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의 원픽은 11월 2일의 '죽은자의 날' 입니다
죽은사람들을 위로하고 죽은사람들이 다시 집에 오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다 써서 평화를 외치는 모습에
우리나라사람들도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게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함인데
왜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없는 것인가?
이제 세대가 바뀌었으니 제사때는 죽은사람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고,
차례때는 가족끼리 밥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픽을 해보았습니다 :D
[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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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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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에고.. 제가 첨에 모임 의도를 잘못 파악하고 이제서야 뒤늦게 댓글 달아봅니다. 참 좋은 글들이 많아서 12달 중 원픽을 고르기가 힘드네요. 근데 처음에 순차적으로 읽다가 뒤늦게 의도하신 대로 1월2일, 2월2일, 3월2일,.. 이렇게 읽다보니 혹시 이렇게 읽어도 어떤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월2일 <불에서 또 다른 불로> 수십년에 걸쳐 잿더미가 된 책들에 대해 얘기하고 '불은 지옥에서 태어난 공허한 말들의 최종 목적지였던 셈'이었죠
반면 2월2일은 <여신은 축제 중이다>에서 '한번 글로 쓴 것은 절대로 지우는 법이 없는 사랑스러운 연인 오슌'을 보며 인간은 끊임 없이 헛소리를 늘어놓고 다시 지우고 그 위에 덮어 쓰고 그러는 편집의 역사를 palimpsest처럼 반복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고
3월2일은 멸종 위기에 놓였지만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휘파람 언어에 관한 글
4월2일은 내가 실제라고 말하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여론조작의 버네이스
5월2일은 원래 순수한 영웅의 이름을 차용한 전혀 순수하지 않은 명명의 제로니모 작전
6월2일은 정작 아메리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노예제에 대해 반대했던 교황의 글
9월2일은 반역이란 단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10월2일은 정작 자신이 써온 국방비와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의 발언
등 언어의 모순과 역설 그리고 편집되고 날조되고 아예 묻혀버리는 언어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언어로 쓰이고 후손들에게 남겨지는 게 역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 중 제 원픽은 11월2일 같습니다. 아이티에서 죽은 자가 집으로 못 돌아오게 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례행렬이 나아가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문장이 제일 인상적이네요. '다른 곳도 그렇지만 아이티에는 죽은 자가 산 자보다 훨씬 많다. 소수의 산 사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네요. 2일의 글들을 읽어가며 역사는 수많은 죽은 자들의 침묵 속에 그 중 살아남은 소수의 발언이자 죽은 자들의 말을 뒤덮는 palimpsest(죄송;; 이걸 한글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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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제 아버지가 한때 아이티에 계셨던 적이 있어서 아이티의 실상에 대해 많이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 도미니카 공화국이 이웃해 있는데 위성 사진을 보면 낮에는 도미니카 쪽만 푸르게 보이고, 밤에는 도미니카 쪽에만 불(전등)이 켜져 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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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저도 팔림프세스트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중첩된 기록 정도로밖에 표현이 안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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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츄베베
12/2일 노예제 반대의 날
저는 노예제를 반대하고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려했던 존 브라운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마치 제 인생 영화인 쇼생크 탈출에서 비오는 날 손을 벌리고 자유를 만끽했던 장면과 오버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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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주변의 증언과 살해 현장의 그럴듯한 증거들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질범들만 수용한다는 지옥같은 교도소 쇼생크로 향한다. 인간 말종 쓰레기들만 모인 그곳에서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압과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 준 덕분에 그는 일약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그 와중에 교도소 소장은 죄수들을 이리저리 부리면서 검은 돈을 긁어 모으고 앤디는 이 돈을 세탁하여 불려주면서 그의 돈을 관리하는데...
책장 바로가기
달여인
2일자 내용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네요. 해안지방의 여신 레만야 축제. 휘파람 언어. 아이러니한 노예제도 반대의 날. 명태균 사건의 현실을 연상시키는 버네이스의 여론조작. 등등.
특히 휘파람 언어가 눈길을 끌어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 시간되시면 함께 보아요.
https://m.blog.naver.com/kosinski/222985288917
https://youtu.be/TfGwFM9-wFk?si=iEvBl05t7eBWH6HK
https://youtu.be/PgEmSb0cKBg?si=5yaLOOm1V-kLi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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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저도 편집하며 휘파람 언어를 정말 많이 찾아본 기억이 나요. 실제로 다양한 개념을 표현하는,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니 정말 놀랍죠.
GoHo
안그래도 휘파람언어 소리를 듣고 싶어서 찾아보려 했는데..
덕분에 잘 보고 들었네요~^^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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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 저도 휘파람언어 유튜브에서 찾아볼까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올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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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오늘 저의 원픽은 '제로니모 작전'을 다룬 '5월 2일'입니다.
