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단.테의 신.곡을 들고 홀.로. 떠나는 그 길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그대들

D-29
단테의 <신곡>은 제게 '먼그대' 같은 책인데, 보름동안 <단신>을 엿보다 보면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될 것 같습니다. (단신, 이라는 작명이 매력적이에요. 단 두 글자로 간결한데, 작가와 책과 공중산책님이 한데 어우러져 있네요.^^)
저도 제가 <신곡>을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믐의 한켠을 빌어서 이렇게 여정에 올랐네요^^ 어제 읽은 부분에서 "어떤 행운이나 운명이 죽기도 전에 너를 이 아래로 인도하는가" 하고 단테에게 묻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구절이 마치 저한테 하는 말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된 게 정말 행운처럼 느껴졌어요. 그믐에 기대어 호기롭게 단신으로 출발했지만 실은 쉽지 않은 여정처럼 보였는데, 단테와 나란히 걷고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묘사가 생생해서, 다음 질문인 "또 길을 안내하는 자는 누구인가?"에 "단테요!"라고 마음속에서 절로 대답하게 되더라고요^^ 기간내 완독을 목표로 총총거리며 읽고 있어서 밑줄 발췌가 주가 될테지만... 그럼에도 종종 엿보러^^ 와주실 오후님의 발걸음에 감사합니다:)
알레그로와 보름달이라니! 그믐에 이런 템포의 공간이 새삼 눈에 들어오네요 ㅎㅎ 알레그리스모라셔서 메트로놈 어드매 있더라? 가늠해 보았습니다^^; 임윤찬 군이 단테소나타를 칠 때, 스승 손민수님의 지도에 따라서 그랬는지 원문을 다 암기할 정도로 읽었다 하여 저걸 언제 보긴 해야는데~ 입맛만 다시고 있었네요. 소전서림인가 하는 고급진? 공간에서 피아니스트 안종도님도 저기 언급한 저자와 함께 렉쳐콘서트 형식으로였을까요. 단테소나타를 들려주신 적이 있었는데 티켓팅에 실패해서 못갔던 적이 있는데요~ 다른 공연들은 좀 따라다녔었지만. 이번에 교보갔을 때 사실 딱 눈에 들어왔었는데, 그림도 함께 있고 좋았지만 데려온건 현수동과 슬램덩크 ㅋㅋ 역시 제 수준이 아직 멀었구나! 했습니다. 흔적들 따라 중간에 참여하겠다는 잡설만 가득 ㅎㅎ
저도 [신곡]의 책장을 펼쳐보기 전에 임윤찬님의 단테 소나타 연주 영상을 보았는데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요. 그 감동 덕에 이 책을 읽겠다는 용기^^가 샘솟았던 것 같아요. 최근 개봉한 슬램덩크를 못 봐서 저에게 슬램덩크는 여전히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로 남아있는데요^^ @느려터진달팽이 님이 데려오신 슬램덩크는 어떤 판형인지 궁금합니다:D
그냥 신판 1권이요~ 나머지는 그저 사진으로만 찍고 언젠가 다 모셔올게ㆍㆍ 눙물을 머금고 뒤돌아 섰다죠; (설마) 도서관에서 신곡을 빌려왔는데 하필 천국편을. 🤦 벌써 몇달 째 신경쓰고 있는 일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어둡다는 영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인지;; 고럼 계속 눈팅하는 것으로요 ㅎㅎ 이러다 단테를 안단테는 커녕 렌토나 아예 존 케이지 버전으로 지옥편은 안 읽을지도 ㅜㅜ Ps. 임윤찬 군은 다행히 반클라이번으로 뜨기 전에 롯콘에서 봤었는데 무슨 저런 괴물같은 피아니스트가! 했었다죠~ 일 년 후 그의 초절기교는 반클라이번 공식 유투브로 다시 접하니 더 달라지고 훌륭해져 있더라는☆
@느려터진달팽이님 저는 지금 천국 여행중인데 이곳에서 누리는 기쁨과 환희가 이상하게도 지옥의 고통만큼 선명하지가 않네요.. 달팽이님 연옥의 여정을 마치시면 기별 전해주세요^^ 참, 임윤찬님의 연주를 눈 앞에서 감상하셨다니! 정말 잊지 못할 순간으로 인생의 한 장을 채우셨을 거 같아요. 저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길, 착하게 살겠다고 기도하고 자러 가야겠습니다ㅎㅎ
https://youtu.be/KsGLmrR0BVs 그때 들었던 초절기교인데 그때보다 더 잘쳤어요 ㅎㅎ 일단 이걸로나마 먼저 들어보시길요~
링크 따라 갔다가 연주에 넋을 잃고 한 시간을 푹~ 빠져 감상했습니다. 느려터진달팽이님 링크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윤찬군의 단테소나타 찾아 듣고 다시 단테에 도전할까봐요; 결국 조금 보다 다 못 보았네요 ㅠ 박상진 번역가님의 해제는 다 읽었습니다. 이 방대한 저작을 남기다니! 추방이란 그런걸까요? 정약용님도 그렇고ㆍㆍ 모든 추방된 자들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언급하신 단테와 정약용 선생은 어쩌면 확고한 신념과 철학 때문에 추방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바탕에 글쓰기에 몰입할 시간까지 주어졌으니^^ <신곡> 읽는 동안 @느려터진달팽이님의 댓글이 따뜻한 응원이 되었습니다. 함께 한 여정 감사드리고 느려터진달팽이님의 도전도 응원 드립니다:)
