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논술시험이라면 답안지 작성도 못할거란 말에 적극 동의입니다..^^ㅎㅎ.. 말문이 턱 막히는 기분이에요
아스타틴 의사회 1번째 안건 (어느 살인 용의자에 대한 판결)의 결과가 모티브가 되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게되는 것도 저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p. 252~254에 나오는 '자신을 아스타틴이라고 부르는 목성의 남자는 아스타틴이 아니다'라는 지구 법원 판결문에 대항한 아스타틴 그룹의 항소 내용도요. 저는 이번 글은 판결문 관련 내용이 유독 재밌었어요. 평소에 이런 식의 사고과정을 거쳐가며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지 않아선지 위의 부분같은데서 턱.. 걸려서 독서 자체도 천천히 했구요.
논술시험이라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드는데, 저도 @Jonas 님 말씀처럼 논술시험으로 나왔다면 머뭇머뭇하다가 한 자도 못 쓰고 나왔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끄적거리기만 오지게 하다가 그냥... 부활식과 이오 분화구로 돌진하는 장면을 딱 짚어주시니 좋네요. 저는 사실 부활식 장면은 이 소설의 도입부라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만도 한참 걸리긴 했지만요(어려워라, SF). 툴륨에 어울리는 배우들까지 언급해 주시니 더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특유의 치명적인 우아함이라는 표현도 너무 찰떡이네요. 저는 사실 툴륨보다는 에오스라는 캐릭터에 더 몰입하긴 했는데,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를 이것저것 상상했던 것 같아요(완벽한 여자라니!). 그리고 에오스의 등장으로 장르가 로맨스물로 살짝 전환되는 것 같아 설레기도 했어요(역시 사랑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지). "목이 잘라 뒈졌어도, 그는 행운아다"라고 말하는 사마륨의 격한 질투 장면도 귀엽고, 인간적이라 좋았고요. 소설 내용과는 무관하게도 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인, 원소 이름을 기억하느라 책을 몇 번이나 뒤적거렸는지 몰라요. 원래도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인데, 여기 등장인물들 이름은 발음하기도 쉽지 않아 기억하려고 입으로 몇 번을 중얼거렸던지. 아직 뒷부분이 조금 더 남아있긴 하지만, 이 공간에서 함께 나누며 천천히 읽는 과정도 너무나 즐겁습니다:)
저도 논술시험에 저런 문제가 나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다가 시간 다 보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에 끌리네요. 지금도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테라포밍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굉장히 과격한 방법을 주장하더라고요. 화성의 극지방에 핵미사일을 1만 기 이상 쏘아서 얼음을 녹이자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도 읽었습니다.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46144 저는 이런 아이디어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비윤리적이냐, 하고 「아스타틴」에서처럼 누가 따져 물으면 뭐라 대꾸할지 답을 한참 고민해야 할 거 같습니다. ‘화성이 전 인류의 재산이니 일론 머스크 혼자 결정하면 안 된다’는 말은 답으로는 불충분한 거 같고요. 좋은 대답 없을까요?
저는 오늘에서야 <아스타틴>을 완독했는데, 소설의 내용과 엮어서 작가님이 던져주신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논술시험의 문제처럼 고민만 깊어졌지만요. 그럼에도 이 질문 자체에는 호기심이 생겨 몇몇 지인들에게 이 질문을 저도 던져봤어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각각 받아 더 흥미로웠는데, 저의 의견은 아직 명료하지 못해 받은 답변들을 우선 먼저 공유해 볼게요. 워딩 그대로 옮겨봅니다.
1) 글쎄요... '비윤리적이다'라고 이야기하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테라포밍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서 오히려 왜 안되지는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독점력 우려를 제외한다면) 굳이 비윤리적인 포인트를 집어보려 한다면, 최재천 교수님 말마따나 테라포밍을 한 화성에 가게 될 인류는 아마 후진국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엘리트 상류층은 지구에 계속 머물고, 원자력을 활용하여 테라포밍한 땅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 상태로 노동자(시민)이 거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자기네들 딴에 안전성 검증을 하겠지만, 일본처럼 자기네들 맘대로 검증할 가능성도 있고요. 다만 저는 현재 지구온난화를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서, 진짜 상온초전도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은 타행성으로의 테라포밍은 인류 존속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희생 없이도 우리는 잘 될 것이다는 너무 이상적이라 생각해서. <동물농장>처럼 합의점을 찾았던 규율에서 벗어나 독점 권력으로 나아갈 때는 마땅히 견제해야 합니다. 그래도 테라포밍에 관련하여 지금까지 보이는 바로는 현 인류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됩니다. 마땅한 다른 해결책이 없다면 화성 가야겠죠. 지구온난화라는 조별 과제를 국가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해결 못하는 다수의 팀원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조장이 저는 더 좋습니다. 조장 의견에 반대한다면 그만큼의 아이디어는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해 님, @장맥주 님 글 읽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이 생기네요. 남극 기지처럼 지구 안의 개발이 아닌 우주 개발에 대해선 소유권에 대한 합의가 국제적으로 어디까지 되어있는건지요.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면 미국의 일론 머스크 땅인건가.. 아니면 그냥 일론 머스크 땅인건가..-.-a 말 그대로 누구 이름으로 등기치고, 등기부 등본 도장은 누가 찍어 주는 것인가.. 소유권이 아닌 개발권에 대해서만이라도 합의가 되어 있나, 설마 이런 기준들이 아직 하나도 없나? 훔.. 갈수록 질문들만;;
