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안온]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D-29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 여행을 계획할 땐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놓은 블로그들을 참고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그만큼 즐거울 꺼리들이 많을 거라는 기대때문이죠. 특이한 간판하나에도 또는 별난 이벤트 하나에도 사람들을 그곳에 가보고 싶게 하잖아요.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게하는 무언가에 우리를 그곳으로 가보게 하는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는 서울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현준 작가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있어서 인지 가보고 싶은 동네를 검색하면서도 건축(^^)을 보게 되는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이야기했던 코엑스도 일정에 있고 이벤트가 많은 장소가 될진 모르겠지만 당인리 책발전소와 근처 망원시장, 용케 근처 또다른 독립서점을 검색하다가 유현준 작가님이 설계하셨다는 본인의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까지(카페콤마, 합정점)까지 코스에 넣어 두었지요^^ 책을 읽고 나니 매년 다녔던 서울 여행도 새롭게 와닿는 느낌이 들어 괜히 더 기대가 되는 여름 휴가입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가게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이 정주할 식당이나 카페가 필요한 것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280, 유현준 지음
우리나라는 장소보다 외관의 스케일로 압도해서 사람을 모으려는 성향이 강한듯해요. 좋게 말하면 그 상권의 랜드마크겠지만, 정작 랜드마크라 부르기엔 또 애매한 건물들도 많고요. 상권이 괜찮다 싶으면 프랜차이즈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특색있는 가게들이 잘 없기도 하고요.
사무공간에서도 빈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더 쉽게 나오는 것이다. 그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의 사고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223, 유현준 지음
빈 공간을 바라볼 수록 창의적인 생각이 더 쉽게 나온다? 빈둥거리며 노는 시간=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시간? 빈 공간=빈둥거림의 시간=창의적 사고의 시간?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 여백이 필요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학습력을 높이고 싶다면 아이의 멍~때리는 시간을 허락하라!! 더라구요. 덕분에 집에서 뒹굴거리는 아이를 이쁜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미국의 '공중권'(Air-right) 이라는 법규를 이책이 아니었다면 제가 또 어디서 들어보겠나요^^
이는 대지의 용적률로 보아 30층까지 지을 수 있는 땅이지만 현재의 건축주가 1층짜리 건물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부수고 다시 지을 계획이 없을 경우, 자신의 땅위에 지을 수 있는 29층의 권리를 옆의 땅 주인에게 팔 수 있는 법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150, 유현준 지음
저는 이부분 보면서 진짜 미국은 뭐든 다 팔아재끼는구나... 생각했어요. 토지소유권을 넘어서 공중권이라니... 진짜 달이나 화성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그곳을 차지하기 위한 우주전쟁도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요.
저역시 오늘 독서모임에서 '공중권'에 대한 좀 더 쉬운 설명? 이야기로 들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연은 적절한 수준의 무질서를 보여준다(...)좋은 사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무질서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책 <뇌의 배신>에 의하면 사람은 아무 일도 안하고 멍 땡리거나 명상을 하거나 빈둥거릴 때, 즉 뇌의 상태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되었을 때 창의적이 된다고 한다(...) 창의적인 사무 공간이 되려면 편하게 빈둥거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225, 유현준 지음
빈둥거릴 시간, 공간이 사람에겐 필요하다는 이 부분이 참 공감되고 너무 공감되어 이 부분만 몇번을 읽어보게 되네요.
이 책에서 말하는 걷고싶은 거리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당신은 어디를 찾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피하기도 하는데 소박한 골목길이나 주변 환경이 복잡하지 않은 편안한 동네를 구경하는 걸 즐긴답니다. 그 곳의 시장을 찾는다거나 맛집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어느 도시든 어느 나라든 사람들이 찾고싶은 공간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기억에 남을 뭔가를 향해 걷는다는 것은 공통적인것 같았습니다.
저도 sorry님 처럼 사실 인적이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곳이 좋더라구요. 여기서 말하는 걷고 싶은 거리는 사람들이 걸을 수 있으면서도 밀집되는 장소를 지칭하는 것 같았어요. 청년몰 같은 것을 보면 가게들이 들어선다고해서 쉽게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간을 만들어 둔다고해서(광화문 광장 등) 거기에 가게들이 자리잡는 것도 아니고... 걷고 싶은 거리도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군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보행자 입장에서는 그의 세상(a world)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어느 길을 걸어갈 것이고 친구를 만날 때 어떤 카페에 들어갈 것인가와 같은 의사결정이 모여서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의 '그날의 세상'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삶을 살 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도적 선택권이 있기를 바란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26, 유현준 지음
작가님이 말씀하신 주도적 선택을 위해 누군가와 만나 식당을 가던 카페를 가던 '아무거나' 또는 '아무데나'는 하지 말아야하는 표현이었어요^^ 다양하고 즐거워질 선택을 해서 우리가 주체가 되는 공간들을 누려야 하겠어요. 우리가 앞으로도 이렇게 선택을 한다면 공간을 짓는 이들도 좀 더 보행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고려하며 건축을 하지않을까요?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46, 유현준 지음
평소 별 생각없이 어떠한 장소를 걷고 구경하고 했던 저의 행동들이 작가가 이야기하는 평균적인 조건들 속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끌려 걷고 구경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19세기에 파리를 재개발할 때에 시민을 통제하기 쉬운 공간 구조로 재구성하게 된다(...) 파리를 방사형의 도로망으로 만들어서 모든 길들이 주요 간선도로로 연결되고 그 도로는 다시 개선문 광장을 향해서 방사형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개선문 위에 대포 몇 개만 설치해 놓아도 간단하게 모든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p75, 유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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