3/1) 93~183쪽 <지옥> 제8~16곡까지 중에서 11:22~25 하늘에서 증오하는 모든 사악함의 목적은 불의이며, 모든 불의의 목적은 폭력이나 기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다. 12:49~51 오, 눈먼 탐욕이여, 어리석은 분노여, 짧은 삶에서 그토록 우리를 뒤쫓고 영원한 삶에서 저렇게 괴롭히는구나! 15:46~48 (…) 어떤 행운이나 운명이 죽기도 전에 너를 이 아래로 인도하는가? 또 길을 안내하는 자는 누구인가? 최후의 심판을 받으러 여호사팟에 갈 때 죽은 영혼들은 모두 생전의 육신을 되찾지만, 자살자들은 자기 육신을 스스로 버렸기 때문에 되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153쪽 단테는 자신의 이 작품을 comedia(희극)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다 보카치오가 <거룩하다>는 뜻의 형용사divina를 앞에 덧붙였고, 그의 지적에 따라 1555년 베네치아에서 인쇄된 판본에서 La divina commedia라는 제목이 사용된 이후 일반적으로 그렇게 부른다. 따라서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거룩한 희극> 정도가 되겠지만, 여기에서는 오랜 관용에 따라 <신곡>으로 옮겼다. (…) -183쪽
3/2) 184~268쪽 <지옥> 제17~24곡까지 중에서 24:1~15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태양은 물병자리 아래에서 빛살의 활력을 되찾고 벌써 밤이 하루의 절반을 향해 갈 무렵, 서리는 땅 위에다 새하얀 자기 누이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지만, 그의 붓질이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못할 무렵에, 여물이 부족한 시골 농부가 일어나 둘러보다가, 들녘이 온통 새하얀 것을 보고 자신의 허리를 두드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불쌍한 사람처럼 여기저기 서성이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니, 잠깐 동안에 세상 모습이 온통 바뀐 것을 보고 다시 희망이 솟아 지팡이를 들고 양들을 몰고 풀을 먹이러 가는 것처럼 (스승이자 안내자인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그린 장면)
3/3) 269~359쪽 <지옥> 제25~32곡까지 중에서 26:21~24 덕성의 인도 없이 지나치지 않도록* 여느 때보다 내 재능을 억제하니, 착한 별이나 은총이 나에게 재능을 주었다면 지나치게 남용하지 않으련다. *단테는 이 여덟째 구렁에 있는 사기꾼들인 기만을 교사한 자들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죄는 바로 하느님의 선물인 자신의 재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남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인으로서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도 신중함을 기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280쪽 27:118~120 뉘우치지 않는 자는 죄를 벗을 수 없고, 뉘우치면서 동시에 원할 수 없으니 그런 모순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오. 31:142~144 작은 부끄러움이 네가 저지른 것보다 큰 잘못을 씻어 주느니, 이제 모든 후회의 짐을 벗어 버리라. 동태복수법은 지은 죄와 똑같은 고통을 받도록 처벌하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신곡]에서는 죄의 성격과 형벌의 양상까지 일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가령 분열과 불화를 초래한 죄인은 신체가 쪼개지는 형벌을 받는다.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스콜라 학자들이 번역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 -311쪽
제가 단테를 읽을지 몰라서.. 근데 궁금하기는 해서, 예전에 지대넓얕 팟캐스트에서 단테편을 열심히 들었었습니다. 지옥이라는것이 내가 생각했던것과 달라서 신기했고, 아 이런 사람들이 지옥에 가는거구나 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막연하게 상상했던 지옥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세분화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또 개개인에게 맞춤식으로 형벌의 강도가 주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완독하면 진공상태님께서 언급해주신 팟캐스트도 들어보고 싶네요^^
단테를 안단테로 읽어내고 싶어집니다. 남편이 최근 읽고 느낀 점을 들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집에 책은 없지만 같이하렵니다.
