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을 읽으며, 나에게 편지 쓰기.

D-29
동생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형의 시선을 따라, 타인은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 독서입니다. 평소 듣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던 모든 말을 편지 쓰듯 스스로에게 건네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_379103
내 동생은 자살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고 싶다. 최신우.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겠다.
안녕, 한지현. 알다시피 나는 얼마 전 자살을 결심했었어. 특정한 사건 때문에 충동적으로 떠올린 생각은 아니라서, 오히려 결심을 하게 된 과정이나,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다시 살아가기 위한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위해 무얼 해낼 수 있을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결국 자살을 선택할까봐 겁이 날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 거의 대부분을 신우의 마음에 감정이입했고, 가끔 신우가 살길 바라는 형의 애절한 마음이 내게 닿길 기도했지. 내게도 내가 살아있길 절실히 바라는 사람이 나타나길, 그 누군가 나에게 제발 살아달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그렇지만 오늘부터 그믐까지 나는, 신우의 마음이 아닌, 형의 입장을 생각하며, 네가 끝내 살아가는 걸 선택하길 바랄거야. 당장 네가 부담을 느낄 말은 하지 않을게. 오래 보고싶다, 지현.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지만, 네가 죽음을 선택하고 세상을 떠난다면 보고싶어서 슬플 거 같아.
안녕, 지현. 나는 너를 잘 모르지만, 나는 그믐(사이트)를 탐험하는걸 좋아하거든. 그러다 @379103 님이 너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었어. 나는 자살이란 단어와 지금은 많이 멀어졌기에 이 책에 관심은 가지만, 진짜로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과거의 내가 생생하게 생각날까봐 좀 두렵거든. 너가 어떤 상태인지, 만약 터널 안에 있다면 터널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그믐 모임에서만큼은 너를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싶어.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창한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는거 아마 너도 잘 알거야. 나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아.. 삶은 고행이라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거든. 작은 기쁨이 피어난다는것은 아주 쉬울수도 또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고 말이야. 나는 현재 나 자신이 결국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 이 그믐 모임을 통해 나는 너를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건 없겠지만, 너랑 동시대에 같은 하늘 아래에서 너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절대 잊지 말아주길 바라. 진심으로. 그럼 또 만나!
아, 지현! 나는 어제 오늘 백만년만에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진짜 큰맘먹고, 수영장을 갔다오는 모든 과정을 수행한 나를 아주아주 칭찬하고 있어 ㅋㅋ) 너는 이번 주말에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여봤어? 대답안해도 되는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봄.
그림 그리는 게 취미라서 물감 정리를 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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