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이야기도 피아노(피아노를 조율하러 싱이 왔지), 속 이야기의 두 이야기도 피아노(피아노를 치던 딸애가 미국으로 영영 떠나고, 혜진과 나의 아이도 유산으로 아이를 잃고). 두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이혼 후 이민, 사별로 인해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아. 아내가 왜 피아노를 치지 않는지 남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싱과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나올 때 '눈'이 올 것 같다. '눈'이 기억날 것 같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로 '눈'을 회상의 매개체 장면 전환의 소재로 활용한 소설적 장치도 인상 깊었어.
[소설속다문화]#1. 모두에게 복된 새해
D-29
Andiamo
화제로 지정된 대화
Andiamo
남편이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남편만의 잘못일까? 여기에 대해 생각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
대부분의 의견이 "답답하다 안타깝다 슬프다"
외국인도 이해하는데 남편인 너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냐. 남편 너무하네.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고 둔하냐. 약간 남편에 대한 성토장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십년 전 그 때로 돌아간다면 혜진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이야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혜진과 싱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가 된 것은 '나의 언어'가 아니라 서로 '너의 언어'(혜진은 영어, 싱은 한국어)를 썼기 때문인데 혜진은 과연 남편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했을까?
남편 나쁜 놈. 외국인노동자도 이해해주는데 너는 왜 못 해주냐 이런 미련곰탱이.로 돌 던지는 것으로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작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20521이채윤
“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본다. 신호등의 불빛이 바꿀 때마다 자동차들이 일제히 도로를 질주하는 소리가 흘러든다. 조금 열어 둔 창문 틈으로, 그 소리가 파도 소리를 닮아. 내 귀가 자꾸만 여위어간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수천만 번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하는 해변에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므로, 그게 그 해변의 제일 마지막 겨울이라서 파도 소리를 듣는 일이 그토록 외로운 것이라고. ”
Andiamo
이 문장 참 아름답지?
이 문장에서 작가의 단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문장을 읽고나면 정말 창밖의 자동차 소리가 신기하게도 파도 소리랑 닮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자동차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몰려왔다 부서지는 외로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여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 중국 격월간「소설계」에 '희재'라는 제목으로 한.중 문예지 동시 연재를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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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6박하은
“고개를 숙이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내 눈에서도 조금 눈물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편이 아내의 눈물을 이 해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점차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여 아내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아내의 마음도 동화되어 가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ndiamo
@20212조효진 그래, 고정관념. 굳은 생각. 내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심지어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확신도 굳은 생각이지. 그 굳은 생각이 말랑해져서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나는 너와 달라서 같은 상황을 같이 겪어도 동상이몽. 각자의 인식의 틀로 해석하기에 어쩌면 영영 닿지 못한다는 서글픈 깨달음. 혼자라는 외로움. 쓸쓸함. 고독이 있어야 그제야 비로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같아.
20719김혜성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고개를 숙이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내 눈에서도 조금 눈물이 나왔다. 그때 우리는 말하자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아기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의 눈물을 이해한다며 스스로를 '착각'했기에 혜진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의 감정에 대한 동화 과정을 거치려고 했으나, 그 정도가 깊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야기 뒷부분에 나오는 남편을 보면 아내와 아이를 마음에 품고 있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혜진과 남편의 관계 개선 문제에서 그 모든 잘못을 남편의 탓으로만 돌리는데, 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혜진 또한 싱에게 영어를 쓰듯 남편에게 남편을 위한 언어를 사용하며 소통을 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했다고 생각한다.(책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약 혜진이 남편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사람들은 남편의 소통 개선 노력 부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혜진의 언어를 함께 사용해주며 소통해주지 않은 것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ndiamo
남편의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요?
20316나연재
"하지만 오늘 우리집에 와서 건반을 두들겨본 이 친구가 알고 있듯이, 나와 함께 피아노를 가지러 노인의 집을 찾아갔던 그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리고 15,16세의 소녀가 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저 비꿀비뚤한 글자체의 편지가 말해주듯이 그러는 동안에도 저 피아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
20209이민영
한 십여 년전, 우리의 꿈은 소박했다.