죄의 성격과 형벌의 양상이 지옥에서는 그대로 재현되리라는 믿음으로 보통사람은 살아가야지요.참 끔찍한 장면을 요즘은 살아 생전에 목도하기도 합니다. 물론 돈과 권력 또는 불가해한 힘으로 다소 지연되어도 말입니다. 그래서 가장 공평해 보이는 것이 죽음일까요?
@인선님 제가 몇 백 장을 읽고 이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점을 이렇게나 명쾌하게 한 줄에 담아내셨네요. 안단테로 읽으시며 나눠주실 말씀도 기다려집니다:)
3/4) 360~284쪽 <지옥> 제33~34곡, 지옥 끝까지 중에서 당시의 지리 관념에 의하면, 지구의 북반구에만 육지가 있고 그 북반구 하늘의 <꼭대기 아래>, 즉 육지의 중심에 예루살렘이 있으며, 남반구는 바다로 뒤덮여 있다고 믿었다. 단테는 그 남반구의 대양 한가운데에 연옥의 산이 높이 솟아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380쪽 34:121~126 하늘에서 바로 이쪽으로 떨어졌는데, 예전에 이쪽에 솟아 있던 땅은 이놈이 무서워서 바다의 너울을 뒤집어쓰고 우리 반구로 솟아올랐고, 또 이쪽으로 솟아오른 땅은 아마 이놈을 피하려고 여기 텅 빈 곳을 남기고 위로 솟았지. 루키페르의 추락을 모티브로 하는 121~126행의 이야기는 단테의 풍부한 상상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니까 루키페르는 천국에서 추방될 때 남반구 쪽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때 남반구를 뒤덮고 있던 육지는 무서운 나머지 바다 속으로 숨어 들어가 북반구 쪽으로 솟아올랐다. 또한 루키페르가 지구의 중심에 틀어박힐 때, 그와 맞닿는 것을 두려워한 흙이 남반구의 바다 위로 솟아올라 연옥의 산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흙이 솟아오른 지하에는 텅 빈 동굴이 생기게 되었고, 바로 그 동굴을 통해 현재 두 시인은 남반구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381쪽 38:137~139 마침내 나는 동그란 틈 사이로 하늘이 운반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으니, 우리는 밖으로 나와 별들*을 보았다. *[신곡]의 세 노래편 모두 stelle(별들)로 끝난다
3/5) 385~471쪽 <연옥> 제1~8곡까지 중에서 5:13~18 지껄이도록 내버려 두고 내 뒤를 따르라. 바람이 불어도 그 꼭대기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탑처럼 굳건해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목표에서 멀어지니, 한 생각이 다른 생각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쪽의 극을 불사르는 저 세 개의 불꽃*을 보고 있습니다." -8:89 *세 개의 별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향주삼덕, 즉 하느님에 대한 세 가지 주요 덕성인 믿음, 희망, 사랑을 상징한다. 뒤이어 설명하듯이 <연옥>1곡22~24행에 나오는 네 개의 별은 활동적인 삶의 덕성인 사추덕(예지, 정의, 용기, 절제)을 이끌기 때문에 새벽에 떠서 낮을 관장하고, 저녁이 되면 관상 생활의 덕성을 상징하는 이 별 세 개가 떠서 밤을 관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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