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14회차: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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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14회차 도서는 아니 에르노 저, <부끄러움>입니다. 정해진 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게시글에 감상을 남겨주세요.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 역시 자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나 읽을 거리가 있다면 단체톡방이나 그믐, 에이츠 등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간 내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에이츠에 남겨주셔야 합니다. 중간 점검은 기간 중 불시에 시행되며, 진도가 가장 빠른 분은 선정 도서 추가 or 책에 대한 발제가 가능합니다. 모임에 대한 피드백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회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읽는 내내 작가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소설이었다.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부끄러움을 포함한 여러가지 다채로운 감정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고 정말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사건과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표현해낸 글이라 읽는 입장에서도 깊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인생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할텐데 그 때의 기억과 경험이 결국 삶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또 들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스토리가 존재하겠지만 글에서 서술된 이런 감정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나 역시 글을 읽으며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작은 찰나였을 뿐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이따금씩 떠오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떠올리기가 꺼려지는 어떤 일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글이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작가 본인에게 가장 불편한 기억들이었을텐데도 솔직하게 글을 써내려가며 정면으로 그 감정들과 부딪혀 작품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더 좋은 글이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그 때의 상황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떠올려보려 하니 기억나는 건 일부 장면 (주로 그 날 입고 있던 옷, 날씨 등 상황 자체와는 별 상관도 없는)과 대사,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뿐이었다던지 하는 대목도 완벽하게 공감이 가서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기존에 잘 모르던 작가라 작가에 대해 약간 찾아봤는데 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서 지금 나는 하나의 장편에서 일부 챕터를 읽어본 셈이구나, 싶었고 또 다른 인생의 시기에 대해 쓴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작가의 다른 출간작들도 시간이 날 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직접 경험한 것만 쓴다는 그녀만의 규칙은 이 책과 그 전에 쓴 글까지 모두 흥미가 생기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으나 이런 글을 써서, 책으로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타인의 시선처럼 남의 일처럼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마치 묻어둔 잊기로했던 흑역사를 헤집어내는 것처럼.. 덕분에 나까지 과거를 떠올리게 했고 그래서 괴롭기도 했다 작가는 이 글을 쓰고 속이 시원해졌을까 또.. 계층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속마음, 종교학교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의 기묘함.. 그런 것과 그 시대를 서술하는 글을 보며 어쩐지 해외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 새삼, 어린시절의 경험이 사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하는 기분도 들었다.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인상적이었던 문장. 나는 사립학교, 그곳의 품위와 완벽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 속에 편입된 것이다.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일단 읽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 들어있던 발췌한 글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어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가 하나씩 묘사되는데 잘 읽히지 않아서 2번 3번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서 읽었고,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생각이나 기억을 들여다보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옮긴이 해설을 보니 소설이라고 할 수 없다는걸 겨우 깨달았다. 나의 부끄러움, 내면의 감정을 이렇게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써내는 과정은 힘들거나 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후련했을까..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내가 갖고 있는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어릴 때 자존감이 낮아 혼자 부끄러웠던 일들이 조금씩 같이 떠올랐다.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사람의 부끄러움까지 닿을 수 있는 글이란 것도 대단하지 않은가? 대단한걸?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용이 무거운 부분이 많았는데, 글로 읽을 때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읽혀서 작가가 많은 고민과 공을 들여 쓴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덕분에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부끄러움 p. 117,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https://twitter.com/plantandb/status/1680895817203482624?s=46&t=dO0M4sNPehfMlrxFK9_Ojg 우연히 보고 프랑스의 계급 문화(?)를 이해하기에 도움 된 트윗..!
감상 첫머리부터 편견 그득그득 못된 말이지만... 사실 제목과 책 소개만 봤을 때 <인간실격>의 프랑스판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직접 읽어보니 자전적인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덤덤하게 정리하는 느낌이 강했음... 첫부분에서 이야기했던 1952년의 사건에 대해 작가가 냉정할 정도로 침착하게 분석하고 되짚어보는 게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게 딱히 어떤 정신분석을 원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솔직히 읽기는 되게 어려웠지만(ㅋㅋㅋㅋㅋ)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짐... 그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해 알 수 있어서도 좋았고, 또 여러모로 새로운 글이었다. +근데 이거 소설이라고 분류했는데 소설 아닌 거 같아(...)
