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언급한 <부산 3부작>이나 은일당 시리즈 외에는... 당장 이걸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없습니다. 여러 소재를 찾고 그 씨앗을 틔우는 일을 해야 할 거 같네요. 예전에 쓴 것 가운데 <붉은 도장 살인 사건>이라는 가제를 붙인 미완성작을 완성시켜볼까 싶기도 하고요. 좀 긴 흐름으로는, 1939년 경성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한 편, 대한제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 한 편, 그리고 독재자 이야기 하나? 뭐 이렇게 쓸 생각이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추리 말고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현재 어쩌다보니 역사 특기생(?)처럼 보이게 된 감이 있는데요, 역사가 아닌 소재의 이야기 역시 써 보고 싶습니다.
홍정기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9호 함께 읽기
D-29
무경
미나가
너무 기대됩니다. 두근거리며 기다리겠습니다. ^^
미나가
@무경
작가님 작품 읽고 작가님을 여기서 뵐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ㅜㅜ
작가님 작품 너무 신선하고 신기했어요.
악마가 어떻게 정해진 시간 내에 인간을 타락시켰을까 궁금했어요.
그리고 악마면서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뒤로 갈 수록 페이지가 훌훌 넘어가더라고요.
다음 작품도 넘넘 기대되요~~ ^ ^
홍정기
악마는 논리적으로 추리한다. 뭔가 카피 같군요. ㅎ
무경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악마가 초능력으로 인간의 정신을 흔들 수도 있겠지만, 악마는 서서히 사람을 좀먹기를 즐기는 듯하더군요. 그럴듯한 이야기를 계속 보여주며 사람을 홀리는? 악마의 무서운 점이 그런 거지요.
미나가
표지는 음
저 사람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직장인이 되어서 아침엔 간편한 시리얼과 우유를 먹고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그런 소시민? 먹는 게 그 사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간편식만 먹는 저 사람의 머릿속엔 간 편한 생각들로만 가득하고 꿈을 꾸는 동안에 그냥 쏟아져버리고 마는 것 같았어요.
홍정기
아침에 씨리얼 먹을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ㅜ_ㅜ.
미나가
가장 기대되는 건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인 @홍정기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홍정기
안목이 높으시군요
무경
제 작품 속 악마 이야기에 여러 고전을 떠올리시는 듯해서 첨언합니다. 제 소양은 그런 깊고 묵직한 고전보다는 조금 더 얕은 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악마의 모델은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이 쓴 <멋진 징조들>과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그 원형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악마가 좀 방정맞아 보이는 건 <멋진 징조들>의, 특히 그 드라마판의 영향이 꽤 있습니다. 한편 악마가 사람을 교묘하게 타락시키는 스토리는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나가
와우 멋있으세요!
무경
어, 일단 질문이 딱히 없으신 듯해서 제가 직접(?)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에 관한 썰 약간 풀겠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악마 연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여러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지하철에서 겪은 모종의 사건으로 '악마'라고 자신을 칭하는 자와 만난 '나'는 어느 이름모를 바에 들어가 술을 홀짝이며(그렇습니다, 그렇게 아드벡을 강매당한(?) 겁니다...) 악마의 자기자랑, 그러니까 어떻게 인간들을 교묘히 타락시켰는지 그 무용담(?)을 듣는다는 걸로 구성된 여러 편의 이야기를 구상했었어요.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는 그 연작에서 가장 먼저 쓴 작품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연작은 두세 편의 단편과 그 부스러기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악마'와 '나' 사이의 관계성을 어떻게 설정할까를 고민하다가 그만 거기서 막혀 버렸던 거죠.
이 작품의 제목이 된 '치지미포 계가비수(雉之未捕 鷄可備數)'라는 한자어는 현직 국어 교사인 친구가 알려줬습니다. 친구에게 '꿩 대신 닭'을 가리키는 사자성어 없냐고 물었을 때 저걸 가르쳐 줬거든요. 낯선 어감이 무척 맘에 들어서, 자칫 '꿩 대신 닭' 운운하는 제목이 될 뻔한 이 작품 제목이 현재의 것처럼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친구를 감사인사 명단에 넣었어야 했는데...)
박소해
@무경 그런 사연이... ㅎㅎ
한자성어를 잘 몰라서 처음엔 제목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내용을 잘 담은 제목이네요!
홍정기
아시모프가 쓴 소악마 아자젤과의 에피소드 단편집이 있는데 악마와의 대화로 이어지는 단편 모음집도 괜찮을 듯 합니다
조동신
악마와 나의 관계성, 악마가 나를 타락시키기 위해 일종의 정면 승부를 걸었다고 하면 어떨까요?
무경
네, 사실은 그걸 고려했었습니다. 그래서 악마가 자신이 남을 타락시킨 사연(...)을 퀴즈처럼 내고, 내가 그걸 맞추는 내기를 하는 거라는 설정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 각 단편들의 어떤 포인트를 퀴즈로 낼 수 있을지, 거기서 막히더군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연작은 유야무야되었습니다. ㅜㅜ
박소해
@무경
오늘 <치지미포...>를 다 읽었습니다. 서두와 결말을 보아하니 처음에는 악마와 나의 대결을 염두에 두셨다가 다르게 수정하신 모양이군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
6.25와 위스키와 악마의 조합이라니. 아이디어가 참 좋았단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한 남자>란 소설을 좋게 읽었는데 그 소설도 처음에 위스키바에서 두 남자가 나누는 대화로 시작합니다. 영화에서는 뒷부분에, 소설에서는 첫부분에 술집이 나오죠.
저는 등장인물들을 이렇게 치환해볼 수 있단 생각도 들었어요. 마상병 - 유혹, 박상사 - 양심, 윤소위 - 세속. 단지 6.25에 얽힌 악마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들려주는 한 편의 우화같이 읽히기도 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ㅎ 제목이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뜻을 알고 나니 정감이 가네요. ^^
무경
즐겁게 읽어주셔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해석에 공감했습니다. 노골적인 우화는 아니지만, 각 인물이 어느 정도는 그런 속성을 대표하고 있지요. 사실 사건의 배경이 한국전쟁 당시의 지리산 어딘가로 제시되었지만, 배경을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비슷한 이야기는 벌어질 법합니다. 이야기를 쓰면서 인간과 세상사의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를 계속 저울질해 나가며 고민하는 게 제게 주어진 과제이자 업보 같습니다. 평가 감사드립니다.
박소해
@무경
평가라니요... 감, 감상이었습니다. ^0^
보라구름
우여곡절 끝에 오늘 책이 도착했습니다! 늦었지만 합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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