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다문화]#1. 모두에게 복된 새해

D-29
남이 보기에는 소박할 꿈이라도 내가 느끼는 꿈은 그 어떠한 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내가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러자 이 친구는 잽싸게 "왔습니까?"라고 말을 고쳤다. 저 피아노가 어떻게 우리 집까지 오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외롭기 때문입니다." "이 피아노 외롭습니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피아노가 아니라. 그렇다고 내가 아니라....." 피아노가 외롭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아 피아노에 아내와 관련된 일이 있었을 거라는 점을 예상해볼 수 있고, 피아노에 관해 말하는데도 마치 아내가 외롭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lonely'라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다만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서,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가만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잠에서 깬 아이와 사원의 기동처럼 늠름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중얼거린다. 저는 외롭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고독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쓸쓸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눈이 내리는 밤에 짖지 않는 개와 마찬가지로 저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그리고 이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lonely'라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다만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서,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가만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잠에서 깬 아이와 사원의 기동처럼 늠름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중얼거린다. 저는 외롭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고독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쓸쓸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눈이 내리는 밤에 짖지 않는 개와 마찬가지로 저는......” 아이를 잃은 남편의 심정이 잘 드러나있고 아내가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왜 힘든지, 왜 외로운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고작 I like Zorba the Greek이나 저는 라흐마니노프 좋아합니다 따위의 말밖에는 못합니다. 그래가지고서는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합니다. 그치? 자신은 아내와 언어가 통함에도 불구하고 대화로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는 주제에 아내의 언어 습관(그치?)만을 특징이랍시고 나름 흡족해 하며 사트비르 싱에게 말하는 모습에서 남편이 얼마나 둔한 사람인지 느꼈다.
혜진의 말버릇 "그치?"가 소설을 읽으면서 애절하게 들렸어."제발 내 말에 공감해주세요."라는 간청처럼 읽혀서.
“그리고 혜진 영어 말합니다. Always I wanted a bady. I want to be the elephant like this. I am alone. I feel lonely. 혜진 영어 잘 못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한국말 잘 못합니다. 혜진 영어 말하면 저는 한국말 합니다. 서로서로 틀린 부분을 고쳐줍니다. 항상 저는 아기 원했습니다. 저는 이 코끼리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혼자입니다. 저는...” 아이와 코끼리 그림을 보며 말하는 것인데 혜진이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구절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언어가 서툴더라도 상관 없고 언어의 장벽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p. 126, 김연수 아내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이 아닌 만난 지 5개월 째인 외국인이 아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을 보고 무관심한 남편의 행동 속에서 아내가 혼자서만 자신의 아기를 떠나보내는 것 같은 그 상황이 너무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 한 해가 흐르고 또 한 해가 지나는 동안, 음정은 틀려지고 건반은 망가진다. 그 아이의 한국어가 이미 죽은 한국어인 것처럼, 그 아이가 돌아와 피아노를 친다고 해도 그때 그 시절의 음률을 노인이 듣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바뀔 뿐이었다. ”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아기가 죽은 후 부부 간의 소통도 죽어버리며 부부 사이 간의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남편보다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와 소통이 더욱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I want elephant like this. I’m alone. I feel lonely. 주인공 아내가 유산으로 죽은 자신의 아이를 그리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피아노 외롭습니다 "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피아노가 아니라. 그렇다고 내가 아니라...... 우리가 외롭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데.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 어 잠시 망설이는 사이. 이 친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전반을 하 나눌렀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127p, 김연수 지음
주인공은 사실 아마 오래 외로웠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질병처럼 퍼져 아내에게도, 그리고 피아노에게 까지 옮겨가 몇 개의 음이 고장났는데도 오래된 단조곡이 연주되는 상상을 했다. 결국 그 때 10년 전의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노인으로부터 가져온 피아노의 한을, 그 외로움을 달래지 못한 대목인 거 같아 인상 깊었다
그렇네. 남편도 외로웠겠다. 혜진뿐만 아니라 혜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도 혜진만큼 외로웠겠다. 딸을 보지 못하고 딸이 치던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노인도 외롭고, 아이를 잃고 계속 아이를 원하는 혜진도 외롭고, 몸의 상처(고통)가 나은 것을 마음의 상처(힘들다)가 나은 것으로 오해하고 아내와 심리적으로 점차 멀어지면서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그 이유도 알지 못하고 아내와 소원해진 남편도... 참 외로웠겠다. 남편이 참 너무 하네. 왜 저래? 삿대질하는 것 대신 혼자 또 외로웠을 남편을,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네.
글쎄, 힘든 건 마음이 힘든 거고, 고통은 몸이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세계의 끝 여자친구 126pg, 김연수 지음
이 한문장과 그 이후를 통해 같은 상황의 일(아기생각)을 생각하고 있어도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짧아보이지만 확실하게 명시하는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만약 한국어를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이 친구를 만난다고 나가서 보낸 그 많은 시간들은 무엇을 위한 시간들이었을까?”
남편의 자문에 굳이 답을 하자면... 마음을 나누기 위한 시간이었겠지.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데는 사실 언어 자체라기보다 '서로의 언어'(혜진은 영어, 싱은 한국어 각자를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아. 혜진과 싱이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라 잘 하지도 못하는 상대의 언어를 말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 상징적이지. '이야기'를 하고 '말하자면 친구'가 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능숙한 언어 구사가 아니라 서툴고 어설프더라도 서로의 언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였을 거야. 남편은 아이를 잃고 아내가 '힘들어'할 때 자신이 아내와 '같은' 생각했다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단정하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았지. 언어가 멈추고 피아노가 멈추고 몸으로 사랑하고 몸은 십년간 곁에 있었지. 아이러니하게도 만난지 5개월 된 싱과 '다른'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는 그와 '친구'가 되지. 친구가 되는 데는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나 종교도 심지어는 만난 기간도 중요하지 않았어. 나와 너가 다르다. 다르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관계가 시작해. 다른 그 언어를 하려고 애쓰면서 관계가 발전하고. 남편은 10년도 더 지난 지금에야 혜진과 자신의 다름. 자신이 그녀를 이해하고 있지 못 했음을 인식했으니 이제 시작이겠지? 피아노가 몇 번의 조율을 더 거치며 소리나고 나도 혜진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 눈이 내리는 '모두 복된 새해'에는.
체르니 40번은 봉우리가 아니라 오르막길 같은거야
세계의 끝 여자친구 p125, 김연수 지음
남편과 아내가 미묘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구절이기도 하고, 원할하지 않은 소통에 있어 일어나는 고통을 체르니40번을 치기위한 고통과 비유해서 인상깊었다. 이 장면에서 아내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답답하고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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