을 미루고 미루다 읽게 되었네요. 먹먹함으로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잣죽의 따스함이 마음에 남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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