오, 굉장히 원론적인 질문이라 저도 갑자기 궁금해져 기사를 이것저것 찾아보니 죄다 '화성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기사만...(하하하) 그나마 찾은 어떤 글에서는 "하지만 화성이 지구의 땅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화성에서 일하고 놀고 생활한다. 화성 땅에서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내고 열심히 일해 그곳을 정복해 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집단이 화성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과거 지구 의 탐험가들이 그랬듯이 화성 땅을 가장 먼저 차지한 사람들이 소유권 을 주장할 수 있다. 화성으로 그들을 보내는 데에 자금을 보탠 정부나 기업도 투자 수익으로 화성 땅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네요. 오지를 개척하는 것처럼 먼저 가서 찜하면 그만인건가 싶기도 하고, @Jonas 님 말씀처럼 소유권과 개발권에 대한 합의와 기준들이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하네요.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359982&memberNo=376611&vType=VERTICAL
아, 링크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는 이런 링크를 찾았습니다. https://www.google.com/amp/s/amp.seoul.co.kr/seoul/20190723500107
어떤 인간을 바로 그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단지 유전정보와 기억만으로 구성되는 것인가? 부활 장치가 조립한 새 육체의 소유자는 부활 장치에 들어가서 해체된 노인과 과연 같은 사람인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252p, 장강명 지음
오! 저도 이 문장 인상 깊어서 표시해뒀어요. 그 뒤로도 표시해둔 문장들이 많은데, 아직 뒷부분이 조금 남아서 본격적으로(?) 댓글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누고 싶은 질문과 감상이 정말 많습니다!
문장 수집에 적을새도 없이 집중해서 벌써 아스타틴을 다 읽어버렸네요;;ㅎㅎ 남의 정답보다 스스로의 오답이 더 의미있다는 구절이 마음에 박히는 단편이었어요. 얼른 다른분들과도 이야기나누고 싶네요!! 사실 각 장의 도입부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인용되어서 이 단편도 비극이 되려나 생각했는데 또 그건 아니네요. 다시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저는 <아스타틴> 은 장편으로 썼으면 훨씬 좋았을것 같은데 중편으로 나온게 너무 아쉬웠어요. 1부, 2부만 해도 각각 책 한권씩은 나올거 같은데!! 아, 그리고 여러번 살펴봐도 이상해서 이거 오타인건가 -.-a 가물가물한 단어가 p. 277 이제 연대의 장점은 사라졌어. 설사 첩자가 있다는 주장이 "마타도어라고" 쳐봐. 요거 오타인거죠?
저도 이 단어가 뭐지 하고 검색해봤는데 마타도어: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사람들을 교란시키는 선전이라고 하더라고요~!!
헐.. 세상에나 상상도 못했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진짜 찾아보니 정치관련 기사에 자주 쓰이네요. 맙소사;
저는 첫장의 부활식 준비하는 시작 부분부터도 묘사가 생생해서 영화계 판권도 엄청 관심 많겠단 생각 들었답니다. 특히나 우주선 몰고 이오 분화구로 돌진하는 장면요!! 읽으면서 저도 멀미나는 느낌 들었습니다. 소설읽음서 자연스레 영화처럼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주인공도 처음엔 감정이 드러나는 인물이 아니다보니 특정 배우가 떠오르진 않았는데, 처음으로!! 툴륨 등장하면서는 어떤 실루엣이 떠올라서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거의 특별출연처럼 짧은 분량인데 영화화되면 대단한 씬스틸러라 캐스팅에 엄청 공들일거 같달까. 젊은 시절의 제레미 아이언스나 우리나라 배우라면 박해일배우님 느낌..그 특유의 치명적인 우아함이 있지요 하하
디즈니 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에서 연락이 오면 좋겠다...! 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 연락도 없네요. 국내 모 제작사와 미팅을 한 적은 있는데, 그렇게 관심을 갖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박해일 받고 라이언 고슬링이나 마이클 B. 조던, 아니면 젊을 때의 숀빈 추가해봅니다. ^^
숀빈 압승! 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은 읽는 내내 SF이면서도 중세나 고대느낌이 겹쳐져서 배우들도 그런 시대물에 잘 어울리는 사람 위주로 떠올리게 되네요.
여담으로, 읽는 내내 저만 그랬나요? 주기율표 란타넘족에 하나 하나씩 줄그어가며 읽었는데;; 한명 한명씩 제거될때마다요 ㅋ
오, @챠우챠우 님과 @Jonas@장맥주 장작가님까지 카페인에 중독(?)되어 계시는군요(물론 저 포함이요). 저도 일할 때는 특히나 더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점심때는 한참 일을 하다가도 뭔가 허전한데? 싶으면 역시나 커피가 아직이구나 하며 조용히 휴게실로 발걸음을...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주 추운 겨울,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빈속에 진하게 내려먹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가장 좋아요(얼죽아 이해 못 하는 1인). 진한 카페인이 식도를 타고 장기의 모양대로 내려가면서 온몸이 깨어나는 느낌이랄까(쓰다 보니 영락없이 중독된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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