또한 6월 일요일의 사건에서.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는 인식하지조차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부끄러움 p.125,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프랑스 문학쪽으론 아는 바가 없어서 작가분 성함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책을 접하곤 아 이래서 거장이라 불리는구나 하고 단박에 깨우침 글이 전체적으로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절대 가볍지 않음 음식으로 따지면 푹 고아낸 사골국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인생의 레이어가 느껴지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지점인 듯.. 제 글에선 저의 무지가 적나라하게 보여지겠지요.. 아무튼 '부끄러움'은 문학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감정 상태인데 이쪽 분야에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도 그렇고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는 작가들은 대개 솔직한 글을 쓰는 듯 생에 대한 참회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 성정이기에 부끄러움을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사실 프랑스 계급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지만 붕대님이 지원해주신 트윗을 보니 아.. 하는 느낌이 있었음 나는 이 소설을 읽긴 하였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제대로 이해를 못한거구나 작품이란 건 대리체험이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느꼈던 '부끄러움'은 한국인 입장에선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 점이 약간은 아쉽긴 하지만 독서 모임 덕분에 좋은 책을 접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뒷표지에도 나와있듯이 아주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전적인 글이었다. 막연히 가정사와 관련된 성장소설이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사회적 계급과 차별, 타인의 시선과 비교에 관한 이야기라 때로는 불편해하며, 때로는 공감하며 읽었다. 먼저 작가가 기억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만 읽는데도 작가의 어린시절 동네 구석구석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냄새, 소리같은 것까지 모두 표현된 덕에 마치 바로 옆에서 작가의 기억을 선명하게 엿보는 기분이었다. <부끄러움>. 누구나 한번쯤 느낄 만한 감정을 어떠한 방어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누군가 바늘로 나를 콕콕 쑤시는 느낌이었다. 자꾸만 스스로에게 변명하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 자신이 회피하던 부끄러움을 억지로 대면하게 되기도 했다. 잊고 싶은 기억, 피하고 싶었던 상황을 강제로 끌어올려진 기분이랄까. 아마 이 기분은 작가가 가장 크게 느꼈을 텐데,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는지 새삼 대단하다. 책의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고 문장도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닌데 묘하게 어렵게 느껴졌다.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야하는 글 같다. 이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보는데 자전적 소재를 활용해 쓰다보니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읽기가 쉽진 않았다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것만 알고 읽었는데 이게 진짜 소설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하고 첫문장에서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 자꾸 집중이 끊기기도 하고.. 다 읽은 뒤의 감상은 (사실 끝까지 쉽게 읽히진 않았어서 감상을 쓰기도 머뭇거리게 되긴 하지만)소설보단 에세이 같다는것과 자기에 대해 이런 얘기를 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는것? 작가가 다시 펼쳐보기 싫은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거 같은데 정말 대성공인둣..나라도 내가 이런 글을 쓰면 다신 읽기 싫을것 같았다 어떤 의미론 후련할수도 있겠지만..처음엔 아빠가 그런짓을 했다는건데 왜 제목이 부끄러움일까, 그래서 무슴 얘길 하고싶은걸까..했는데 세대도 다르고 아예 다른 문화권이지만 작가가 느꼈던 부끄러움이 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 재밌게 읽었냐하면 그건 아니긴 한데 자기 얘기를 이렇게 덤덤하고 아무런 포장없이 할수있는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엔 그 유명한(?) ‘사건’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니 에르노.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 될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문학상 수상자니까'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정말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책의 주제는 제목이기도 한 '부끄러움'이다.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이라는 표현처럼,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건조한 문체로 써내려간다. 소녀였던 작가는 자신이 살던 동네와, 동네와 대비되는 사립학교의 모습을 통해서 사회 계급을 자각한다. 그리고 사립학교와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계급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음을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을 접하며 교양 시간에 얼핏 들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같은 개념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가 느끼는 부끄러움의 기저에는 사회학적 계급론 이외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한 52년 6월의 사건은 그녀가 다녔던 사립학교는 물론, 거주하던 농촌 공동체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행위였기 때문이다. 어떠한 집단의 규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할 사건을 겪으며 그녀는 극도의 수치심을 경험한다. 그 후 부끄러움은 그녀가 삶에서 느끼는 주된 감정이 되었다. 책을 통해 나도 잘 몰랐던 내 감정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종종 사람들의 묘한 무시와 경멸의 시선을 받고 움츠러들곤 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것이라고 애써 나를 달래며 넘어갔지만 그 순간 나의 감정 역시 부끄러움이었을 것이다. 어떠한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자각에서 오는 부끄러움. 짧지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을 완독했다는게 뿌듯하기도 하다. 또 개인의 서사를 통해서 '부끄러움'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이 놀라웠다.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정체성과 항구성을 강렬하게 느낀' 사건에 대해서는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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