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D-29
작가를 알려면 그의 자라온 환경도 알아야 하지만 그가 주로 어디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광수는 동양 철학과 한의학과 정신 분석을 많이 공부한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마광수는 정신보다는 육체를 더 치는 것 같다.
서양에서 정신을 육체보다 더 우월 시한 것은 동물과 인간에 차별을 두려는 수작 같다.
김기덕도 그렇지만 이창동도 시에서 남자의 죽을 때의 소원을 여자가 몸의 서비스로 들어준다. 자기에게 그게 꼭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부여한 가치에 따라.
불경기에 여자 치마가 짧아진다는 말도 먹고 살기 위해 몸으로 돈을 벌기 위한 행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글을 쓰는 작가도 자기의 모순 속에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이 글에선 이런 말을 하고 다른 글에선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상반되고 모순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글을 합리화해서 이 글에선 이런 뜻으로 한 말이고 저 글에선 저런 뜻으로 한 말이라고 말한다.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자기도 뭔가 자신이 한 말 가운데 모순점이 잇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 원래 인간이 사는 세상은 모순이 진리인 것이다.
마광수는 쾌락을 위한 성을 최고로 치는 것 같다. 오직 쾌락을 위해 사는 사람 같다. 아니 쾌락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마광수는 매춘을 지지한다.
지금 놓여진 것들을 이용해 성적 쾌락을 즐겨라. 이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인간은 성악설이라 좋게 볼 수가 없다. 낙관은 항상 금물이다.
마광수는 쾌락을 최고로 친다. 그리고 복지를 아주 좋게 본다.
마광수는 심리적 안정과 육체적 행복을 아주 좋게 본다.
누구에게나 무난한 인간이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다. 안 그런 사람은 칭찬은 하지만 그런 것을 얻지 못한다.
마광수는 본능 우선주의, 본능에 충실, 본능에 솔직 이런 걸 좋아한다.
모순이 진리 이 글에선 이런 말을 하고 다른 글에선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상반되고 모순될 수가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자기의 글을 합리화해서 그것에 대해 이 글에선 이런 뜻으로 한 말이고, 저 글에선 저런 뜻으로 한 말이라고 말한다. 일리는 없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자기도 뭔가 자신이 한 말 가운데 모순점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그리고 또 원래 인간이 사는 세상은 모순이 진리인 것이다. 글도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뭔가 착각한 것을 글에 담을 수도 있고, 누가 봐도 거의 진리에 가까운 통찰을 자기 글에 담을 수도 있다. 끝없이 분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약속을 잘 지킨다 남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고 (“언제 술 한잔하자.”도 마찬가지) 안 먹는 것에 별로 죄책감이나 서운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뼛속까지 한국인이라서 그렇다. 그 말을 하고, 들은 자체를 잊는다. 그건 왜 그런가.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이라고 가볍게 생각해 그런 것 같다. 할 말이 따로 없으니까 어색해서 한 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게 그냥 가벼운 인사, 한국의 인사 습관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하는, 그냥 입에 붙어버린 인사말이다. 반갑다는 말을 대신 표현하는 관용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중엔 이것도 “간이 붓다.”, “콧대가 높다.” 같은 관용어처럼 영어에서 말하는 숙어(Idiom)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요즘 외국인에게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는데, (외국인 중엔 한국 여행하다가 지하철역의 역명 등 한글 글자 자체가 예뻐 배우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것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밥 한번 먹자’=‘반갑다’라는 뜻입니다. 묻지도 따지지 말고 숙어니까 그냥 외우세요.”라고 이 관용구를 가르칠지도 모른다. 밥을 먹자는 게 아니라 그냥 알은체를 그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말로만 그런다는 걸 안다. 물론 말하는 사람도 못 지킬 걸 알면서도 한다. 문자 그대로라면 대놓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믿고 저번에 한 약속대로 밥 먹자고 자꾸 연락하는 사람은 “쟤, 한국인 맞아? 눈치가 저렇게 없냐?” 하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외국인이 그러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국인에겐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에겐 그냥 “Nice to meet you!”만 할 뿐이다. 상대가 한국인이니까 그런 말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만나고 싶거나 이익이 되는 거면 밥 약속을 철석같이 지킨다. 그렇게 되니 남은, 밥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마치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말로 알아들어 그 약속을 지켜준 것에 대해 많이 고마워한다.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고마움도 그만큼 큰 것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줄 알았는데 어렵게 지켜주었으니, 약속을 참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약속한 사람은 그게 아니다. 자기가 좋고 그러고 싶어 그 약속을 꼭 지킨 것뿐이다. 이런 경우엔 밥 한번 먹자고 자신이 말한 걸 잊지 않는다.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은 그냥 밥 한번 먹자고 하고는 밥을 안 먹고 그 말 자체를 까먹는다. 말한 게 자기 기억에 없으니 못 지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밥 한번 먹자는, 나는 너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밥을 먹자는 것이고 그걸 알아달라는 신호다. 속까지 어떨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다는 얘기다. “난, 아직 너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지 않았어.” “그러니 앞으로 잘해보자.” 겉으로는 이런 뜻이다. 그러나 실제 만나서 굳이 밥까지 먹지는 않는다. 진짜 밥 먹을 약속은 ‘한번’이 아니라 날짜와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한다. 이 말을 하도 남발해서 쓰기 때문에 그 말대로 했다가는 솔직히 생활도 안 되고 돈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깨진다. 그러니까 약속을 잘 지키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한한다. 예를 들어 호감 가는 이성에게, 무심히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이지만 꼭 기억하고 지키려 하는 ‘밥 한번 약속’. 같은 거. 그리고 그 약속을 자기 자신에게도 한다. 자기 기억에서도 지우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이 자기에게 한 말처럼 자신은 약속을 참 잘 지키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높게 평가한다. 자신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다. 실은 자기가 하고 싶어 기억한 약속만 지키는 것인데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하던 것도 시들해진다. 그러나 뭔가 배가 고프고 결핍이 있으면 그것에 사정없이 매달린다. 이런 걸 잘 이용해 책에도 매달리자.
내가 종교를 안 갖고 경멸까지 하는 것은 니체처럼 종교가 친 틀이 맘에 안 들어 그러는 것이다. 글에 어떤 제약도 없어야 한다는 게 내 강한 생각이다.
뼈만 남고 마른 사람들은 위나 소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마르는 게 아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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