남들 보기에는 소박해도, 그것을 느끼는 자신은 그 꿈이 소박하다고 느끼지 않고 그 어떠한 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20222장서은
“글쎄, 힘든 건 마음이 힘든 거고, 고통은 몸이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분명히 고통이었겠지. 그치?”
라고 묻는 남편을 보고 아내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일반통행적인 남편의 드러나는 구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20506변지민
“ "그래서 공짜로 얻었습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내 말에 이 친구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벼룩시장 잘 보면 공짜 있습니다."
나도 그만큼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이 친구는 어딘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나를 쏘아봤다. ”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 김연수 지음, 마야 웨스트 옮김, 전승희 외 감수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48권. 김연수 소설. 서로 외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한국인 아내와 인도인 사트비르 싱, 그리고 뒤늦게 사트비르 싱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배워가는 '나'가 소설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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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6변지민
이 구절은 "공짜"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두 사람 간의 의견 충돌과 인간 간의 관계를 짙게 그려낸다. 처음에는 단순한 '공짜'에 대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두 사람의 가치관, 경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상징한다.
"공짜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낸다. 반면 "벼룩시장 잘 보면 공짜 있습니다."는 긍정적이거나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편이며, 언제나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이 친구는 어딘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나를 쏘아봤다."는 작은 대화를 통해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나 내재된 감정을 암시한다. 이런 교환을 통해 작가는 인간 간의 관계의 복잡성,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감정의 미묘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 같다.
Andiamo
2007년에 나온 명랑한 밤길과 2008년에 출간된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남자 둘의 대화(깐쥬와 사부딘, 남편과 사트비르 싱)를 통해 여자(연이, 혜진)에 대해 알아가는 유사한 구조를 띱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주요 인물로 나오는 것도 비 내리는 밤, 눈 내리는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작품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노래가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닮아있습니다. 야채봉지 하나로, 피아노로 인물들이 서로 이어지며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도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명랑한 밤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의 태도를 지향하며 인물들이 처한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없이 글이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약자-강자 혹은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적 인물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그 속에서 피해자나 약자가 외려 가해자나 강자를 포용(용서, 이해)하는 식의 서사 또한 불편합니다.
반면 똑같이 언어가 서툰 이주노동자지만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싱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혜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가르치고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오랜 문제(혜진과의 대화단절)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외국인이고 도움을 받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면이 꽉 차있어서 지혜롭고 당당한 철학자의 느낌마저 줍니다. 남편과 싱, 이 두 인물과 인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어져 있던 두 인물의 관계가 회복될 것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랑한 밤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 공허한 구호를 외친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정말 새해에는 달라져서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을 줍니다. 소설 속에서 싱과 남편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내면 속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독자들인 우리가 분명히 목도했으니까요.
명랑한 밤길진솔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온 중견작가 공선옥이 5년 만에 펴낸 신작소설집.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표제작 <명랑한 밤길> 외에도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명랑한 밤길>에는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21살 간호조무사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꿈같은 연애를 잠깐이나마 경험하지만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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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7김채영
그제야 나는 “말하자면 친구”라는 데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내가 은근히 걱정한 것처럼 심각한 게 아니라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쳐주는 관계였다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 김연수 지음, 마야 웨스트 옮김, 전승희 외 감수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48권. 김연수 소설. 서로 외국어 를 가르치고 배우는 한국인 아내와 인도인 사트비르 싱, 그리고 뒤늦게 사트비르 싱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배워가는 '나'가 소설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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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7김채영
남편은 혜진과 사트비르 싱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며 서로 언어를 가르치는 사이, 정말 말하자면 친구인 사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혜진과 사트비르 싱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더듬더듬 말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로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는 정말 친구의 관계였다. 언어는 그저 소통의 도구 중 하나이고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Andiamo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친구가 되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사실 소설 속 남편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바라볼 때도 우리가 흔히 가지는 편견인 것 같아. 싱과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편견과 선입견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면서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균열과 여지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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