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borumis님의 문장 수집: "관찰자가 감각으로 지각한 것을 즉각 언어로, 그러니까 우리가 자신의 경험을 정의하려 할 때 사용하는 어휘와 구문의 틀로 옮기지 않고 두면,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는 사소한 세부들이 인상의 전경에 생생하게 남아 머물 기회가 많아지고, 그 덕에 인상 속에서 무르익은 세부들이 시간이 흐른 뒤 그 경험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벽돌책모임 중 뇌과학 관련 책들에서 여러 심리학 실험에서 언어의 priming effect에 대해 여러번 언급되었는데 여기서 일상에서 실제적으로 확인하는 게 신기하네요. 원주민들로부터 배우는 통찰을 뇌과학에서 뒤늦게 따라가는 걸까요?
borumis님의 문장 수집: "그건 인간의 본성과 역사를 포함하는 더 큰 범주로서 자연이 결코 정지해 있지 않음을 너무도 명백히 드러내주는 환경에서 마주한, 우주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었다. 그것은 끝이 없는 설계이며, 그 제목은 적응과 변화이고, 그 명령은 '적응하라,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니'다. 현대의 사회적 영장류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은 그와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협력하라,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니."
인간에게 협력은 궁극의 적응 기전 및 생존 대책일지도요.
그들은 개별적인 대상들보다 자신이 만난 것에 내재한 패턴들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1%,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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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그들은 개별적인 대상들보다 자신이 만난 것에 내재한 패턴들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이것도 WEIRD와 구분되는 집산주의 문화에서 더 많이 나타날 듯합니다.
영원히 굶주려 있는 냉담한 방문자 죽음이 어떤 곳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임을 당하기는 했지만 끝내 쓰이지는 않은 그 여우 해골을 앞에 두고 내가 느낀 것은 슬픔도 비극도 아닌, 다시금 인식하게 된 삶의 피할 수 없는 공포였다. 내가 속한 문화는 기이할 정도로 그러한 삶의 공포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2%,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누구는 이런 사건들에서 '사악함'을 보고, 또 누구는 자포자기와 고통을, 그저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 매킨슨 내포에서 아사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는 식인을 택했지만, 누군가는 다른 두 어른과 두 아이를 데리고 그 끔찍한 공포에서 빠져나갈 만큼 충분히 민첩하고 노련했다. One does not find "evil" in these events, one finds desperation and pain, the merely human. At Makinson Inlet, in the face of starvation, one finds cannibals but, too, an unknown person inspiring enough, skilled enough, to get two other adults and two children away, clear of the horror.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2%,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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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누구는 이런 사건들에서 '사악함'을 보고, 또 누구는 자포자기와 고통을, 그저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 매킨슨 내포에서 아사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는 식인을 택했지만, 누군가는 다른 두 어른과 두 아이를 데리고 그 끔찍한 공포에서 빠져나갈 만큼 충분히 민첩하고 노련했다. One does not find "evil" in these events, one finds desperation and pain, the merely human. At Makinson Inlet, in the face of starvation, one finds cannibals but, too, an unknown person inspiring enough, skilled enough, to get two other adults and two children away, clear of the horror. "
이 부분의 한글 번역이 원문과 좀 다른 느낌이어서... 원 글과 함께 올려봤습니다. 첫번째 문장은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는 게 아니라 사악함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는 것 같고... inspiring enough를 민첩하다로 번역한 것도 좀 아닌 것 같은데..
책의 1/3 정도 읽어가고 있는데 확실히 관심 분야기도 하지만 작가의 시선과 탐험을 따라가면서 질문들이 계속 생기니 재미있네요. 고고학 인류학 뿐만 아니라 언어학 뇌과학 및 사회윤리학적인 범주까지 두루 생각이 뻗어나갑니다. 근데 이 와중에 페테르가 연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왜 작가를 두고 먼저 간 건지 궁금해지네요.
꿈의 쓸모를 파악하려 할 때 우리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합리적 정신에 걸맞은 논리적 진실을 우선시하기 위해 꿈들은 무조건 거부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상상력과 지성의 대화, 이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대화, 지성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상상력 혼자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대화를 떠올려보는 일이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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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꿈의 쓸모를 파악하려 할 때 우리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합리적 정신에 걸맞은 논리적 진실을 우선시하기 위해 꿈들은 무조건 거부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상상력과 지성의 대화, 이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대화, 지성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상상력 혼자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대화를 떠올려보는 일이다. "
여기서 근데 실은 곰덫에 대해 더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다가 갑자기 프랑스 유형지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네요? 우웅?;; 음.. 페테르가 그가 따라가지 않길 바랐던 이유처럼 곰덫에 대해 나중에 뒤에서 생각이 이어질까요? 아니면 선주민 친구들의 방식대로 '역동적인 사건 안에 자신들을 집어넣었고' '그 사건에서 의미를 해석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건이 계속 전개되도록 둔 채 모든 것을 알아차리면서, 거기 있는 의미가 무엇이든 알맞은 때에 그 의미가 드러나도록 두는 것'일까요?