“For God and country, I pass Geronimo. Geronimo E.K.I.A.”
(하느님과 국가를 위하여, 제로니모를 전송한다. 제로니모. 적을 사살했다.)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 사망을 확인한 직후 보낸 암호의 내용입니다.
사실 이 작전의 코드네임은 한 가지는 아닙니다.
작전 네임은 넵튠 스피어 작전(Operation Neptune Spear)이고,
작전 코드는 "제로니모"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 개인에게 붙여진 코드네임은 잭폿(Jackpot)이었다고 하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작전 코드가 알려진 후 선주민의 후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고 합니다.
아래에 아내와 세 아이, 어머니를 잃은 제로니모가 전사들 앞에서 한 연설 일부를 가져와봅니다.
“여러분, 멕시코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오. 우리도 그대로 되갚아주어야 합니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만 따라오시오. 사내는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고 돌아올 수도 있소. 이 점을 충분히 알고 떠납시다. 나는 죽어도 슬퍼할 것이 없소. 내 가족은 모두 살해당했소. 내가 죽어서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기꺼이 죽을 것이오. 그러나 우리가 함께라면 충분히 복수할 수 있을 것이오. 같이들 가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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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씨
그랬군요. 제로니모의 연설에서 그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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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제로니모의 연설 발췌 감사합니다. 이렇게 가슴이 절절해지는 핍박의 역사에 저항한 영웅의 이름을 자기들 맘대로 테러리즘에 차용하다니.. 반면 오늘 읽게되는 KKK 가면을 이용하던 극악무도한 강도단은 무슨 로빈훗(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돈은 한푼도 없는데;;)처럼 포장하고..;; 4월2일 여론조작의 글이 생각나는 군요.
FATMAN
아 원하시는 목표 독서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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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s
“ 노예제를 지지한 장군 리는 침대에서 죽었다. 그는 군대의 예우, 즉 군가와 예포 그리고 미국의 '위대한 천재적인 군인'이라는 추모의 말과 함께 안식을 얻었다.
노예들의 친구였던 브라운은 군 무기고를 습격한 죄에 살인과 내란 음모, 그리고 국가에 대한 반역죄가 더해져 유죄 판결을 받고 1859년 오늘, 교수형에 처해졌다.
우연이긴 하지만, 오늘은 노예제에 반대하는 날이다. ”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p.361,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문장모음 보기
Eins
저의 2일 원픽은 12월 2일, 노예제 반대의 날입니다. 마음이 부서져내리는 것 같았어요. 다시금 인종주의와 완벽한 분리라는 끔찍한 환상으로 힘차게 전진 중인 미국과 전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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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에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조선 역시 '노예제의 나라'라고 보았다는 기록을 읽었습니다. 지금 편집하고 있는, 버터북스 여섯 번째 책 <남류문학론>에서 저자들은 우리는 민주주의 덕분에 먹고살게 되었고 귀족들은 민주주의 탓에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한 것도 생각이 나네요.
FATMAN
아 원하시는 목표 독서가 있었군요. 먼저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갈레아노의 다른 책들을 다소 본 편이라 이 책에 대한 믿음은 사실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 책은 좀더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듯 하네요. 민중사, 더 나아가 미시사에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고 말하고 싶었던 노년의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신선한 구성입니다. 다만 이 책의 담고 있는 정신을 반영해서 이 책의 제목을 나름 지어봤습니다. “피의 책 the book of Blood” 주류 세계사, 서구 중심의, 승자 독식의 서사에서 정반대 지점에 서서 수탈된 민중, 말없이 죽어간 이들, 저항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피로 쓴 역사라고 봐서요. 일단 저는 의도하신 바와 달리 1월달을 다 읽었는데 그 중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아래를 들겠네요.
“마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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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멋진 제목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편집하면서, 또 배경을 조사하면서 몇 번이나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는지 돌아보면 정말 적절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갈레아노 작가님은 하루에 하나의 이야기를 고르느라 몇 년 동안 원고를 고쳐쓰셨다고 해요. 무려 14가지가 넘는 버전이 있었다는 현지 기사도 읽었습니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귀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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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실은 저도 처음에 의도한 바를 못 읽고 그냥 읽었다는;;
이런 하루하루 한장씩 읽는 책을 다른 데서 봤는데 이렇게 매달을 걸쳐 읽는 건 처음이어서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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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
편집을 할 때 순차적으로 검수하다 보면 오자가 잘 안 보여서(저희 편집자들끼리는 버린 눈이라고 부르기도;;;) 이렇게 저렇게 읽어보곤 하는데, 이렇게 읽어보니 무척 새롭더라고요. 또 12월 31일부터 거슬러 읽기도 해봤는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ㅎㅎㅎ(어떻게든 버린 눈을 살리려는 필사의 노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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