교도소가 끔찍한 장소, 폭력적이 극도로 지루하며 안전하지 않은 장소라면 필요한 일은 당연히 교도소의 개혁이다. 그리고 만약 교도소에 가지 않아야 할 사람이 수감되어 있다면, 필요한 건 사회의 개혁이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더 나은 사회질서를 만들려면 교도소가 인간 본성의 전체 스펙트럼(...)에 관해 폭로하는 바를 받아들여야 하고, 수감자들이 사회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라는 순진한 믿음도 버려야 한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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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더 나은 사회질서를 만들려면 교도소가 인간 본성의 전체 스펙트럼(...)에 관해 폭로하는 바를 받아들여야 하고, 수감자들이 사회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라는 순진한 믿음도 버려야 한다."
저번에 새폴스키가 '행동'에서 주장했던 형벌제도에 대한 논의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사악함'보다 인간적인 고통과 자포자기, 사회의 정의질서 부재 등의 맥락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하는 점에서 앞에 매킨슨 내포 및 오리건주의 Thurston Highschool shooting 등과도 연결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알렉산드라 저지를 걷는 동안 그곳 특유의 색체, 선, 비례, 소리, 냄새, 질감의 조합은, 그러니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도록 나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고, 그 풍경에 무방비로 열린 상대가 나의 내면에 건강하다는 느낌을 증폭시켰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 외부에 존재하며 내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과 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챘다.
호라이즌 p. 25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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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년 뒤 위더스푼은 이전 번역을 더 다듬어 "생명의 주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 그리고 그 반복을 통해 모든 곳에 아름다움과 조화, 건강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27/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borumis님의 문장 수집: "'아름다움'이 세계에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가리킨다는 관념, 그리고 우리가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에 우리 자신을 다시 통합함으로써 우리 안에 아름다움을 되살릴 수 있다는 관념을 의식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 바로 뷰티웨이 의식이고, 이를 알게 된 뒤로 나는 쭉 그 관념에 마음이 끌렸다."
저도 이 문장 너무 좋았어요:)
그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유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매일 그에게 자유롭게 사색할 물리적 시간적 공간을 보장해주고 싶었다. 누가 따라다니며 자기에게 시시콜콜 따지거나 자기를 일거수일투족 관찰할 거라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텐트가 떨어져 있는 건 물론 나에게도 좋았다. 그것은 내가 고고학자도 고고학 팬도 아니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강조하는 한 방법이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81/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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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의 여행 여정이 시작됩니다. 내일 2월 10일 월요일부터 2장 '스크랠링 섬'을 들어갑니다. 일단 월요일은 한국어판 기준으로 271쪽까지 읽습니다. 화요일, 수요일까지 세 번에 걸쳐서 나눠서 읽는 일정이니 참고하세요. (제가 내용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임의로 적당한 분량으로 나눠서 안내하니 자기 호흡대로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2장은 저자가 『북극을 꿈꾸다(Arctic Dreams)』(1986)으로 유명해지고 나서 1987년에 북극권의 스크랠링 섬의 고고학자 발굴 현장에 함께 한 경험을 기본 서사로 저자의 사유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스크랠링 섬은 캐나다의 북쪽 끝에 있는, 그린란드를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크랠링 섬과 거의 같은 위도의 그린란드 동쪽에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가 위치해 있어요. (구글 지도에서는 스클랠링 섬은 검색이 안 되고, 대신 '알랙산드라 피오르(Alexandra Fiord)'를 찾으시면 그 앞에 있는 작은 섬이 스클랠링 섬입니다.)
알렉산드라피오르와 스크랠링섬 여기 맞겠죠? 위치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FiveJ님의 대화: 알렉산드라피오르와 스크랠링섬 여기 맞겠죠? 위치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내 발 너머, 내가 누워 있는 틈새 바로 너머에는 스크랠링섬과 그 맞은편 요한반도의 해변 사이 통로를 흐르는 어두운 바닷물이 펼쳐져 있다. 이 해변은 알렉산드라피오르 저지라는, 말하자면 온기의 오아시스 같은 지역에서 북쪽 경계선을 형성한다. 몇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공원처럼 넓게 탁 트인 이 땅은 가장자리 두 면이 돌비알 경사면과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극 식물과 작은 생물의 안식처라 할 수 있는 이곳의 가장 먼 끝부분은 주둥이 두 개가 불룩 튀어나온 모양의 빙하 하나와 맞닿아 있다.
호라이즌 23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책 넘 좋은데 그중에서도 이 스크랠링섬 이야기가 젤 좋네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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